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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전부터, 런던 라이벌 두 팀의 엇갈린 명암

좀처럼 깨지지 않을 거 같던 징크스가 깨졌다. 늘 무리뉴 감독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여준 아스날의 벵거 감독은 이번 커뮤니티 실드에서 1대 0 승리를 거두며 길고 긴 악연을 끊었다. 자존심을 구긴 첼시의 무리뉴 감독은 참지 않았다. 우승 세레머니가 펼쳐지는 장소에서 벵거 감독과의 인사를 가볍게 무시한 뒤, 준우승 메달을 관중석으로 던지는 등 놀라운 행동을 벌였다. 단지 시즌 전초전으로만 여겨져 오던 커뮤니티 실드는 이렇게 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며 2015-16 시즌의 개막을 화려하게 알렸다.

  • 임형철
  • 입력 2015.08.05 11:37
  • 수정 2016.08.05 14:12
ⓒASSOCIATED PRESS

좀처럼 깨지지 않을 거 같던 징크스가 깨졌다. 늘 무리뉴 감독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여준 아스날의 벵거 감독은 이번 커뮤니티 실드에서 1대 0 승리를 거두며 길고 긴 악연을 끊었다. 자존심을 구긴 첼시의 무리뉴 감독은 참지 않았다. 우승 세레머니가 펼쳐지는 장소에서 벵거 감독과의 인사를 가볍게 무시한 뒤, 준우승 메달을 관중석으로 던지는 등 놀라운 행동을 벌였다. 단지 시즌 전초전으로만 여겨져 오던 커뮤니티 실드는 이렇게 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며 2015-16 시즌의 개막을 화려하게 알렸다.

이번 커뮤니티 실드에서 전년도보다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진 이유는 아스날과 첼시, 그리고 벵거 감독과 무리뉴 감독이 치열한 라이벌 관계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아스날의 1대 0 승리로 끝난 이날 경기의 결과는 시즌 개막을 앞둔 런던 라이벌 두 팀의 명암을 확실히 갈라놓았다.

#. 승리로 끝난 커뮤니티 실드, 아스날과 벵거 감독이 본 明(명)

1. 드디어 찾은 뒷문의 안정감

지난 시즌 첼시에서 기회를 잡지 못해 팀을 떠날 것을 선언한 체흐의 다음 행선지는 아스날이었다. 첼시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지만, 골키퍼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던 아스날 팬들은 체흐의 이적을 격하게 반겼다. 에미레이츠 컵을 비롯해 프리시즌부터 좋은 모습을 보였던 체흐는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 경기에서 유감없이 클래스를 발휘했다. 후반 68분, 오스카의 프리킥을 막아낸 체흐의 선방 장면은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수비수들과의 패스, 볼 컨트롤, 골킥, 반사 신경, 수비 리딩까지 체흐는 골키퍼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보여줬고, 아스날의 필드 플레이어들은 부담 없이 자신의 역할에 더욱 전념할 수 있었다.

2. 더 단단해진 아스날표 수비벽

이날 아스날은 첼시를 상대로 무실점 승리를 기록했다. 로익 레미, 아자르, 파브레가스 등 첼시의 화려한 공격진은 아스날의 수비벽 앞에 무용지물이었다. 가장 신뢰를 받는 중앙 수비수 코시엘니와 메르테사커의 호흡은 최상이었고, 측면 수비수 베예린과 몬레알도 빠른 공수전환으로 팀 경기력에 활력소로 작용했다. 지난 시즌부터 아스날 중원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된 코클랭의 커트 능력은 단연 수준급이었다. 선수 개개인의 활약에 더해 프리 시즌부터 견고한 수비벽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던 아스날은 수비와 미드필더의 간격을 좁게 유지하며 두꺼운 수비벽을 형성했다. 선수들은 좀처럼 빈틈을 내주지 않았고, 공격 후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까지 매우 빨랐다. 지난 시즌보다 더 견고해진 수비벽에 체흐의 안정감까지 더해지며 아스날표 수비벽은 더 단단해진 모습을 증명했다.

