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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다양성, 교육청이 나서야 한다

다양한 아이들을 배움과 성장으로 이끌려면 교사의 구성도 다양했으면 좋겠다. 범생이였던 분, 학창시절 좀 놀아본 분, 역경을 딛고 일어선 분 ... 등등. 그런데 교사의 구성이 점점 다양성과는 멀어지는 듯해 안타깝다. 요즘 교대나 사범대학에 들어가려면 완벽한 내신과 수능성적, 적절한 스펙까지 갖추어야 한다. 대학시절에도 임용고시 준비에 전력을 쏟고, 그것도 부족해서 노량진 학원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또 몇 년을 고생해서 시험에 붙는다. 그렇게 학교에 왔는데 교사의 말에 딴청을 피우거나 먼 산만 쳐다보는 아이들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말하지 않을까?

  • 정광필
  • 입력 2015.08.05 12:38
  • 수정 2016.08.05 14:12
ⓒgettyimagesbank

학교에는 여러 아이들이 있다. 교사가 여러 말 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움직이는 아이, 끊임없이 교사의 인내를 시험하는 아이, 열악한 가정환경 때문에 정서가 불안한 아이, 공부와 관련된 아픈 기억들 때문에 무기력한 아이. 이렇게 다양한 아이들을 배움과 성장으로 이끌려면 교사의 구성도 다양했으면 좋겠다. 범생이였던 분, 학창시절 좀 놀아본 분, 역경을 딛고 일어선 분 ... 등등.

그런데 교사의 구성이 점점 다양성과는 멀어지는 듯해 안타깝다. 요즘 교대나 사범대학에 들어가려면 완벽한 내신과 수능성적, 적절한 스펙까지 갖추어야 한다. 대학시절에도 임용고시 준비에 전력을 쏟고, 그것도 부족해서 노량진 학원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또 몇 년을 고생해서 시험에 붙는다. 그렇게 학교에 왔는데 교사의 말에 딴청을 피우거나 먼 산만 쳐다보는 아이들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말하지 않을까?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먼저 교육청이 나서야 한다.

현재 교원 임용 권한은 각 시도교육청에 있다. 그런데 출제와 관리의 부담이 커서 1차 필기시험과 2차 심층면접시험 출제를 모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고시'들이 그렇듯,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문제를 내게 되고, 결국 학업능력 순으로 지원자를 뽑게 된다. 이제 1차 필기시험은 자격고사화하고, 각 시도교육청 주관하에 2차 심층면접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특히 다양한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려면 본인이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임용시험이 바뀌면 교대나 사범대학은 교사 양성 과정을 근본적으로 고민할 것이다. 그동안 교대나 사범대학은 교과의 내용과 교육학 이론을 가르치는 데 주력했을 뿐, 교육철학과 교과 교육론을 실제 학교 현장에 적용하는 일은 소홀히 해왔다. 그러다 보니 대학과 학교현장이 긴밀하게 협력할 일도 별로 없었다. 최근 몇몇 교육청이 현장과 밀착한 교수들과 협력하면서 모범사례들이 나오고 있지만 대학은 여전히 현장과는 유리된 채 고답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 더욱이 미래형 교육과정은 주제 중심 통합 수업과 교과 선택의 폭 확대를 주요 특징으로 한다.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복수전공과 1년 정도의 현장실습이 필요한데, 4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만큼 사범대학부터 그 학제를 4년에서 6년으로 개편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해보자. 학교 관리자들도 학교현장을 개방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현장 개방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투자다.

또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원의 정원도 감축해서 중등교사 임용고시의 경쟁률을 낮추어야 한다. 현재 초등의 경쟁률이 2~3 대 1이라면 중등은 10 대 1이 넘는다. 초등학교 교사에 비해 중등과정의 교사가 시험 준비에 찌든 채 학교현장에 배치된다는 뜻이다. 그동안 대학의 다양한 이해관계 때문에 엄두를 못 냈는데 이참에 우리의 미래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으면 좋겠다. 만약 그게 이루어지면 임용고시에 목을 매며 교재와 문제집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세상 경험도 하고, 교양도 갖추고, 낭만도 즐기는 멋진 사범대생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교사 양성 과정이 바뀌고 학제가 개편되면 교대나 사범대의 입시도 달라진다. 학업능력은 물론 교육적 열정을 갖추고, 동료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도모할 수 있는 고등학생을 선발할 것이다. 초중고에서 다양한 환경과 성향의 학생들이 성장의 드라마를 엮어내는 미래를 상상해본다. 교육청의 새로운 시도가 그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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