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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줄이지 말고 운동 하라' : 코카콜라가 과학자를 동원해 여론전을 펴는 방법

  • 허완
  • 입력 2015.08.10 09:49

코카콜라가 '탄산음료보다 운동부족이 비만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펴기 위해 과학자와 학술단체까지 동원해 교묘한 여론몰이에 나섰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비만과 운동부족의 상관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단체인 '지구촌에너지균형네트워크'(GEBN)라는 학술단체를 최근 후원했다.

이 단체는 과체중을 우려하는 미국인들이 운동에는 관심이 없고 음식물 섭취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견해를 홍보하기 위해 최근 설립됐다.

스티븐 블레어 GEBN 부회장은 "대다수 대중매체와 과학기사가 과식에만 초점을 두고 패스트푸드, 설탕음료를 뚜렷한 증거도 없이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NYT가 탐사한 결과 GEBN의 공식 홈페이지의 등록자와 운영자는 코카콜라 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GEBN의 회장인 그레고리 핸드 웨스트버지니아대 교수, 부회장인 블레어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2008년부터 코카콜라로부터 400만 달러(약 46억6천만원) 어치 연구용역을 수주한 경력이 있다.

공공보건 전문가들은 코카콜라가 설탕을 함유한 탄산음료가 비만과 당뇨의 원인이라는 학설을 희석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 연방 정부의 운동 가이드라인 지침에 토대를 제공하는 연구를 25년 동안 해온 핸드 교수와 같은 저명한 학자를 영입해 더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코카콜라는 보건 차원에서 상당한 위협을 받아왔다.

비만의 원흉이라는 진단 때문에 학교에서 퇴출당했고 광고 금지나 과세가 추진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 성인들의 코카콜라 소비량은 20년 동안 25%나 감소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영양학자 배리 폽킨 교수는 현재 코카콜라의 여론전이 증거가 없다며 해악은 애써 외면한 담배업계의 과거 전략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폽킨 교수는 음식 섭취와 운동 부족이 둘 다 비만의 원인이 되지만 음식이 끼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운동이 오히려 식욕을 자극하기도 하고 코카콜라 350㎖짜리 한 캔에 든 열량을 다 쓰려면 4.8㎞를 걸어야 할 정도로 운동 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영양과 운동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와 관계없이 우리와 함께 일하는 과학자들이 과학적 발견이나 견해를 우리와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항변했다.

블레어 부회장을 포함해 코카콜라의 후원을 받는 과학자들은 코카콜라가 연구 결과를 통제하지 않으며 자신들은 투명하게 연구해왔기 때문에 후원을 받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저널(PLOS)이 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카콜라나 펩시, 미국음료협회, 설탕업계로부터 후원을 받은 연구진이 설탕과 체중증가의 상관관계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향이 후원을 받지 않은 연구진보다 5배나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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