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설악산 케이블카, 경제성 분석의 진실

KEI의 2015년 보고서는 잠깐만 읽어봐도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복잡한 수식을 나열해 포장했지만, 결국 2012년 당시에 비해 설악산 케이블카 탑승객 예상치를 잔뜩 높여서 만든 결과일 뿐이다. 조금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2018년 기준으로 연간 케이블카 탑승객을, 지난번 보고서에서는 평균 38만5천명, 이번에는 평균 약 54만5천명으로 예측해서 B/C 분석을 한 것이다. 탑승객이 무려 40% 이상 높은 수치로 바뀌었으니, 경제성이 없던 사업이 졸지에 있는 사업으로 둔갑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 장재연
  • 입력 2015.08.13 07:32
  • 수정 2016.08.13 14:12
ⓒ한겨레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해달라는 바람일 것이다.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공무원을 고용하고, 대통령을 선출하고, 세금을 낸다. 돈은 대통령, 공무원이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런데 돈을 만지다 보면 마치 자기 돈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국민들이 나쁜 일이라고 해도 막대한 돈을 제 맘대로 쓴다.

이 세상에는 '나랏돈은 공돈이다'이라는 신념을 가진 약삭빠른 인간들이 많다. 그럴듯한 명분으로 각종 사업을 만들어 세금을 자기 돈처럼 쓴다. 공무원과 이런 인간들의 유착이나 부패를 막기 위해, 또는 효율적으로 세금을 사용하기 위해서도 정부 사업마다 여러 단계의 평가 과정을 거치고, 타당성 분석을 한다. 그중의 하나가 경제성 평가이고 비용편익(B/C)분석이다.

그러나 효과나 비용이 추상적일 때도 많고, 산출방법이 복잡하다는 점을 악용해 대부분 숫자놀음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어떤 사업도 경제성 있는 사업으로 둔갑시키는, 세금 도적질의 부역행위를 하는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터무니없는 수요 예측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강행한 대형 국책사업과 도로, 철도, 시설들이 적자에 시달리고, 막대한 혈세로 메우고 있는 사실을 온 국민이 알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하는 짓이 다 그렇지' 하고 아예 자포자기 상태가 된 것 같다. 대통령이나 공무원들이 몰라서 했다면 모르겠지만, 잘못인 줄 알면서도 하거나 심지어 조작과 왜곡을 통해 결과적으로 세금을 도적질한 게 된다면 범죄행위고 심하면 역적 행위다. 그런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국민들이 감시하고 비판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왕도는 없다.

설악산의 아름다운 계곡 ⓒ장재연

7월 22일, 강원도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의뢰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비용편익비율(B/C Ratio)을 분석한 결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KEI는 불과 3년 전인 2012년에는 경제성이 없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던 정부 국책기관이다.

강원도의 일부 언론은 마치 이 분석 결과가 진실인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절대 대다 국민들은 '정부가 이번에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하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지, 2012년 분석결과가 오류가 있어 수정되었거나 또는 보완조치를 통해 경제성이 있는 사업으로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었어야 속지, 환경부가 정권 수뇌부의 의지에 맞춰 개발사업의 정당성을 부여한 부역을 해 온 이력을 이미 사대강 사업 등에서 지겹도록 본 국민들이 속아 넘어갈 리가 없다.

KEI의 2015년 보고서는 잠깐만 읽어봐도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복잡한 수식을 나열해 포장했지만, 결국 2012년 당시에 비해 설악산 케이블카 탑승객 예상치를 잔뜩 높여서 만든 결과일 뿐이다. 조금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2018년 기준으로 연간 케이블카 탑승객을, 지난번 보고서에서는 평균 38만5천명, 이번에는 평균 약 54만5천명으로 예측해서 B/C 분석을 한 것이다. 탑승객이 무려 40% 이상 높은 수치로 바뀌었으니, 경제성이 없던 사업이 졸지에 있는 사업으로 둔갑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조작을 하기 위해, KEI는 양양군의 낙산 해수욕장 등 유명 피서지에 몰리는 휴가객들이 대거 케이블카를 타러 오색마을로 몰려오는 가정('방법 B')을 비롯하여 '방법 C', '방법 D' 등 다양한 가정을 고안해 냈다. 그런데 탑승객을 부풀려 억지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만들기까지는 했는데, 예기치 않은 모순이 발생했다. 즉, 오색마을 방문객 숫자보다 오색케이블카를 타는 탑승객 숫자가 더 많아진 것이다. 오색마을을 거치지 않고 오색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늘에서 내려와 케이블카를 타야 하는가? 억지로 맞추려다 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지만, 나라 망신이다.

