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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DMZ 지뢰 도발이 한국군의 안보실패인 4가지 이유

  • 원성윤
  • 입력 2015.08.11 14:11
  • 수정 2015.08.11 15:03
ⓒ연합뉴스

1. 하늘도 바다도 땅도 뚫렸다

이번 DMZ 지뢰 매설 사건은 북한군의 전면적인 도발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우리 군이 드나드는 철책 통문 밑에 목함지뢰를 설치한 것은 북한군의 의도적인 행위라는 게 명백하며,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북한에게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하지만 '안보'를 전면에 내세우는 보수 정권 하에서 바다(천안함 피격 사건), 하늘(무인기 침투), 땅까지 뚫렸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 군의 안보를 전면적으로 되짚어볼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13년에는 북한에 의해 KBS, MBC, YTN 등 방송사는 물론 신한은행 등 금융권까지 해킹당하는 등 총체적 '안보 공백'이라고도 할만큼 뚫리고 있다.

남북한의 경제규모 차이는 최대 43배(8월5일, 뉴시스)까지 나는데도 불구하고 안보에서 만큼은 북한의 도발에 매번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양새다.

2.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계속 감지됐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폭발사고는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공개한 사고발생 현장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지난해 말부터 감지됐다.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지뢰매설 작업을 하는 동향이 이미 포착됐음에도 '설마'하는 이한 대응이 이같은 참사를 불렀다.

우리 군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북한군의 특이한 동향을 파악했습니다. 야간 매복 인원이 늘어나는 추세였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통문을 나서기 전에 지뢰나 부비트랩, 매복조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한 조치가 반드시 있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8월11일, JTBC)

휴전선에서 총격전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기사가 나온 시점은 올해 5월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군사분계선(MDL) 내부에서 남북한 사이 총격전이 월 1회 수준으로 급증하는 등 휴전선 인근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유엔사 군정위)가 진상 조사에 착수하고,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 자격으로 한국군의 휴전선 대응 태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주간동아, 5월18일)

한민구 국방부장관

DMZ 인근 경계가 느슨하다는 지적도 그동안 계속됐다. 지난 2012년에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이른바 '노크귀순'을 했고, 지난 6월에는 철책선을 건너 하룻밤을 지낸 뒤 북한군 병사가 귀순한 사례도 있었다. 이 때문에 철책 경비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북한군이 작년 말부터 10~20여명씩 몰려다니다 그중 일부가 MDL을 침범한 뒤 빠지거나 MDL 인근에 지뢰를 매설하는 등 이상 징후를 포착한 상황에서 군 지휘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최윤희 합참의장은 2013년 10월 취임 직후부터 전방 GOP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의 다음 도발은 최전방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계 작전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었다. (8월11일, 조선일보)

그럼에도 군은 악천후와 울창한 수목으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계 공백'이라는 옹색한 논리로 이번 DMZ 지뢰 폭발 사태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우리 군은 GP와 GP 사이 넓은 지역에서 일정 부분 '감시 공백'은 불가피하며, 이번 사건은 우리 군 경계작전 실패가 아닌 북한군의 도발이란 점을 강조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기상에 많은 영향을 받아 감시장비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었다. 통문지역은 항상 다니는 지역이기 때문에 지뢰탐지를 하며 전진했어야 하지만 모든 지역을 다 지뢰탐지 하면 계획된 수색을 진행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8월10일, 더 300)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김민석 대변인의 말을 뒤집어 보면 북한군이 사각지대를 틈타 도발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이에 대해 김태훈 SBS 기자는 '취재파일'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군인들이 행동보다 말이 앞서고 있습니다. 보복할 결심을 했다면 “두고 보자”는 엄포 없이 조용히 그렇지만 단호하게 응징하면 그만입니다. 말을 앞세우지 않았다면 응징하지 않았을 때의 후폭풍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8월11일, SBS)

3. 북한의 도발 때마다 '실 없는' 강경발언

군은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 강경 발언을 쏟아낸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

“(우리 군이) 적극적으로 DMZ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을 실시할 것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우리 군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북한이 도발하면 강력히 응징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8월11일, 한겨레)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사고 당시 작전에 참가한 장병들이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국군고양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북한군의 도발에 당한 뒤에 당시 작전에 참가한 장병들을 앞세워 기자회견을 시킨 점도 군의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국군고양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선 육군사관학교 출신 문시준(24) 소위는 이렇게 말했다.

"아군이 느낀 고통의 수만 배를 갚아주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기회만 기다리고 있다." (8월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중환자실을 찾아 비무장지대(DMZ)내에서 북한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함지뢰 폭발로 부상한 김정원 하사를 위로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DMZ에서 지뢰를 밟은 뒤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인 김정원 하사(23)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내놓았다. 11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중환자실을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북한에 대해 강경대응을 하는 것이 북한의 의도에 넘어가는 것이다. 뉴스에 붙은 댓글을 보니까 국민들이 많이 잘 모르는거 같다. 공격만이 대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그런 것에 대해서 좀 더 대변을, 설명을 했으면 좋겠다. (8월10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군 당국과 여론 일각에서 ‘북한에 역공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조급하게 대응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라고 소개했다.

4. DMZ 주도권, '확성기'와 '조준 사격'으로 잡을 수 있을까.

군 당국이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에 의도적으로 목함지뢰를 매설한 행위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부 시행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11년만 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DMZ 주도권 장악을 위해 내놓은 방책은 대북심리전 확성기 방송이다. 대북심리전이 북한에 주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은 있지만, 사태를 해결하는 방안 치고는 옹색하다. 또 군사분계선(MDL)을 넘을 경우 곧바로 조준 사격을 할 수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군사분계선을 넘는 북한군을 곧바로 사격하는 방법이 국지적 교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과연 군이 실제로 이 방안을 확정지을 수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문제다.

군은 이런 방침에 따라 MDL을 넘는 북한군에 대해서는 '경고방송-경고사격-조준사격'으로 대응해왔던 수칙도 '조준사격'으로 단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DMZ 수색과 정찰 작전을 소극적으로 저지하는 개념으로 해왔다면 앞으로는 공세적으로 적을 격멸하는 방식으로 변화될 것"이라며 "DMZ 안에서 적에게 더는 당하지 않는 작전개념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8월11일, 연합뉴스)

우리 군은 천안함 피격을 피격을 비롯해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에도 북한에 대한 선제적 타격을 하겠다는 등의 입장을 무수히 밝혀왔지만 확전 우려 때문에 실제로 진행된 적은 없다. 결국 우리 군의 '안보공백'을 북한에 대한 증오심으로 돌리는 형태다. 계속해서 '육해공'에서 빚어지는 상황을 과연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군에 있는 걸까. 북한에게 조롱받는 군의 방산비리가 참담할 지경이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똥별’만 21개"라는 비판(3월31일, 경북도민일보)이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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