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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북한 지뢰 폭발 사건 재구성

지난 4일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와 관련해, 군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묻어놓은 지뢰가 폭발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 ‘통문’ 남·북에서 1차례씩 폭발

군은 목함지뢰가 지난 4일 오전 7시35분과 40분에 비무장지대(DMZ) 소초(GP) 인근 철책의 통문 하단 북쪽 40㎝(1차), 남쪽 25㎝(2차) 지점에서 각각 폭발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통문 앞뒤 한두뼘 사이 땅 밑에 지뢰가 묻혀 있었던 셈이다.

군이 발표한 사고 당시 상황을 보면, 수색근무를 나가던 김아무개(23) 하사가 먼저 통문을 통과한 뒤, 하아무개(21) 하사가 두번째로 통과하다가 지뢰를 밟아 오른쪽 무릎 위와 왼쪽 무릎 아래 다리가 절단됐다.

김 하사는 발길을 돌려 하 하사의 부상당한 하체를 받쳐들고 다른 장병들과 더불어 통문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자신도 통문 남쪽에 묻힌 지뢰를 밟아 오른 발목이 절단됐다. 군은 하 하사가 다친 지점에 생긴 1차 폭발 구덩이가 김 하사가 다친 2차 폭발 구덩이보다 크다는 이유로, 통문 북쪽에서 목함지뢰 2발, 남쪽에서 1발이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북한군 지뢰가 확실”

군은 사고 당시의 처참한 광경이 담긴 열상감지장비(TOD) 영상은 공개했으나, 북한군의 매설 과정에 대해서는 별도의 증거자료를 내놓진 못했다. 그러나 한·미 합동조사단장을 맡은 안영호 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반적으로 판단해볼 때 당시 폭발물은 북한군 목함지뢰가 확실하다”고 단정지었다.

그 근거로 안 준장은 “사건 발생 현장에서 수거한 모두 5종, 43개의 잔해물을 통해 북한제 목함지뢰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뢰에 사용된 용수철과 공이 등 철제 부품, 목함 파편 도색이 북한군 목함지뢰와 일치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현장에서 발견된 목함 파편의) 나무 성분에서 강한 송진 냄새가 났다”며 “2010년도에 (경기도 연천) 사미천으로 떠내려온 북한군 목함지뢰를 우리 군이 가지고 있는데, 그 목함지뢰에서도 강한 송진 냄새가 났다”고 강조했다.

■ “북한군이 넘어와서 매설”

또 안 준장은 “우리 작전병력을 해칠 목적으로 적이 의도적으로 지뢰를 매설한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딘가 오랜 기간 묻혀 있던 지뢰가 폭우 등으로 떠내려왔을 가능성과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뢰를 묻어놨을 가능성을 제시한 뒤, 전자를 배제하며 ‘지뢰 공격’ 가능성을 추정했다. 안 준장은 △‘남고북저’의 내리막 지형이므로 지뢰가 남쪽으로 떠내려올 수는 없으며 △사고 현장은 평소 차량이 다니는 지역으로 지뢰 제거 작업을 이미 했고 △사고 뒤 현장엔 지뢰만 있었을 뿐 같이 떠내려온 흙이 쌓인 흔적이 없었으며 △사고 당시 바닥에선 지뢰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만큼 지뢰만 떠내려온 것으로도 보기 힘들었다는 등의 근거를 제시했다.

매설 시기에 대해 군은 △지난달 22일에도 사고 현장에서 정상적인 작전을 했고 △지난달 24~26일 이 지역에 150㎜의 호우가 내렸으며 △북한군 소초 병력이 25일 교대한 것으로 보아,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 사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1사단은 이번 사고 뒤 수색작전구역에서 대대적으로 지뢰탐지작업을 벌였지만 목함지뢰의 추가 발견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지역에 여러 개를 파묻어 공격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일반적인 지뢰 공격 양상과는 다른 점이 눈에 띈다.

■ 북한이 440m 넘어왔는데 몰랐다?

군 설명대로라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기준 440m 지점까지 넘어와 의도적으로 지뢰를 묻어놓고 간 상황을 군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날 브리핑에 나온 구홍모 합참작전부장(소장)은 “7월23일 이후 티오디 녹화 화면을 모두 재생시켜 확인했다”면서도 “북한군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 소장은 “그 지역은 수목이 울창해서 감시장비로 보기에 매우 제한되는 곳이고,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그래서 우리가 야간에 들어가서 수색도 하고 매복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군이 북한군의 구체적인 매설 장면이나 매설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군은 사고 직후, 수색대원들이 침착하게 후송작전을 펴는 등 전우애를 발휘한 것에 대해선 높이 평가했지만, 사건을 미연에 막지 못한 것을 두고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합참에서는 “현장에서 지뢰나 부비트랩, 매복조 등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더 했어야 했다. 현장 지휘관의 전술조치에 과오가 있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일대에 지뢰를 매설하는 특이 동향이 포착됐다면서도, 국방부와 합참이 일선 부대와 현장 지휘관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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