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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이희호 이사장 초청해놓고 왜 안 만났을까?

ⓒ연합뉴스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3박4일의 방북 기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나지 못한 채 귀환했다. 남북 당국 모두 이번 방북을 관계 개선의 전기로 활용하지 못한 점을 두고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남북관계 경색이 하반기에 한층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이사장은 8일 낮 김포공항에 도착해 연 기자회견에서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방북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며 “민간 신분인 저는 이번 방북에 어떠한 공식 업무도 부여받지 않았으나, 6·15 정신을 기리며 키우는데 일조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을 수행했던 방북단 관계자는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 제1비서와의 면담을 (북쪽과) 논의했지만 성사되지 못해 매우 아쉽다”며 “여러 가지 사정이 있지만 그 부분은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김 제1비서 면담 불발을 두고는 남북 당국 모두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김 제1비서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자신의 초대로 삼복더위 속에 93살 고령에도 불구하고 북쪽을 찾아온 이 이사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부족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제1비서가 미국 농구선수인 데니스 로드먼은 환대하면서도 이희호 이사장을 평양에 초청하고도 만나지 않은 것은 그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외교 능력을 의심케한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제1비서가 6·15남북공동선언은 아버지의 것이니 자신은 새로운 남북관계의 틀을 짜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이 이사장 면담 무산의 배경을 분석했다.

면담 불발이 북쪽의 이 이사장 ‘홀대’로 해석되는 것을 두고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전 문화부 장관)는 “맹경일 북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이사장을 모신 것은 굉장히 존중의 뜻을 표시한 것”이라며 “북한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쪽 당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 이사장 방북을 개인 차원으로 한정짓는 등 이번 방북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 정부에서 남북관계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인사들도 방문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대거 배제시켰다. 박근혜 정부가 북쪽이 자신들과는 대화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쪽 주도로 남북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을 원치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이 이사장이 6·15의 주역들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의원 두 사람이 가야 북쪽과 대화가 된다며 같이 가길 원하셨다. 하지만 정부에서 5·24조치의 정치인 방북 배제 원칙을 내세워 두 사람을 배제시킨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임 전 장관과 같은 전직 장관도 정치인으로 보고 있으며, 이번 방북은 인도적 지원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정치인이 방북단에 포함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이 귀환 기자회견에서 ‘6·15정신을 기리는 사명감으로 일정을 소화했다’고 한 것을 두고, 방북단에 참여한 한 인사는 “정부가 메시지 전달 등 임무를 부여했으면 수행할 생각이 있었다는 ‘뼈 있는 말’로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이 이 이사장의 방북을 관계 회복의 전기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올해 남북관계 개선은 더욱 어렵게 됐다. 8·15 남북공동행사 개최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8월17일부터 2주간 한-미 연합 을지 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시작되는 등 남북 간 갈등 공산이 커졌다”며 “한 가지 희망은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0주년 기념사에서 의미 있는 대북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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