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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교육열 속의 기초학습 부진 아동

아이들은 향상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향상 될 수 있었다. 교육열이 뜨거운 한국사회 속에서 어려운 상황에 놓였거나 속도가 다른 아이들은 경쟁의 쳇바퀴에서 튕겨 나와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쳇바퀴에 다시 들어가지 않더라도 밖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유원선
  • 입력 2015.08.17 07:07
  • 수정 2016.08.17 14:12
ⓒgettyimagesbank

한국 엄마들의 자식자랑의 제일은 단연 공부일 것이다. 우리 아이 운동 잘해요, 우리 아이 친구 많아요, 우리 아이 그림 잘 그려요. 모든 것을 압도하는 자랑은 "우리 아이 공부 잘해요."

그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른 걸 아무리 잘해도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자연히 기죽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엄마들은 또 아이들의 기를 살리려고 공부를 시킨다. 무조건 학생 시절에는 공부를 잘해야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이렇게 교육열이 높은 한국사회에서 장애가 아니면서 기초학습이 안 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여기서 '기초학습'이라는건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글자를 읽고, 문장을 쓰고, 사칙연산을 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건 학교를 중퇴하더라도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말한다. 어떤 직업을 갖든지 무슨 일을 하면서 살든지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읽고, 쓰고, 셈하는 능력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2010년 교육부가 발표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기초학력미달은 전체의 1.5% 정도 된다고 한다. 아주 미미한 수치로 보이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의 체감은 이보다는 더 높다고 한다. 기초학력미달 학생 수가 학교 평가에 반영되었기 때문에 감춰진 수치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어찌했건 교육열이 너무 높아 선행학습이 문제가 되는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기초학습부진아동은 왜 생기는 걸까?

처음 학습부진의 시작은 가정의 빈곤과 불안정한 상황 등으로 인한 방임, 아동의 어린 시절 질병, 트라우마, 잦은 이사 등을 들 수 있다. 그 다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의 교육열과 맞물려 간다.

[아이는 한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학교를 들어갔는데 1학년 교실의 모든 친구들은 읽고 쓰기가 원활하다. 집에 가도 알림장을 챙겨주고 받아쓰기를 도와주는 보호자는 없다. 아이는 읽고 쓰기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2학년이 된다. 이제는 정말 선생님이 우리 반에 읽고 쓰기가 안되는 아이는 없다는 전제하에 수업을 진행하신다. 3학년이 되더니 수업속도는 더 빨라지고 아이는 부진아동으로 낙인찍혀 나머지 수업을 하게 된다. 나머지 수업에서 선생님은 아이가 어떤 수준 인지 모르시고 자꾸 문제집을 풀게 하신다. 대충 눈치껏 문제를 풀어가며 이 시간을 때우게 된다.]

고학년이 되면 기초학습부진을 탈피하여 제학년 수업을 따라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수업은 어려워지고 따라잡아야 할 학습량은 늘어났으며 아동에게는 학습에 대한 실패경험과 낮은 자존감만 남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함께걷는아이들]에서는 기초학습부진 아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의 시작이 의미가 있다. 처음에는 아동복지시설의 중학생을 지도하는 영어, 수학 전문강사를 지원했다. 주 3회씩 전문강사의 지도를 받고도 아이들은 성적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문제가 뭔지 찾아 헤맨 끝에 발견한 이유는 아이들은 이미 기초학습부진 상태였기 때문에 중학생이라고 중학생 과정을 가르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룹지도로 7명이 앉아있으면 7명의 수준이 다 달랐다. 아이들은 오랜 학습부진의 누적이 있었고 그래서 그룹지도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더구나 제학년 수업은 더욱이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상을 초등학생으로 낮추고 교사는 1:1 교사로, 지도는 기초학습에 특화된 지도를 하기 시작했다.

기초학습 지도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저소득 가정 아동을 위한 학습지원사업이 유난히 많다는 것이다. 대기업도 재단들도 정부도 너도나도 저소득 가정 아동의 학습을 지원한다. 그렇게 넘쳐나는 학습지원 가운데 신기할 정도로 빈 곳이 있으니 바로 기초학습지도이다. 기초학습지도는 학년이 중요하지 않다. 그저 아이가 읽고 쓰고 셈하기가 되지 않으면 무조건 그 내용을 배우는 것이다.

기초학습을 배우고 나면 이제 그룹지도로 보내진다. 기초학습을 다 배워도 아이들의 학교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특히 고학년은) 그래서 기초학습은 지원을 안 하는가 싶기도 하다. 교육부의 데이터에서는 1.5%인 기초학습 부진이 지역아동센터와 아동복지시설에서는 20%를 넘기는 곳이 많다. 이건 저소득 환경의 아이들이라 그런건지 전체 데이터의 오류인건지 모르겠지만 매해 '이제 해당 아동이 없으면 그만해야지' 생각하지만 아직도 한국사회에는 읽고, 쓰고, 셈하기가 안되는 아동들이 곳곳에 많다.

기초학습 지도사업을 한 지 3년이 된 시점에 아이들의 기초학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평가해보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지방교육청에서 개발한 기초학력진단지를 가지고 사전 평가를 하고 1:1 기초학습교재로 10개월 정도 집중지도를 한 이후 사후 평가를 한 결과, 아이들은 국어가 평균 29.15점, 수학이 평균 29.50점(100점 만점) 향상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저학년일수록, 그리고 남자아이일수록 점수 향상 폭이 높았으며 지도한 지 6개월 이후에서 1년 되는 시점에 가장 큰 향상 폭을 보였다. 저학년에 1:1 집중 지도로 최소 6개월 이상을 지도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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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향상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향상 될 수 있었다.

교육열이 뜨거운 한국사회 속에서 어려운 상황에 놓였거나 속도가 다른 아이들은 경쟁의 쳇바퀴에서 튕겨 나와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쳇바퀴에 다시 들어가지 않더라도 밖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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