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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직원은 해고해도 된다' : 정부 가이드라인 나왔다

  • 허완
  • 입력 2015.08.03 14:50
  • 수정 2015.08.03 14:59
ⓒshutterstock

‘이런 직원은 해고해도 된다’는 일종의 ‘해고 가이드라인’이 정부 국책연구기관에서 발표됐다. 정부가 곧 발표할 대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의 쟁점 중 하나다. 어떤 내용일까?

정부, ‘이런 직원은 해고해도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일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인 인사관리’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핵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전문은 여기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1. 업무성과가 저조하다고 해서 곧바로 해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2. 다만 업무성과를 개선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끝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해고는 정당하다.

다만 여기에는 ‘기업들의 인사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만만치 않은 전제가 깔려 있다.

노동연구원은 세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이 중 두 건은 수년간 인사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노동자들의 사례다. 회사가 마련한 업무능력 향상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았거나, 프로그램을 이수했음에도 별로 나아지지 않는 경우에는 해고가 적법하다고 각각 대법원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결론 내린 경우다.

다른 한 건은 회사가 노동조합 가입 등을 이유로 특정 직원들을 ‘퇴출’시키기 위해 인사평가 제도를 악용한 사례다.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인사평가를 끼워맞춘 것. 이 경우 대법원은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자료는 정부가 8~9월 중에 발표할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의 바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이 뭐길래?

일반해고는 ‘업무성과 미비’나 ‘근무태도 불량’ 등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을 말한다. 법적으로 미미하게나마 요건이 명시되어 있는 징계해고나 정리해고와는 달리, 현재 이 일반해고에 대한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현행 근로기준법(제23조 1항)은 다만 이렇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정부는 바로 이 ‘정당한 이유’의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발표된 자료는 이런 정부 계획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겨레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통상(일반)해고와 관련해 정부가 내놓을 기준과 절차가 무엇이냐는 관점에서 (노동연구원 자료가) 유력하게 검토하는 방안이다. 향후 중심적인 내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쉬운 해고’냐 ‘투명한 해고’냐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해고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이었다.

노동계가 이 가이드라인을 ‘쉬운 해고’라고 해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결국 기업들이 주관적 요소들을 반영해 ‘일단 해고부터 하자’는 식으로 악용할 위험이 높다는 것.

이를테면, 노동계가 제기하는 의문은 이런 것들이다.

  • ‘객관적 업무능력 평가 기준’이 있을 수 있나? (수치 등으로 성과를 측정할 수 없는 직종은 어떻게 객관적으로 성과를 판단할 것인가?)
  • 인사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는가?
  • 정부가 일률적으로 ‘기준’을 제시하는 게 타당한가?
  • 어차피 부당해고인지 아닌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하는 거 아닌가?

문제는 저성과자를 판단하고 인사조치를 할 때 기준이 판결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저성과자인지부터 시작해 회사는 해고회피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노동자는 능력향상이나 태도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사례별로 정도가 다르다. (매일노동뉴스 4월13일)

반면 정부는 ‘투명한 해고’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행법상 저성과자 등에 대한 해고요건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면 노사 간 분쟁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것.

물론 정부가 이 제도를 추진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정규직이 과보호를 받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정규직 과보호가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한번 뽑으면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월급은 계속 오르니

기업이 감당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의 의뢰로 관련 내용을 연구해온 노동법이론실무학회 연구팀은 지난해 말 이렇게 설명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어떤 자본주의 국가도 업무능력 개선 가능성이 없는 근로자에게까지 평생 고임금을 지급하지는 않는다”며 “국내 법원이나 노동위원회 역시 (저성과 근로자 해고와 관련된) 판례나 해법을 제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안을 만들어 생산성 향상과 고용 안정을 연계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2014년 12월10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3일 “바람직한 인사관리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해고 요건 완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일방적으로 쉬운 해고를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법원의 판례와 노동위원회 판정례 등을 노사가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선전포고?

한편 이 자료가 발표된 시점을 두고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이 이 문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리지 않는 것을 전제로 대화에 복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지 사흘 만에 이런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내용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노동계가 ‘오해’를 하고 있을 뿐이며, 대화를 재개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휴가 복귀 후 노동계의 극렬 반대해 온 이슈에 대해 밀어붙인 것은 그만큼 정부 주도의 강력한 노동시장 개혁 의지를 내보이기 위한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정부로서는 식물상태의 노사정위에 노동계 복귀를 압박하는 동시에, 노동계가 끝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정부 주도로 더 강력한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서울경제 8월2일)

청와대도 3일 노사정위원회 대화 재개를 압박하는 듯한 브리핑 자료를 내놨다.

청와대는 3일 노동시장 구조개혁 문제와 관련, "노사정위원회의 조속한 복원과 노사의 양보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대타협이 도출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이날 '8월 경제정책 브리핑' 및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서는 경제활성화 노력과 함께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안 수석은 브리핑에서 "하루라도 빨리 노사정위가 재가동돼 노와 사가 나름대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여러가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고, 특히 청년 고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8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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