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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이야기(2) 사진

최근에 주변에서 제게 많이 물어봤던 사안이 있습니다. 자연 풍경 사진에 관한 것인데요, 동일하거나 유사해 보이는 두 장의 사진이 있는데, 후작이 전작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자연 풍경, 사건, 사실은 그 상태대로 '존재'하는 것이지, 창작이 아닙니다. 그래서 자연 풍광은 모두의 것, 즉 공공재(public domain)이고 특정인의 소유가 될 수 없습니다. 누군가 풍경을 담은 멋진 사진을 보고, 그 사진과 비슷한 시간에 같은 지점에 가서 유사한 구도로 같은 장면을 찍었다고 해도 나중에 찍은 사진이 그 전에 찍은 사진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닙니다.

  • 함석천
  • 입력 2015.08.06 12:32
  • 수정 2016.08.06 14:12
ⓒgettyimagesbank

여러분 사진 많이 찍으시죠? 사진을 찍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로, 추억으로, 삶의 기록으로, 작품으로 - 여러분이 어떤 의도로 사진을 찍든 그 사진은 저작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진 역시 글이나 그림처럼 생각이나 현상을 '표현'하는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뭔가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글이나 회화, 영상과 마찬가지로 사진은 저작물에 해당합니다. 적어도 남의 것을 베끼지 않은 최소한의 창작성만 갖추고 있다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책이나 음악, 회화와 달리, 사진이 저작물로 인정되는 과정에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창작이라고 할 만한 것이 셔터를 누르는 일 말고 뭐가 있나, 그런데도 권리를 인정해야 하나 - 이런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사진은 저작물이다."라고 이야기하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저작권법 역시 사진저작물을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먼저 사진 한 장 볼까요?

출처 : wikipedia

이 사진의 주인공은 Oscar Wilde입니다. 지금 보면 포즈나 옷차림이 고전이지만 19세기 후반 이 사진은 지금 시절의 아이돌 사진처럼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브로마이드용 사진이었다고 하네요. 이 사진은 Sarony라는 작가가 1882년에 찍은 사진입니다.

석판 제조업자가 Sarony의 허락 없이 이 사진을 석판에 붙여 판매했습니다. Sarony가 석판 제조업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고, 미국연방대법원은 Sarony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사진이 저작물로 인정된 첫 사례였습니다.

사진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

대법원이 설명한 사진저작물 해당 요건입니다(대법원 2001. 5. 8. 선고 98다43366). 햄 제품 사진이 이 사건의 대상이었습니다. 햄 제품만을 충실하게 찍은 사진에는 창작성이 없고, 햄 제품 주변에 장식물, 과일, 술병 등을 배치해서 햄 제품을 특정 환경 속에서 묘사한 것이라면 창작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의 설명을 오스카 와일드 사진에 대입해 보기 바랍니다.

최근에 주변에서 제게 많이 물어봤던 사안이 있습니다. 자연 풍경 사진에 관한 것인데요, 동일하거나 유사해 보이는 두 장의 사진이 있는데, 후작이 전작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자연 풍경, 사건, 사실은 그 상태대로 '존재'하는 것이지, 창작이 아닙니다. 그래서 자연 풍광은 모두의 것, 즉 공공재(public domain)이고 특정인의 소유가 될 수 없습니다. 누군가 풍경을 담은 멋진 사진을 보고, 그 사진과 비슷한 시간에 같은 지점에 가서 유사한 구도로 같은 장면을 찍었다고 해도 나중에 찍은 사진이 그 전에 찍은 사진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닙니다. 공개된 건축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앞의 판례가 설명한 기준에 의해 저작권이 인정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겠지만, 그런 경우를 상정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사진과 관련해서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위탁에 의한 초상화 또는 이와 유사한 사진저작물의 경우에는 위탁자의 동의가 없는 때에는 이를 이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습니다(저작권법 35조 4항). 예전에 사진의 주인이 누구인지 - 찍은 사람인가, 찍힌 사람인가에 대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제 저작권법이 저작권은 찍은 사람이 가지지만 그 이용을 위해서는 찍힌 사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기준을 정했습니다.

참고로 우리 저작권 산업의 실질생산액은 2012년 324조 7,113억 원 규모라고 하네요(저작권위원회, 저작권통계집).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 성장했다고 합니다. 사진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요, 다음에 또 다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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