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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간의 두 가지 얼굴

오프라인에서의 자기와 온라인에서의 자기 모습 간의 불일치가 커질수록 오히려 불안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사회불안이 있는 사람들은 실제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 보다 이상적으로 자신을 제시하려는 경향성을 보이는데, 이러한 경향성은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는 온라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따라서, 온라인에서는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의 격차, 즉 자기불일치가 더욱 커지게 되고, 이는 다시금 오프라인에서 경험했던 대인관계 불안을 심화시키게 된다.

  • 구훈정
  • 입력 2015.08.07 05:54
  • 수정 2016.08.07 14:12
ⓒgettyimagesbank

1990년대 중반 하이텔, 나우누리 등의 PC통신을 이용한 '온라인 채팅'이 유행처럼 번졌다. 갑자기 떠나버린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폐쇄적인 삶을 살고 있던 외로운 남자 주인공이 온라인 채팅에서 여자 주인공을 알게 되면서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약속하게 된다는 내용의 '접속'이란 영화가 대중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며 대 히트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PC통신을 이용한 온라인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남녀가 부푼 기대를 안고 찾아갔던 약속장소에서 직면해야 했던 현실은, 기대와 전혀 다른 상대방의 모습에 좌절하고 상처받은 가슴이었으니까 말이다.

그 이후로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온라인 공간에 대한 판타지에서 빠져나왔는가? 아니면, 온라인 공간은 이전과 달리 더 이상 '판타지'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에게 오프라인으로 확장가능하고 실현가능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가? 온라인 공간에서 시공간을 초월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대화하는 우리들에게 이제 '외로움'이나 '고독'은 낯선 단어가 되고 대인관계와 삶의 질은 좀 나아졌는가?

온라인 공간은 기존의 오프라인 공간과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대화가 가능하며, 얼굴이나 외양을 드러내지 않은 채 대화할 수 있으며, 실시간이 아닌 지연된 대화가 가능할 뿐 아니라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수십 번 문장을 고쳤다 다시 쓰기가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 기존의 면대면 상호작용의 단점을 뛰어넘는 온라인 사회적 공간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오프라인에서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거나 면대면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오프라인 대인관계에서의 제한된 경험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지각되기 쉽다. 과연 이들에게 온라인 사회적 공간은 새로운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었을까?

본 저자가 속한 연구팀 (Social Science Korea: 온라인 대인관계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 (Koo, Woo, Yang, & Kwon, revised and resubmitted)에 의하면, 온라인 공간에서의 대인관계 활동은 대인관계만족도를 포함한 전반적인 정신적 웰빙을 증진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저하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대인관계가 갖는 이러한 양면적 얼굴은 오프라인에서의 대인관계 유지 노력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오프라인에서의 대인관계 유지 노력이 뒷받침 되는 경우에는 온라인에서의 대인관계 활동 노력이 정신적 웰빙 수준을 증가시켰지만, 오프라인에서의 대인관계를 기피한 채로 오프라인 대인관계 활동을 대체하는 수단으로만 온라인 공간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온라인 대인활동이 정신적 웰빙 수준을 증진시키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이를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그림 1 참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오프라인에서의 자기(self)와 온라인에서의 자기(self) 모습 간의 불일치가 커질수록 오히려 불안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사회불안이 있는 사람들은 실제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 보다 이상적으로 자신을 제시하려는 경향성을 보이는데, 이러한 경향성은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대로 편집(editing)할 수 있는 온라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따라서, 온라인에서는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사교적이고, 적극적이며, 자기주장적인 모습, 즉 그렇게 되고 싶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모습)의 격차, 즉 자기불일치(self-discrepancy)가 더욱 커지게 되고, 이는 다시금 오프라인에서 경험했던 대인관계 불안을 심화시키게 된다. 설령 이상적으로 제시한 자신의 모습에 대하여 상대방이 긍정적 피드백을 보내온다고 하더라도, 이를 과장되고(exaggerated) 속여진(deceptive) 자신의 모습에 근거한 반응이라 여겨 이를 평가절하하거나 왜곡하기 쉽기 때문이다.

둘째, 오프라인 대인관계에서 보였던 인지적 왜곡-사회적 단서에 대한 부정적 왜곡 혹은 잠재적 위협 단서에 대한 과경계 양상-이 수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온라인에서 역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왜곡하여 지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인관계 인지왜곡양상은 특히 '상대방의 반응성에 대한 지각'에 의해 관계 질이 영향받는 온라인 대인관계(우성범, 권정혜, 양은주, 2014)에서 더욱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 쉽다.

20년이 지난 지금, 두 주인공이 온라인 채팅에서의 만남을 벗어나 함께 영화를 보기로 약속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던 영화 '접속'의 결말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본다. 이들의 사랑은 과연 행복한 결말로 이어졌을까? 상처받은 두 주인공이 다시 용기를 내어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금 면대면으로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려는 노력을 계속해나갔기를, 그래서 이들의 사랑도 현실 속에 뿌리박고 탄탄하고 아름답게 꽃피웠기를, 그래서 지금쯤 행복한 노부부로 함께 여생을 살아가고 있기를 바래본다.

참고문헌

HJ Koo, S Woo, E Yang, & JH Kwon. The double meaning of online social space: three-way interactions between social anxiety, online social behavior, and offline social behavior. Cyberpsychology, Behavior, and Social Networking, revised and resubmitted.

우성범, 권정혜, 양은주 (2014). 청소년의 온라인, 오프라인 공간의 친밀감 형성: 자기개방과 반응성 및 친밀감을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28(3), 111-125.

* 이 글은 한국심리학회 웹진 PSY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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