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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를 고용하는 건 사람을 '사는' 게 아니다

성 노동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단어 선택이 중요하다.

8월 11일, 국제 앰네스티는 투표를 통해 성 노동자들의 인권을 지지하는 정책을 만들자고 결정했다. 이번 결의안은 전세계적으로 성인들끼리 성을 사고 파는 것을 비범죄화하는 정책 도입을 촉구했다.

최근 이 안에 대한 논란이 일며, 성 매매에 대한 전체적인 비범죄화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사이에 뜨거운 공방이 다시 일었다.

우리가 성 매매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표현할 때 더 이상 쓰지 말자고 합의해야 할 표현들이 있다.

1. 노예 제도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면 사람을 ‘산다’, ‘판다’고 하지 말라.

만약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섹스를 한다면, 그 사람은 성 노동자를 ‘고용’한 것이지 ‘산’ 것이 아니다. 사람을 ‘사는’ 것은 문자 그대로 인간을 노예로 만들 경우에만 적용될 표현이지만, 합의 하의 성 노동을 인간을 ‘사고 파는’ 것으로 묘사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

여성들, 소녀들을 사고 파는 게 합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인권을 지지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ICM2015

이 두 가지는 분명 다르다. 괜히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언어 사용은 다른 사람과의 섹스는 소유권의 이전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만약 남성이 여성과 섹스를 하기 위해 돈을 주는 게 남성이 여성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면, 논리적으로 만약 돈을 주지 않고 남성과 여성이 섹스를 한다면 여성이 남성에게 자신의 소유권을 주는 것이 된다. 그리고 누가 강간을 당하면 어떻게 되나? 강간범은 피해자를 소유하게 된 것인가?

이런 식의 생각은 부부 사이의 강간은 불가능하다, 한 번 합의한 것은 영원히 합의한 것이다, 여성의 몸이 어떤 식으로든 섹스를 하는 파트너의 것이다 라는 잘못된 생각을 뒷받침한다.

여성 인신 매매 반대 센터 등 모든 종류의 성 매매 폐지를 옹호하는 단체들은 모든 성 노동은 착취의 형태라는 자신들의 믿음을 강조하기 위해 이 표현을 쓴다. 그러나 돈을 주고 하는 모든 섹스를 노예제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발적인 성 노동자들과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하나로 만들어 버린다. 성 노동자 옹호자들과 인권 단체들은 이것은 성 노동자들에게도, 인신매매 피해자들에게도 좋지 않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다.

학대와 착취의 피해자들조차 반드시 ‘노예’인 것은 아니다. 현실은 훨씬 복잡한 게 보통이고, 이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은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성 매매에 관여하는 집단 중 언제나 피해자인 집단이 하나 있다. 어린이들은 섹스를 하겠다고 합의할 수 없으니 결코 ‘아동 성 노동자’라는 말은 쓰지 말라.

2. 섹스를 파는 것은 ‘본질적으로’ 모멸적이라고 단언하지 말라.

성 노동은 ‘본질적으로 모멸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풍기 사범 단속반의 케이시 레이시 경사는 작년에 트루스아웃에 이렇게 말했다. “여성이 섹스 용으로 자신의 몸을 파는 것은 불법이어야 한다. 그것은 모멸적이고 착취이다.” (그러나 여성이 착취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앵커리지 경찰은 여성들을 성 매매를 이유로 체포했다.)

물론 섹스를 파는 것이 모멸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건 ‘본질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본질적’은 모멸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정 상황에서 모멸적일 수 있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본질적’이라고 하면 섹스를 파는 것은 그게 누구든, 상황이 어떻든 언제나 모멸적이라는 의미다.

성 노동자 본인들은 이런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트렌스젠더 지지자이자 전 성 노동자인 재닛 목이 2014년에 쓴 에세이 일부를 소개한다.

불리한 위치의 사람들은 몸이 유일한 자산인 경우가 많다. 특히 가난하고 소득이 낮은 유색 인종 커뮤니티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는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몸을 사용하는 게 수치스러운 일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수치스러운 것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 노동과 같은 지하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추방하고 오명을 씌우며 범죄화하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성 노동을 본질적으로 모멸적이라 하는 것은 사람이 성적으로 하는 행동을 그 사람의 가치와 동등하게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고의 연장선상에 놓인 생각들은 다음과 같다. 캐주얼 섹스를 하는 여성들(혹은 성 노동자들)은 성폭행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간 피해자는 자신의 ‘순수함’을 입증하거나 자기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신의 성 경험을 전부 이야기해야 한다, 어느 여성을 ‘걸레’라고 일축해버린다. 실제로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LGBT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이런 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다.

성 매매 반대 운동가들이 어느 집단 전체에게 그들이 하는 일은 ‘모멸적’이라고 말하면 이건 그저 모욕에 그치는 게 아니다. 과거에 섹스를 팔았던 개인들에게 낙인을 찍는 발언이며, 그 운동가들 자신이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일이다.

3. 성 노동자의 합의가 ‘진짜’가 아니라고 하지 말라.

돈을 주고 하는 섹스는 진정으로 합의한 섹스일 수 없으며, 모든 성 노동자들은 물리적으로 강제 당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상황과 금전적 필요에 의해 강제 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합의라는 단어에 따옴표를 사용하거나 합의하의 유료 섹스를 ‘유료 강간’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자신들의 믿음을 표현한다.

성 노동자와 지지자들은 보통 이런 말을 한다. 즉, 성 노동자가 합의한 것이라고 말하면 그건 합의한 것이다.

“돈이 존재한다고 해서 합의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성 노동에 관해서든 아니든, 합의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구성된다: 상황, 시간, 감정 상태, 신뢰…”

우리의 합의는 유의미하다

모든 성 노동을 성폭력이라고 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당신이 성 노동을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성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을 즐긴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여성이 합의했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합의가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여성이 합의하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합의했다고 우기는 것과 아주 비슷하게 들린다.

“만약 여성이 섹스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말을 믿어야 한다면, 여성이 섹스에 합의했다고 하는 주장도 믿어야 한다.” #sexwork

모든 성 노동을 강간이라고 하면 실제 강간의 피해자가 된 성 노동자들이 진지하게 받아 들여지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섹스에 합의했다고 말하는 이성적인 성인들의 말을 무시해 버림으로써, 당신은 남의 마음을 본인보다 당신이 더 잘 안다는 걸 암시하는 것이다. 그런 행동을 할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경찰들이 성 범죄 부서를 ‘거짓말하는 년들 부서’라고 부르는 게 놀라운 일일까?

허핑턴포스트US의 Hiring A Sex Worker Is Not 'Buying' A Person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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