표. 오색지역 방문객 수와 오색 케이블카 탑승객 추정치(KEI)

출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 설치사업 경제성 검증, 2015.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양양군

주) 위 보고서의 '<표 13> 탑승객 추정 결과'에서 2018-2020년 자료만 표시하고, '<표 12>의 설악산 지역 방문객 추정결과'에서 2018-2020년 오색지역 방문객수 자료를 병행 표시하였음.

KEI가 사용한 방법 A, B, C, D 중에서 그나마 '방법 A'의 수치만이 논리적으로 수용 가능한데 이것조차 지금의 오색마을의 상황에 비춰 볼 때는 과도한 수치이다. '방법 A'는 몇 시간씩 기다려서 타야만 하는, 설악동의 권금성케이블카 탑승률 수치인 31.6%를 오색마을에 적용해서 산출한 것이다. 이 수치는 전국 최고의 인기라는 통영의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탑승률 17%보다도 훨씬 높고, 따라서 케이블카 탑승객 추정에 사용할 수 있는 수치로는 가장 높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설악산 오색쪽은 생태적 보존가치는 높은 곳이나 경관이나 정상부 전망은 권금성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낮기 때문에, 권금성 케이블카와 같이 탑승률이 절대 높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치는 그럴 수 있다고 하자. 또 다른 문제는 오색마을 방문객은 약 80%가 설악산 정상으로부터 하산해서 오색마을을 빠져 나가는 관광객이어서 케이블카를 타지 않을 사람들이지만, 다 탈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가정하고 추정한 것이다. 따라서 '방법 A'의 205,440명조차 과도하게 높게 추정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무리한 가정을 해서 탑승객을 부풀려도, B/C 비율은 0.910으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결론이 뒤집어지지는 않는다.

'방법 B'는 논리 자체는 2012년에도 검토되고, 적용된 방법이다. 즉 오색마을 방문객을 산출기준으로 사용하지 않고 양양군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서, 속초시 관광객 중에서 권금성케이블카를 탄 비율인 6.65%를 적용해서 탑승객 예상치를 산출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2012년 당시에 이 방법과 '방법 A'에 의해 산출된 예상 탑승객 숫자를 갖고 B/C 분석을 한 결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8.68%로 올려서 계산함으로써 탑승객 추정치를 대폭 부풀린 것이다.

8.68%란 숫자는 통영시의 17%라는 자료를 가져다가 속초시의 6.65%와의 가중평균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적용해 만든 숫자로, 자신들의 보고서에 이런 일을 왜 했는지 무슨 근거로 한 것인지 아무 설명도 제시하지 않았다. 연구진들이 탑승객 추정치 숫자를 높여야 해서 하기는 했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꼈거나 달리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단이 없어서 못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듯싶다.

양양군 관광객은 8월 한 달 사이에 1년 방문객의 62%가 집중되고 있다. 이로 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양양군 관광객은 대부분 여름철 휴가철에 낙산 등 유명 바닷가 해수욕장으로 몰리는 피서객이어서, 설악산 방문객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속초시와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속초시의 6.65%를 사용해도 과다 추정이 불가피한데, 그것도 모자라서 엉뚱한 통영시 자료까지 가져다 부풀림 작업을 한 것이다. 그러다가 자기들이 추정한 오색마을 방문객 숫자보다도 많은 숫자가 나오는 참사를 야기한 것이다.

