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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의 35세 새 대표를 읽는 5가지 키워드

  • 허완
  • 입력 2015.08.10 14:38

10일 다음카카오 새 단독 대표에 내정된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어떤 인물일까?

1980년생(만 35세)인 그가 시가총액 8조원에 달하는 다음카카오를 이끌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임지훈 내정자는 정식 취임 이후 다음카카오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까?

미래를 읽는 방법 중 하나는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다. 임 내정자가 그동안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다음카카오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임 내정자를 관통하는 5가지 키워드를 꼽아봤다. 어쩌면 ‘35세’라는 나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건 따로 있는지도 모른다.

1. 벤처

임 내정자가 대표로 있는 케이큐브벤처스는 스타트업 전문투자회사다. 흔히 ‘벤처캐피털(VC)’라고 부르는 곳이다. 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해 필요한 자금을 투자 등의 형태로 지원하고, 이후 기업이 성장하면 이익을 회수한다. 임 내정자가 처음부터 대표를 맡아온 케이큐브벤처스는 2012년 설립 이래 국내 대표 스타트업 투자사로 자리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임 내정자의 경력도 모두 IT 분야 ‘벤처’와 연관되어 있다. 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액센츄어에서 IT 애널리스트로 일했으며, NHN 기획실 전략매니저와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를 거쳤다. 이후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그룹 한국 지주회사가 설립한 VC인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수석심사역을 맡았다.

임 내정자가 근무하던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여러 건의 ‘대박’을 냈다. ‘국민게임’으로 불리는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10년 15억원을 투자했으며, 2013년 코스닥 상장 이후 주식 매도 등으로 총 365억원을 회수했다. 그밖에도 임 내정자는 다수의 유망 기업들을 발굴해내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2007년부터 케이큐브 대표이사 취임 전까지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케이아이엔엑스' △카카오에 인수된 벤처기업 '로티플' △넥슨과 함께 해외 게임시장 공략에 나선 '두빅' 등 총 17개의 벤처기업 및 문화상품을 발굴해 투자결정을 내렸다. (머니투데이 8월10일)

사업성을 판단하는 남다른 안목과 저돌적인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있다.

게임사 한 대표는 “(케이큐브 CEO 시절) 투자를 하겠다고 한 번 마음먹으면 몇날 며칠을 설득해서라도 계약을 성사시키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인터넷업계 한 관계자는 “판단 기준이 명확한 사람”이라며 “결정이 내려지면 뒤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상당히 진취적이고 저돌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평했다. (전자신문 8월10일)

2. 모바일

임 내정자의 전문분야는 IT 중에서도 ‘모바일’로 알려져 있다. 케이큐브벤처스가 투자한 기업들도 대부분 모바일 서비스 업체다. 첫 번째로 투자한 기업도 주로 모바일을 기반으로 개인화된 미디어 추천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프로그램스’였다. 이후 케이큐브벤처스는 모바일 게임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모바일 서비스 업체에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2월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임 내정자는 “예전보다 모바일 시장이 어려워진 것은 맞다”면서도 “우수한 인재가 끊임없이 혁신적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임 내정자는 게임업체에 투자하는 원칙을 언급하며 ‘모바일스러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임지훈 대표의 모바일게임 투자 철학은 모바일스러움과 스토리였다.

그는 “모바일 게임사에 투자할 때는, 단순히 PC 게임을 모바일이라는 매개체에 맞도록 옮겨온 게임이 아니라 ‘모바일 스러움’을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고 팀만의 명확한 스토리가 있는지가 고민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게임톡 2013년 9월17일)

이런 그의 경력은 합병 이후 ‘모바일 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다음카카오의 행보와도 들어맞는다는 평가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신임대표 내정을 계기로, 앞으로 카카오 기반 서비스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PC기반 서비스로 상징되던 다음의 색깔이 빠르게 지워지고 모바일 서비스로 대변되는 카카오의 색깔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바일 앱 서비스에 주로 투자하며, 모바일 전문가로 알려진 임 내정자의 실력이 다음카카오에서 적극 발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뉴스토마토 8월10일)

3. M&A

다음카카오는 올해 들어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패스(path)’를 인수했고, 내비게이션앱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업체의 지분 100%를 626억원에 사들였다. 지하철 내비게이션 앱과 서울버스 앱 등도 인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올해 인수한 업체만 8개, 투자한 곳은 16 곳에 달한다.

