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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는 왜 '수억' 받은 박기춘을 '쉬쉬'할까

  • 원성윤
  • 입력 2015.08.05 11:35
  • 수정 2015.08.05 11:38
ⓒ연합뉴스

“말로는 혁신, 혁신 하고 있지만 우리 당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이런 문제 대응에서도 새누리당에 판판이 지고 있다. 어떤 국민이 우리 당을 믿고 지지할 수 있겠느냐.”

새누리당이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심학봉 의원을 3일 탈당 처리한 데 이어 4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당 차원의 자정 노력과 해당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약속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당직자는 이렇게 말했다.

당 소속 박기춘 의원이 분양대행업체 대표로부터 수억원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일부 인정한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새누리당과는 달리 이렇다 할 조처를 취하지 않는 당의 태도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실제로 박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남양주의 한 시민단체(남양주시의정감시단)는 지난달 23일 박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함께 새정치연합에 그를 출당시킬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에서는 이런 요구를 애써 외면하는 듯한 모양새다.

박 의원과 가까운 한 중진의원은 “박 의원이 검찰 조사에서 ‘앞으로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한 걸로 안다”며 “정치인이 정치를 안 한다는 건 목숨이 다한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당 안팎에선 이런 새정치연합의 대응이 자수서를 통해 불법자금 수수를 인정하는 대신 ‘감형’과 ‘불구속’ 등의 선처를 요구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박 의원을 비호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새정치연합 당권재민혁신위원회가 지난 6월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의원, 당직자의 당직을 즉시 박탈’하는 규정을 만들자는 혁신안(1차)을 내놓은 만큼, 혁신 분위기에 발맞춰 선제적 대응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검찰 기소 전 단계이긴 하지만 박 의원 스스로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당이 박 의원을 징계하고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에서 해임하는 등 비리 근절에 좀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원내 한 관계자는 “당이 이런 문제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동료 의원의 일이다 보니 온정적인 것도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검찰이 박 의원을 구속 기소할지 여부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며 “만일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다면 당연히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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