KEI는 이처럼 분석 기초 단계에서 무리수를 강행하고, '방법 A'와 '방법 B'를 평균내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B/C 비율이 1.148이라는 분석결과를 만들어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경제성이 있는 사업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하고도 환경부와 KEI는 불안했던 것 같다. KEI는 2012년과는 달리 '방법 C', '방법 D'라는 것을 추가로 만들어 냈다. 설악산 국립공원 전체 탐방객이 케이블카로 집중 견인되는 효과를 반영하는 방법과 관광객이 일시에 급증할 것으로 가정하는 예상치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가정들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는 장밋빛 추정인데, 앞에서 '방법 A'와 '방법 B'의 평균을 낸 결과와 한 번 더 합쳐서 또 다른 평균값을 만드는데 사용됐다. 쉽게 말해서 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물 타기를 한 번 더 한 것이다. 그 결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의 B/C 비율은 1.214로 높아졌다.

KEI 보고서의 '오색케이블카 경제성 분석 B/C 비율' 산출과정

B/C 비율을 1이 넘는 1.148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만들고 나서, 왜 말도 되지 않는 무리수를 한 번 더 감행했을까? B/C 분석은 워낙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평균값이 설사 1이 넘었다고 경제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탑승료, 부대수입, 공사비, 운영비, 할인율 등 다양한 변수들이 변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용어로 민감도 분석이란 것을 해서 오차범위가 모두 1을 넘어야 신뢰할 수 있다. B/C 값이 간신히 1을 넘은 경우에는, 민감도 분석에서 1 미만의 값이 나올 수가 있다. KEI는 억지로 만든 값조차 1을 간신히 넘자, 민감도 분석 결과가 1 미만의 값이 나오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이런 작업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

다소 복잡한 내용이지만, 이번 KEI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경제성 평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가장 낙관적으로 추론해도 B/C 비율이 0.910에 불과한 사업을, 터무니없는 탑승객 추정치로, 한번으로도 안 되니까 몇 차례 물타기해서 1.214까지 끌어 올리고 민감도 분석 결과도 1.10-1.35로 만든 것이다. '정말 애쓰고, 애썼구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담당자들이 불쌍하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겠지만, 환경부와 KEI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썩어도 너무 썩었다.

당연히 이런 문제를 지적해야 할 언론과 심지어 야당조차 꿀 먹은 벙어리다. '산으로 간 사대강 사업'이라고들 비판하는 국립공원 개발 사업이 '창조경제'라는 명목으로 추진되고 있으니, 추진세력인 정부와 여당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데, 이를 비판하는 정치권은 소수 정당밖에 없으니, 대한민국에 제1야당이 존재하고 있기는 한 건지 모르겠다.

설악산 개발 사업은 아무리 경제성이 있다고 해도 추진하면 안 된다는 것이 국립공원 등 5가지 종류의 보전지구로 지정한 의미이다. 따라서 경제성 평가에 대한 논쟁은 애초에 불필요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추진론자들이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환경부는 그것을 토대로 사업승인을 하려고 하니,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경제성 검증' 보고서를 검토해 보았다. 결론은 한 마디로 억지논리로 가득 찬 보고서라는 것이다. 또한 억지 결과를 만들 것을 강요받은, 그래서 자신들의 선행 연구결과를 부정해야 하는 연구진들의 멘붕 상태가 감지되는 보고서라고 표현하고 싶다. 상세한 근거는 지면관계상 생략하고자 한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심사에 필요한 모든 행정적인 절차는 끝났고, 8월이나 9월에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열려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이 위원회는 환경부 차관이 위원장이고 정부 관계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정부의 내부 방침대로 통과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KEI의 경제성 분석이 워낙 심각한 하자가 있기 때문에, 특히 민간위원들이 최소한의 상식과 양심을 지켜서 용기 있게 정부 측 위원들을 설득한다면 정부도 강행통과 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훌륭한 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국립공원위원회가 후세에 오욕을 남기지 않을,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 대한민국에서 학자 또는 전문가로 사는 것이 부끄럽지 않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자의 블로그 방문하기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설악산 #설악산 케이블카 #경제성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