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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家)는 왜 한국어보다 일본어에 익숙할까

  • 원성윤
  • 입력 2015.08.03 14:22
  • 수정 2015.08.03 15:01
ⓒSBS

"궁민 여러분, 재손함니다(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지난 2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어눌한 한국어를 들은 한국 국민들은 적잖이 놀랐다. 당연히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알았던 신 전 부회장의 입에서 생소한 일본어투의 한국어가 들렸기 때문이다.

지난 7월30일 일본어로 진행한 KBS와의 인터뷰 이후 "한국 기업, 한국 사람이 맞냐"는 비난 여론이 일자 신동주 전 부회장은 8월2일 KBS 그리고 SBS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했지만 일이 바빠서 잊었다"며 사과를 했지만 이미 여론은 차갑게 식은 뒤였다.

3일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에 비해서는 한국어가 훨씬 유창했지만 다소 긴 한국어를 하자 그의 목소리에서는 일본어투가 잔뜩 묻은 말이 튀어나왔다. '총괄회장'을 '총가루회장님', '2월말'을 '2워루말'이라고 발언하는 등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으로 보기에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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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채널A 뉴스 on 2015년 8월 2일 일요일

이처럼 세 부자에게 '일본색'이 진한 것은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 때문이다. 아버지 신격호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고, 어머니는 일본인 시게미츠 하츠코다. 아들인 동주, 동빈 형제는 일본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졸업했고,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역시 같이 졸업했다.

사회생활 역시 일본과 떼어놓을 수 없다. 신동빈 회장은 1981년 노무라증권에 입사해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했고 이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직책을 맡아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에서 주로 일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자신이 문서결제를 할 때는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라고 쓴다. 신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시게미쓰 히로유키(重光宏之)', 신동빈 회장은 '시게미쓰 아키오(重光昭夫)'라는 일본 이름으로 부른다. 신격호 회장이 첫째 아들 신동주 전 부회장과 나눈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부자는 유창한 일본어로 대화를 했고, 신격호 회장 역시 신동빈 회장을 '아키오'로 불렀다. 두 형제의 인생 60년 가운데 절반 이상을 일본에서 보낸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친숙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7월31일 KBS에서 공개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육성 녹음. 유창한 일본어로 대화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동영상을 공개했을 당시에는 이런 논란이 불거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겠지만, 현재는 롯데가(家)의 국적과 병역 기피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동주, 동빈 형제는 한때 일본국적을 취득했다 병역의무가 면제된 뒤 한국국적을 취득했다.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난 형 신동주 씨도 일본 국적으로 군 소집을 피했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우는 확실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10대 후반부터 일본에 건너가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을 볼 때 역시 일본 국적 때문에 면제를 받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시사포커스, 2월26일)

신동빈 회장은 41살 때까지 일본 국적을 유지하며 병역을 피해갔다. 1955년 2월 출생인 신 회장은 그 해 4월 한국에 호적을 올린데 이어 10월 일본 호적에도 등재했다. 당시 한국의 국적법은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한국 국적을 자동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신 회장은 1996년 6월 법무부의 통보에 따라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가 2개월 만인 같은 해 8월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1월30일, 메트로신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이 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로비로 들어서고 있다. 이 호텔 신관 34층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위치해 있다.

이처럼 국적논란으로 번져가자 주변 관계자들은 이들 부자가 '한국국적의 사람'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한국 여론에 대한 섭섭함도 나타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은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렇게 털어놨다.

"형님(신 총괄회장)이 반세기에 걸쳐서 우리나라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좀 너무나 섭섭한 일이다. 많은 돈을 일본에서 벌어서 한국에 투자를 했는데 한국 돈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것처럼 말을 한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에서도 고관들로부터 5~6차례 귀화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절대 그렇게 안 한다고 거절했다." (8월3일, 연합인포맥스)

조카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시아경제' 7월3일 보도에 따르면 신 사장은 "신동주는 한국을 아주 좋아하고, 한국적이다"라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큰어머니 제사 한번 빠진적이 없고, 한국에서 친척 만나는 것을 기대하고 원하는 한국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7월3일 보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롯데가 일본 기업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하면서 "95%의 매출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롯데가 이번 경영권 논쟁을 마무리 짓더라도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한국적 정서에 기반한 의구심을 쉽게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가 일본 법인이라는 점은 여전히 논란거리입니다. 한국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는 호텔롯데인데, 호텔롯데의 일본 측 지분율은 99%를 넘습니다.한국 롯데가 거둔 이윤은 결국 일본 주주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8월3일,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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