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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 사상 최대 평가절하 파장

  • 허완
  • 입력 2015.08.12 06:57
ⓒKeith Leighton / Alamy

정부가 통화가치를 사실상 정하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하루 변동폭 기준으로 2% 가까이 떨어뜨렸다. 올해 들어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진 데 따른 경기 부양 조처로 풀이된다. 중국의 이번 조처로 원화 가치가 하룻새 20원 가까이 급락하는 등 아시아 주요 통화 가치도 크게 출렁였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은행은 11일 위안화 가치를 달러당 6.2298위안으로 고시했다. 전날보다 위안화 가치를 1.86% 떨어뜨린 것으로, 하루 변동폭으로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중국은 인민은행이 매일 기준환율을 고시하고, 환율 변동폭은 기준환율의 2% 내로 제한을 두는 ‘관리변동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크게 떨어뜨린 이유로, 위안화 가치가 시장 기대에 견줘 높게 평가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인민은행은 보도자료를 내어 “달러는 강세를, 유로와 엔화는 약세를 보이는 등 한층 복잡해진 세계 경제는 (중국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며 “중국 위안화는 그간 상대적으로 많은 경상수지 흑자 영향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완전히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위안화 절하 조처 배경을 중국 경제 둔화가 심화되고 있는 데서 찾고 있다. 경기 대응 차원에서 이번 조처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이날 보고서를 내어 “위안화의 상대적 강세에 따라 중국 기업의 수출 부진 우려가 이번 인민은행 조처의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수출은 한해 전보다 9.3% 감소했고, 중국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올해 성장률 7% 달성도 쉽지 않다고 주요 경제분석기관들은 관측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6.8%, 내년은 6.3%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런 중국 경제 둔화 전망 탓에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는 자금 유출도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시장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치가 일제히 급락세를 보이는 등 국제금융시장은 위안화 평가절하 조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원-달러 환율은 1179.1원으로, 전날보다 15.9원 급등세를 보였다. 2012년 6월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타이 밧화와 싱가포르 달러, 필리핀 페소화 등도 연중 최저값을 찍으며 약세를 보였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아시아 통화 가치 하락폭을 보면, 이번 중국 인민은행의 조처를 시장이 예측하지 못했거나 위안화 절하폭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도 전날보다 16.52(0.82%) 떨어진 1986.65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 이하로 떨어진 것은 올해 3월16일 이후 처음이다.

국내 실물경제도 중국의 이번 조처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 파장이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릴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중간재를 수입해 완성품을 국외에 파는 산업구조다. 이번 조처로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대중 중간재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로선 수출 물량 확대라는 과실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국외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품목의 경우엔 시장을 중국에 내주는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

이봉걸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수출 회복으로 우리 중간재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외 미국, 유럽연합, 아세안 등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전반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천용찬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회복돼도 중국이 중간재 자급률을 높이고 있어 중간재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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