상단영역

본문영역

민주가 독재를 배우지 않으려면

대중정당은 다양성이 중요하다. 다양성은 민주적 정당과 창조적 정당의 원천이다. 다시 말해, 민주적 정당은 존경 받는 정당의, 창조적 정당은 유능한 정당의 필수요소다. 다양성을 잃어버린 당론결정은 민주라는 이름으로 독재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gettyimagesbank

이코노미스트지가 167개국의 민주주의 상태를 조사하여 작성한 '민주주의 지수'를 보면, 지구상에 '완전한 민주주의'국가 24개국, '결함 있는 민주주의'국가 52개국, '혼합체제' 39개국, '권위주의 체제' 52개국으로 구분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 속한다.

민주주의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등이고 독일이 13위, 영국이 16위, 미국이 19위, 한국이 2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프랑스 23위, 북한이 167위로 꼴찌다.

2014년 민주주의지수 ⓒEIU/위키피디아(http://goo.gl/xGt0s8)

대한민국의 주류정당들은 이념정당보다는 대중정당에 가깝다. 이념보다는 가치를 중심으로, 성향보다는 상황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대중정치조직이다. 이러한 조직체계에서 "당론"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대중정당은 다양성이 중요하다. 다양성은 민주적 정당과 창조적 정당의 원천이다. 다시 말해, 민주적 정당은 존경 받는 정당의, 창조적 정당은 유능한 정당의 필수요소다. 다양성을 잃어버린 당론결정은 민주라는 이름으로 독재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당론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으로 결정되어야 하지만, 종종 당내 독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지난달 국회법개정안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벌였던 새누리당은 당론 확정과 당론 번복을 민주적 압력보다는 권위적 압력에 의해 되풀이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또한 그간 민주적인 절차 없이 지도부 중심으로 당론을 결정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루어졌고, 비주류의 불만을 샀다.

효율과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에게도 조직의 다양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다양성 그 자체만으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다양성도 관리되어야 한다. 자칫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날의 칼이다. 자칫하면 자기 손이 베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당은 다양성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정당의 다양성이 유지되거나 확대되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첫째, 각 정당의 의원총회가 민주적이고 과학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예컨대 안건을 부의하고 기조발제 및 찬반토론을 거쳐 투표하되, 반드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명시하여 당론으로 확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양성에도 책임성이 따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1차 투개표 결과를 공개 후에도 의견이 모이지 않거나 창조적인 대안이 제기되면, 2차 찬반 토론 및 대안 토론을 거쳐 부의된 안건을 수정하거나 원안대로 최종투표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전자투표기를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면 숙의적 방식이 가미되어야 한다. 이러한 방안은 정당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과정이다.

둘째, "합의쟁점 승인제도"를 실시하는 일이다. 합의쟁점 승인제도란 경쟁정당의 정책이 자당의 입장과 거의 일치하면 정쟁 과정에서라도 합의 처리할 수 있도록 당내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야 정쟁으로 국민이 손해 보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방안은 국회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각 정당이 합의를 통해 당내에 "선진국도약 국민설득위원회"를 설치하는 일이다. 정치인은 국민들의 손에 의해 선출되지만, 항상 국민들의 의견에 직접적으로 따를 수는 없다. 이러한 성격의 이슈는 당론으로 확정하기 어려울뿐더러 특정 국회의원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여야가 공동으로 본 위원회를 구성 운영하여 국민과 대화 설득하는 것이다. 대화와 설득 방식으로는 타운홀 미팅이 효과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안은 국가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과정이다.

바람직한 상황과 과정으로서의 규범적 의사결정과 효용성이 높은 공리주의적 의사결정 모두가 존중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다양성 추구가 약한 정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 20대 총선은 여야 모두에게 불확실한 미래이다. 이러한 정치 환경 속에서 정당의 다양성, 정치의 다양성, 국가의 다양성은 도리어 높은 위기대응력으로 제고될 것이다.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 이 글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독재 #민주주의지수 #정당 #공리주의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정치 #블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