3. 개막전까지 이어가게 된 프리시즌 분위기

아스날의 프리시즌 분위기는 최상이었다. 지난 시즌 리그 최종전이었던 WBA전, FA컵 결승전 이후 프리 시즌 경기인 에미레이츠 컵과 프리미어리그 아시아 트로피 대회에서 모두 승리하며 6연승을 이루어냈다. 아스날은 FA컵 결승전에서 누렸던 우승 분위기를 유지하며 최고의 분위기를 즐겼다. 하지만 시즌 개막 전까지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선 마지막 관문을 넘을 필요가 있었다. 오랜 시간 아스날을 괴롭혀왔던 무리뉴 감독의 첼시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패한다면 자칫 좋은 분위기가 한순간에 무너질 염려가 있었다. 다행히 아스날은 첼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 좋은 분위기를 유지함과 동시에 라이벌을 꺾은 팀원 전체의 자신감이 더욱 충만해진 상태에서 시즌 개막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모두가 구상한 최상의 시나리오를 현실로 가져온 셈이다.

그들의 분위기에 한몫한 것은 여느 때와 달리 줄어든 부상자다. 현재 아스날은 무릎 부상을 당한 대니 웰백을 제외하면 부상자가 없다. 사실상 풀 전력이 갖춰진 상태에서 시즌 개막에 임할 수 있게 되어 새 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높이게 됐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오랜 시간 고생해야 했던 월콧은 첼시를 상대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팀 7연승, 그리고 부상자가 없는 상황에서 라이벌까지 꺾으며 시즌 개막에 임할 수 있게 된 아스날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 아쉬운 패배, 첼시와 무리뉴 감독이 본 暗(암)

1. 보강 없었던, 하지만 위태로웠던 수비

아스날과 첼시는 별다른 보강 없이 이적 시장을 보냈다. 첼시는 드록바와 체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팔카오와 베고비치를 영입한 것이 전부였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전력을 최대한 유지하며, 새 시즌을 치르겠다는 의중이 느껴졌다. 하지만 보강이 없었던 수비는 아스날전에서 크게 흔들렸다. 수비진은 라인을 너무 내린 나머지 상대 공격수들이 마음껏 공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줬고, 마티치를 포함한 중원은 상대의 공격을 앞선에서 끊어주지 못했다. 필리페 루이스가 떠나 보강이 시급한 왼쪽 수비는 아스필리쿠에타가 베예린, 체임벌린의 돌파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뉴욕 레드불스에 당한 2대 4 패배 이후 네 경기 연속 실점을 내주고 있는 첼시의 수비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 '코스타 없으면...' 레미와 팔카오의 부진

바르셀로나와의 인터내셔널챔피언스컵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코스타는 예상대로 커뮤니티 실드에 결장했다. 코스타가 빠진 커뮤니티 실드는 첼시의 백업 공격수들을 실험해볼 수 있는 무대였다. 하지만 전반전 45분을 소화한 로익 레미, 그리고 후반전 45분을 소화한 팔카오가 모두 부진하면서 최전방 공격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 상태다. 전반전을 소화한 레미는 수비수들을 교란시키며 동료들이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움직임이 없었고, 자주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려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후반전에 나선 팔카오는 상대 수비수를 반칙으로 밀친 장면을 제외하면 존재감이 없었다. 시즌 중 코스타가 경기에 나설 수 없을 때 제 역할을 해줘야 할 서브 공격수들의 활약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이들이 정상 컨디션을 되찾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3. 아스날 전 패배의 쓰라린 상처

이날 경기에서의 패배가 첼시에게 더욱 쓰라린 이유는 두 명의 인물로 좁혀진다. '체흐'와 '무리뉴'다. 영원히 첼시의 수문장이 될 것 같던 체흐 골키퍼가 라이벌 팀의 유니폼을 입고 첼시의 슈팅을 막아내는 모습은 팬들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 1대 0 승리를 지켜낸 체흐는 아스날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램파드에 이어 체흐까지, 첼시 팬들은 또 한 명의 레전드를 라이벌 팀에 떠나보내며 큰 슬픔을 맛보았다.

무리뉴 감독도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동안 유지해왔던 벵거 감독에 대한 절대적 우세가 깨졌다. 무리뉴 감독은 벵거 감독을 향한 축하 인사를 무시하고, 준우승 메달을 관중석으로 던졌다. 자신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음이 당연했다. 첼시 팬들도 아스날 전 패배는 낯설었다. 절대적 우위를 예상했던 경기에서의 뜻밖의 패배, 그리고 시즌 개막을 앞둔 지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디펜딩챔피언 첼시 팬들은 우울한 분위기로 시즌 개막에 임하게 됐다. 커뮤니티 실드 이후 엇갈린 명암에 놓이게 된 런던 라이벌 두 팀, 과연 그들의 2015-16 시즌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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