다음카카오의 투자는 비교적 일관된 흐름에 따라 이뤄져왔던 것으로 보인다. 인수하거나 투자한 기업들은 모두 모바일과 연계된 서비스들이었다는 것. 투자모바일 모두 임 내정자의 ‘전문’으로 알려진 분야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유재석 기자는 “카카오톡을 오프라인 플랫폼으로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8~9년 동안 투자 업무를 담당해온 임지훈 내정자를 영입한 건 다음카카오의 사업 방향과도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다음카카오 측은 최근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저희보다 잘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과 동등한 관계로 사업을 펼치면서 벤처 생태계에도 엑시트(exit) 기회를 창출하려 한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시장의 트렌드를 잘 따라가기 위한 전략으로, 당분간 이런 시도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8월6일)

4. 가지치기

일각에서는 임 내정자 선임을 계기로 다음카카오가 ‘사업구조 단순화’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지치기’다.

다음카카오는 이미 합병 후 ‘마이피플’ 등 약 15~16종에 달하는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 ‘가지치기’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조직개편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합병 이후 비대해진 다음카카오 구조상 (신임 대표 취임과 동시에) ‘되는 사업’ 위주 조직 정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전자신문 8월10일)

이 같은 분석은 투자 분야에 몸 담았던 임 내정자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에 더 무게를 두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다음카카오는 합병 이후 이런 원칙에 의해 움직여왔다.

다음카카오가 올해 초 영입한 박성훈 전 CJ 미래전략실장(부사장)는 CJ그룹에서 신사업 발굴을 비롯해 비주력사업 매각 같은 조직개편 등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머니투데이 더벨에 따르면, 업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컨설턴트 출신인 그는 다음카카오에서도 지주사 전환 추진과 조직개편 등의 업무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5. 김범수

임 내정자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과 남다른 관계를 맺어왔다. 두 사람의 첫 인연은 카카오톡이 출시되던 2010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 내정자가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일하던 시절이다.

김범수 의장과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의 인연은 카카오톡이 출시된 2010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 대표는 카카오톡이 출시된 지 넉달 만인 2010년 8월 일면식 없는 김범수 의장의 회사를 찾아가 투자를 하고 싶다며 버텼다. 당장 큰 수익을 내고 있거나 많은 주목을 받는 회사라면 모르겠지만, 당시의 카카오톡이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직접 찾아갈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도 임의로 방문하는 콜드 콜은 무척 이례적이다.

김범수 의장은 이 당찬 벤처캐피털리스트를 곱게 돌려보내지 않았다. 입이 쩍 벌어지는 액수를 제시하면서 "지금은 투자를 받을 생각이 없지만 이 정도 기업가치라면 고려해보겠다"고 카카오 대표를 통해 제안했던 것. 임 대표는 "지금 카카오톡의 기업가치라면 모를까 당시로서는 정말 상상도 못한 금액"으로 기억했다. 당시 임 대표는 청담동 소프트뱅크벤처스 사무실로 돌아가 다른 심사역들과 잠시 카카오톡의 제안을 두고 논의를 했지만 액수가 너무 컸다. (포춘코리아 2012년 7월3일)

이 보도에 따르면 이후 두 사람은 이듬해인 2011년 8월 다시 만난다. 임 내정자가 투자를 진행했던 업체를 카카오가 인수하기로 해 매각 조건을 놓고 서로 협상을 벌였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여러 차례 독대를 하면서 친밀한 사이가 됐고, 특히 김범수 의장은 임 내정자에게 큰 호감을 갖게 됐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김 의장은 스타트업 전문 벤처캐피털 설립을 추진하면서 임 내정자에게 ‘대표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임 내정자가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케이큐브벤처스는 그렇게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탄생한 결과물이다. 김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했던 케이큐브벤처스는 올해 3월 다음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에는 김 의장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 내정자는 3년 동안 케이큐브벤처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김 의장의 숙원이었던 100명의 CEO 배출 목표의 상당부분을 달성하는데도 이바지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3월 김 의장이 보유하고 있던 케이큐브벤처스 지분을 사들여 계열사로 편입했다. 다음카카오와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라는 설명이었지만, 이 때 이미 김 의장의 머릿속에는 임 내정자에게 다음카카오를 맡길 구상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머니투데이 8월10일)

임 내정자가 공식 취임하면 대규모 인사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지훈 내정자가 새롭게 대표로 부임하게 되면 대규모 인사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음 출신의 최세훈 대표와 카카오 출신 이석우 대표가 공동 대표로 일하며, 다음과 카카오의 균형추를 적절히 맞춰왔던 경영진이 카카오의 색깔이 강한 단독 대표로 바뀌면서, 다음 출신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카카오 한 내부 관계자는 "이번 신임 대표 인사가 나온 이후 다음 출신 팀장이나 임원급 인사들의 동요가 상당했다"며 "다음출신으로 오랜 기간 일해 온 몇몇은 이번 인사가 발표된 직후 퇴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뉴스토마토 8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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