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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들이 '레진 미담'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던 이유

  • 허완
  • 입력 2015.08.10 18:43

3일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레진)가 ‘창작자 우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레진 미담’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생겨났다. 신인 작가라도 레진에 연재를 시작하면 ‘미니멈 개런티’ 200만원을 보장하겠다는 선언은 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창작자들의 처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정책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웹툰 작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창작자 우대 프로젝트를 발표하기 직전 레진은 웹툰 작가들에게 새로운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 계약서엔 저작권에 대한 중요한 조항이 들어 있다. 웹툰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의 원작이 된다면 판권 계약 때 레진이 우선협상권을 갖는다는 것과 해외에 팔 때는 반드시 레진을 통해 계약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연재 계약에 서명하려면 저작권 이월에도 동의해야 했다. 작가들은 “2차 저작권이나 해외 판권을 레진과 나눌 결심을 하지 않으면 레진에 연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불공정 계약”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급기야는 “연재 계약서가 곧 저작권 포기 각서”라는 원성까지 듣게 되자 레진은 최근 “연재와 저작권은 분리해 별도 계약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고 한다.

‘미니멈 개런티’에 대해서도 이론이 분분하다. 올해 4월 이미 네이버웹툰은 기본 고료를 200만원으로 올렸다. 물론 이보다 낮은 웹툰 업체들도 많기 때문에 레진의 200만원 선언은 웹툰 작가의 최저임금을 정하는 상징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개런티는 최저임금이라기보단 작가의 인세와도 비슷한 개념이다. 네이버와 다음에 연재하는 작가들은 기본 고료를 받는다. 여기에 독자들이 돈을 내고 미리보기나 다시보기를 하면 그 수익의 일부가 작가들에게 추가로 돌아간다. 레진의 미니멈 개런티는 작가마다 책정한 기본급에다 유료로 팔린 수익금까지 합친 돈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미니멈 개런티 200만원의 뜻은 어떤 작가가 기본급이 140만원이라고 치고 독자들이 그 작가의 유료만화는 보지 않아서 추가 수익이 전혀 없다면 레진에서 60만원을 보태겠다는 뜻이다.

왜 기본급을 올리지 않고 복잡한 셈법을 만들었을까? 대형 포털사이트와는 달리 신생 유료 웹툰 서비스들은 기본급을 무작정 올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신생 업체인 레진이 수익도 독려하면서 작가의 기본 생계비를 보장하려 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최저임금이 오른 것이 아닐 뿐이다. 만화가들은 “작가에게 기본 원고료는 연재를 이어갈 수 있는 노동의 대가, 곧 기본급이고, 유료만화로 나온 수익금은 성과급이다. 두가지를 분리해야 작가가 창작자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과급이라는 기타 수익 배분 논란도 여전히 뜨겁다. 얼마 전 네이버웹툰 광고 수익 계약서도 논란이 됐다. 네이버웹툰에선 만화마다 맨 아래쪽에 광고가 붙어 있는데 네이버는 그 광고 수익 일부를 작가들에게 ‘창작지원금’이라는 형식으로 지급해왔다. 그런데 네이버는 ‘창작지원계약서’에 “광고 형식, 단가, 게재 여부, 작가들이 얼마를 받을지에 대해 작가들은 일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항목을 넣었다가 작가들의 반발이 커지자 그 조항을 삭제했다.

창작을 한다면 생계조차 불안한 우리 사회에서 만화가들의 기본급이 2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웹툰 작가는 연재를 할 때만 월급을 받는 직업이다. 또 산업이 커갈수록 웹툰 자체만이 아니라 2차 수익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웹툰 시장은 2950억원, 웹툰 기반 2차 콘텐츠 시장은 12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기본 생계비를 넘어서는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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