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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첫 발탁' 김신욱을 위한 작은 변명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책임을 김신욱 한 명에게 추궁하는 것도 적절히 않다. 최소한 김신욱을 위한 작은 변명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일전에 나선 김신욱은 존재만으로 위협적이었다. 모리시게와 엔도를 비롯한 일본의 수비진은 90분 내내 김신욱을 상대하며 힘겨워했고, 김신욱은 끊임없이 수비수들과 붙어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상대 수비수들이 반칙으로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위험 지역에서 많은 세트피스 기회를 창출하기도 했다.

  • 임형철
  • 입력 2015.08.06 10:49
  • 수정 2016.08.06 14:12

(사진 : KFA)

역사적인 감정이 더해진 한일전을 평범한 경기라 말할 자는 없다. 일본을 상대로는 가위바위보도 이겨야 한다는 말이 있듯, 한일전은 친선 경기도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로 통한다. 2015 동아시안컵 두 번째 경기인 한일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많은 선수를 테스트함이 목적인 동아시안컵의 주 의미와는 관계없이 많은 이들은 일본을 꺾어주길 기대하며 경기를 지켜봤고, 대표팀이 승리하지 못하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의 경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단조로운 공격 패턴과 부진한 경기력이 김신욱에게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한 경기만으로 김신욱에 대한 모든 평가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김신욱과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서 처음으로 대면했을 뿐이기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책임을 김신욱 한 명에게 추궁하는 것도 적절히 않다. 최소한 김신욱을 위한 작은 변명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일전에 나선 김신욱은 존재만으로 위협적이었다. 모리시게와 엔도를 비롯한 일본의 수비진은 90분 내내 김신욱을 상대하며 힘겨워했고, 김신욱은 끊임없이 수비수들과 붙어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상대 수비수들이 반칙으로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위험 지역에서 많은 세트피스 기회를 창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90분 내내 동료 선수와 이렇다 할 연계 플레이가 없었고,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머리를 활용한 연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부 팬들은 김신욱이 연계를 위해 중앙으로 내려와 주는 모습이 없음을 지적하며, 전방에만 머물러있는 김신욱을 두고 답답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에게 이정협과 똑같은 플레이를 기대하지 않았다. (사진 : KFA)

하지만 이날 김신욱이 전방에만 머무른 까닭은 대표팀 소집 이후 훈련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남긴 인터뷰를 살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과는 다른 '타깃형 스트라이커' 김신욱을 칭찬했다. 상하좌우를 오가며 동료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받고,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 장점이 있는 이정협과는 다른 김신욱의 플레이 스타일에 호감을 표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이 이정협과는 다른 타깃형 스트라이커 역할에 충실해 줄 것을 기대했고, 전방에서 수비수들과 끊임없이 싸워주는 움직임을 지시했다. 실제로 일본전에 나선 김신욱은 중국전의 이정협과는 달리 전방에서 끊임없이 수비수들과 경합하며 타깃형 스트라이커 역할에 충실했다.

물론 타깃형 스트라이커 김신욱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의 1차 문제는 따로 있었다. 김신욱과 좋은 호흡을 보이는 것이 중요했던 주세종이 A매치 첫 경기를 치른 탓인지 공격 작업에서 겉도는 모습을 보여 1선과 2선의 연결고리가 되지 못했다. 밀집수비를 선 일본을 상대로 정우영과 장현수의 더블 볼란치 조합이 지나치게 수비적이었던 탓도 컸다. 실제로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과 공격형 미드필더 주세종이 패스를 주고받은 횟수는 적었고, 이로 인해 중앙에서의 빌드 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대표팀의 공격 패턴은 단조로워졌다. 자연히 전방에 머물러있던 김신욱이 연계를 시도할 상황이 많지 않았다. 또한, 측면 공격수로 나선 김민우와 이용재, 풀백 정동호의 크로스는 낮은 크로스가 이어져 김신욱의 머리를 겨냥하지 못했다.

동아시안컵 대표팀에 선발된 여러 선수를 테스트하는 데 주력했던 이번 라인업은 중국전에 비해 다소 위력이 떨어졌다. 밀집수비를 펼친 일본을 상대로 측면에서 중앙으로 주는 크로스 위주로 공격을 풀어갔던 대표팀에서 타깃형 스트라이커 김신욱을 평가하기에는 상황도, 상대도 잘 따라주지 않았다. 김신욱은 아직 이재성, 김승대 등 슈틸리케호의 다른 동료 선수들과 충분히 발을 맞춰보지 못했기에, 이번 대회 정예 멤버의 지원이 갖춰진 상황에서 타겟형 스트라이커 김신욱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도 늦지 않다.

김신욱은 브라질 월드컵 이후 1년 2개월 여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사진 : KFA)

무엇보다 김신욱은 이제야 슈틸리케호에 처음 발탁되었을 뿐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김신욱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김신욱이 대표팀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가 맞아떨어지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기대하는 이정협과는 다른 개성의 타겟형 스트라이커는 아직 김신욱이 제격이다. 존재만으로 상대 선수를 이렇게까지 위협할 수 있는 선수는 국내에서 김신욱을 따라올 이가 없기 때문이다. 울산의 김호곤 전 감독도 처음부터 김신욱을 제대로 활용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야 슈틸리케호에 나서기 시작한 김신욱에 대해 벌써 모든 평가를 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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