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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공약 파기, 매번 참고 견뎌야 하나?

이달 25일이면 박근혜 대통령 5년 임기의 반이 된다. 그간의 직무 수행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의 평가가 있겠지만 오늘은 대선 공약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기로 한다. 공약은 국민에 대한 엄중한 약속이다. 특히 박근혜라는 이름은 신뢰의 상징으로 알려졌으니 누구보다도 공약을 더 잘 지킬 것으로 기대한 유권자가 많이 계셨을 것이다.

  • 김윤상
  • 입력 2015.08.17 09:49
  • 수정 2016.08.17 14:12
ⓒgettyimagesbank

이달 25일이면 박근혜 대통령 5년 임기의 반이 된다. 그간의 직무 수행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의 평가가 있겠지만 오늘은 대선 공약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기로 한다. 공약은 국민에 대한 엄중한 약속이다. 특히 박근혜라는 이름은 신뢰의 상징으로 알려졌으니 누구보다도 공약을 더 잘 지킬 것으로 기대한 유권자가 많이 계셨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게 아님을 누구나 알게 되었다.

애초부터 지킬 생각 없는 공약

물론 당선자가 모든 공약을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개별 공약 하나하나가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므로 당선 후 민의를 살펴서 당연히 재평가해 보아야 한다. 또 취임 후의 여건이 당초 예상과 달라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경우에는 공약을 지키지 않더라도 국민이 이해해줄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은 공약을 못 지킨 이유를 솔직히 밝히고 양해를 구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반면, 애초부터 지킬 생각이 없었던 공약도 있는 듯하다. 대표적으로 경제민주화 공약을 들 수 있다.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공약 134쪽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경제민주화] 모든 국민들이 100% 행복한 나라를 위한 첫 걸음입니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모든 경제주체들이 성장의 결실을 골고루 나누면서, 조화롭게 함께 커가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균등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경제의 틀을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동반 발전하는 행복한 경제시스템으로 만들겠습니다.

이런 공약이 진심이었다면 재벌 총수에 대한 특별사면을 추진할 수 있을까? 롯데 그룹의 경영권 갈등을 보면서도 재벌개혁 아닌 노동개혁을 중요 과제로 밀어붙일 수 있을까?

대형 언론마저 공약 불이행 주문

대형 보수 언론도 선거가 끝나자 이렇게 주문하였다.

(조선일보) 당선인은 선거기간 국민에게 '해 주겠다'는 말만 했는데 이제부터는 '참아 달라'는 말을 해야 한다.

(중앙일보) 약속의 실천은 중요하다. 그러나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한 통치다.

(동아일보) 복지공약은 우선순위를 따져 접을 것은 접고 지켜야 할 것은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공약이 진심이 아님을 이미 알았다고 실토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공약이 진심일까 봐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하다.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선거 전에 공약의 문제를 비판했어야 한다.

정당에서 대선 1년 전에는 공약 기본틀 내놓아야

졸속 공약과 속임수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다. 그래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실정은 예비후보자들이 선거가 임박하여 부랴부랴 공약을 만들어 왔다. 심지어 대선용 정당을 창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니 졸속 공약이 될 수밖에 없다. 정당 중심의 정치에서는 누가 최종 후보가 되든 상관없이 공약의 기본틀을 정당에서 제시하고 거기에 예비후보자의 개인적 철학이 가미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렇다면 정당에서 대선 공약의 3분의 2를 미리 마련한 다음, 예비후보자가 나머지 3분의 1을 채우는 방식이 적당할 것이다.

현행 공직자선거법에 의하면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을 선거일 전 240일부터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당의 대선 공약은 늦어도 선거일 1년 전까지 마련하고 각 대선 출마 희망자들은 예비후보자 등록 전까지 자신의 공약을 첨가하도록 하면 졸속 공약을 막을 수 있다.

속임수 공약 내건 정당은 차기 대선 5% 감표로 응징

속임수 공약을 한 경우에는 단호한 응징 조치가 필요하다. 공직자선거법 제250조에는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경우에 5년까지 징역에 처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허위공약은 허위사실 공표보다 더 무거운 범죄가 아닐까? 그런데 왜 공직자 선거법에서 속임수 공약에 대한 처벌이 없는지 이상하다.

속임수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어려워서일까? 물론 판별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판별이 어려워서 처벌 규정을 두지 않는다면 본말이 뒤집힌 것이다. 아니면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을 믿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선거에 관한 온갖 규제도 필요 없다는 말이 된다.

속임수 공약을 주도한 자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물론이고 차기 선거에서 총유효투표의 최소한 5%p를 그 정당 득표에서 감표하면 좋겠다. 현행 당선무효소송은 당선인 결정으로부터 30일이라는 단기간에 제기해야 하므로 효과가 적은데 속임수 공약 소송은 다음 선거 때까지 할 수 있게 하면 관련자들이 더 조심하게 될 것이다. 졸속 공약, 속임수 공약이 없는 선거,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진 선거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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