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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뢰 폭발, 청와대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 허완
  • 입력 2015.08.12 06:00
  • 수정 2015.08.12 06:02

①‘지뢰 브리핑’ 한 날, 박대통령 ‘표준시’ 얘기만

②‘북 소행 의심’ 직보에도 박대통령 “화합 동참”

③국방부 ‘지뢰 브리핑’ 직전 통일부 ‘고위회담’ 제안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인 2명이 중상을 입었으나, 일주일 동안 통일부와 국방부, 청와대가 ‘엇갈린’ 행보에 나서면서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북 협력과 안보를 함께 총괄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로서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이번 사건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불법으로 침범해 목함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한 명백한 도발”이라며 “북한의 도발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서 우리는 북한이 이번 도발에 대해 사죄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4일 이후 일주일 만에 청와대가 처음 내놓은 공식 반응이다.

청와대는 국방부가 사건 개요를 공식 발표한 10일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의 표준시 변경 발표에 대해 “남북 대화와 동질성 회복을 위한 일련의 조치를 제안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표준시 변경을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을 뿐 지뢰 도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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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사건 다음날인 5일부터 10일까지 통일부는 매일 오전 북에 고위급 회담 제안을 담은 서한 전달을 시도했고, 박 대통령은 5일 강원 철원군에서 열린 ‘경원선 남측구간 기공식’에 참석해 “남북 협력을 통해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국방부는 “북한제 목함지뢰가 폭발한 것 같다”(6일)며 보도유예를 요청했고, 8일에는 한민구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려 대응책이 논의되기도 했다. 이날 결과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사고로 군 장병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뒤 북한의 소행을 의심하며 조사가 이뤄지던 지난 일주일간, 통일부는 대북 대화를 제안하고 박 대통령은 “남북 협력”을 강조한 셈이다.

심지어 10일에는 통일부가 고위급 회담을 제안(오전 10시)한 것과 거의 동시에 국방부에선 지뢰폭발 사건을 브리핑(10시30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직무유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11일 청와대가 강경대응으로 돌아선 것도 정부 내 혼선을 의식해 뒤늦게 ‘한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선회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쪽은 국방부의 조사 결과 발표 뒤 ‘엄정한 대처’라는 기조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히 응징하되, 대화를 위한 노력은 별도로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기조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도 지속해 나가는 한편,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쪽은 전했다.

하지만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제 기능을 했다면 사건 초기부터 정부가 한목소리를 내며 국민들을 납득시켰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 탓에 사건 예방과 철저한 조사, 재발 방지 노력 등 ‘삼박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도 “만약 북한의 도발이라고 판단했다면 해당 부대는 비상을 걸고 합참은 위기조치반을 소집하는 등 대응 조처가 뒤따랐겠지만, 그러긴커녕 사고 발생 엿새가 지나서 엉뚱하게도 병원 후송과 같은 사후조처의 성공을 강조하는 발표가 나왔다”며 “최초 보고가 어떤 내용으로 이뤄졌고 군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도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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