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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위기에 빠진 3가지 원인

  • 허완
  • 입력 2015.08.01 14:41
  • 수정 2015.08.01 15:20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이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회심의 역작’ 갤럭시S6 시리즈를 내세웠음에도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실패작’으로 꼽히는 갤럭시S5가 주도하던 지난해의 62%에 그쳤다.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출시 당시 국내외 언론의 호평을 받았던 갤럭시S6 시리즈마저 삼성전자를 위기에서 구해내지 못한 이유는 뭘까? 대체 뭐가, 어떻게 잘못된 걸까?

1. 갤럭시S6 수요예측 틀렸다

비즈니스인사이더 오스트레일리아는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수요예측 실패”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초 갤럭시S6와 S6엣지의 판매 비중을 4:1로 예측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더 비싼 ‘엣지’보다는 일반 모델인 ‘S6’를 훨씬 더 많이 찾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곡면 스크린을 채택한 ‘S6엣지’가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S6와 거의 비슷한 수준(1:1)의 수요가 형성됐다. 미처 이를 예측하지 못한 삼성전자가 S6엣지의 공급 물량을 맞추는 건 불가능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소개한 유명 IT 블로거 벤 톰슨의 말을 들어보자.

"이건 스마트폰 시장이 어떻게 완전히 두 갈래로 나눠졌는지 삼성전자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성능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오직 제품 라인업의 ‘최고’를 원한다. ‘엣지’라는 말이다. 가격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그저 100달러를 아끼기 위해 (갤럭시S6엣지 대신) 일반적인 S6를 구입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500달러를 아껴 차라리 완전히 똑같은 소프트웨어(안드로이드)로 작동하는 쓸 만한 폰을 살 것이다."

실제로 갤럭시S6엣지는 출시 직후부터 대리점에서 ‘품귀현상’을 빚었다. 당시 이런 상황을 소개한 조선비즈의 기사를 보자.

그러나 이 같은 갤럭시S6 엣지 모델 품귀 현상은 조기에 해결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처음부터 갤럭시S6 엣지 모델 보다는 일반 모델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측하고, 협력사에 소재, 부품을 발주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엣지 모델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수백개의 협력사 역시 생산량을 조기에 끌어 올려야 한다.

당초 삼성전자는 엣지 모델 판매량이 일반 평면 모델 대비 5분의 1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예약 주문량 30만대 중에는 엣지 모델 수요가 절반 가까이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비즈 4월10일)

갤럭시S6엣지는 없어서 못 팔았던 반면, S6는 재고량이 점점 쌓이고 있었다는 조사도 나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4월 갤럭시S6의 출하량은 730만대다. 이 중 330만대를 판매했다. 재고량이 400만대로 오히려 판매량보다 많다. 출하량 대비 재고 비율이 55%에 불과하다. 반면 엣지는 340만대를 출하했고 280만대를 팔았다. 재고량은 불과 60만대로 재고 비율은 20%도 되지 않는다. (매경이코노미 제1811호 6월8일)

2. 비싼 제품도 문제, 싼 제품도 문제

삼성전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갤럭시 를 만든다. 비싼 것도 만들고, 싼 것도 만든다. 큰 것도 만들고 작은 것도 만든다. 위키피디아에서 갤럭시갤럭시 노트, 갤럭시 탭을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 실적이 최악의 부진을 기록하자, 언론들은 ‘너무 많은 제품 라인업’을 그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해외 업계 전문가들을 비롯해 외신들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캐니발라이제이션도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의 최대 적은 자기 자신"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그간 100종이 넘는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새 제품의 수요를 잠식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태블릿PC 사업에서도 나타났다. (조선비즈 2014년 7월8일)

사실 삼성전자의 이런 전략은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강점은 하드웨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삼성에겐 시장 수요에 따라 최신 기술과 부품을 조합해 누구보다 빨리 새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려는 이런 전략이 꼭 틀린 건 아니다.

문제는 스마트폰 시장 양 극단 어디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있다. 저렴한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과 인도 업체들의 파상 공세를 감당하기 어렵고,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떡하니 버티고 있는 애플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싼 건 치열해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만큼 충분히 싸지 않고, 비싼 건 애플의 '프리미엄 이미지'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샤오미 같은 중국 업체들은 서서히 고급형 모델에도 진출하고 있다. 애플은 대표적인 저가 제품 시장으로 인식되어 왔던 중국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고, 이어 인도 시장을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인기와 함께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우는 중국업체들의 고가 시장진출은 삼성전자가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중국업체들보다 저가폰 시장의 대응이 느렸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프리미엄·고가·중저가 등 모든 시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선진 시장에 집중했던 애플이 중국에 이어 인도 시장공략을 강화하면서 저가폰 시장조차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선비즈 7월28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은 2분기 인도 시장에서 1위를 지켰지만, 2위와의 격차는 줄어들었다. 애플은 빠른 속도로 인도 판매량을 높여가고 있다. 샤오미 역시 마찬가지다.

3. 플랫폼이 없다

‘플랫폼을 지배하는 자가 시장의 룰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이건 진리에 가깝다. 삼성전자에 없는 것도 바로 이 ‘플랫폼’이다. 삼성 스마트폰 위기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결국 또다시 플랫폼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플랫폼이 있다’는 건 이런 의미다.

애플은 기기(하드웨어)를 직접 설계하고, 운영체제(소프트웨어)도 직접 개발한다. 앱스토어와 아이튠스스토어 같은 콘텐츠 유통채널도 손에 쥐고 있다. 스마트폰 생태계의 모든 연결고리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 게다가 애플의 자체 PC 플랫폼인 ‘맥’은 점점 더 애플의 모바일 기기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중이다.

당신이 아이폰을 쓰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안드로이드로 갈아타기는 매우 어렵다. 당신이 구입한 앱은 오직 애플 기기에서만 작동할 것이며, 기본 사진 라이브러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플랫폼 종속성’이다. 당신은 아마도 아이패드, 맥, 애플TV, 애플워치 같은 더 많은 애플 기기를 구입하게 될지도 모른다.

‘차별화’라는 관점에서도 플랫폼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이폰과 갤럭시를 중 하나를 고를 때, 각각의 선택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차이는 명확하다. 반면 갤럭시와 다른 안드로이드폰 사이에서는 그만큼의 차별성이 드러나기 어렵다. 같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거의 유일한 차별점은 가격이 될 수밖에 없고, 경쟁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게 된다.

다른 측면에서도 살펴보자. 만약 당신이 앱 개발자라면, 당신은 애플이 제공하는 툴을 기반으로 애플 기기에서만 작동하는 앱을 개발한 뒤, 애플의 심사를 거쳐 애플이 운영하는 앱스토어에서 앱을 판매할 것이다. 이렇게 얻은 수익의 상당 부분은 애플이 수수료로 떼어간다.

삼성은 애플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수익 면에서는 경쟁이 안 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1분기 전 세계 상위 8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제품을 판매해 올린 영업이익 중 92%는 애플의 몫이었다. 삼성전자는 15%에 그쳤다.

물론 삼성전자가 플랫폼 구축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독자적인 모바일 운영체제 ‘바다’가 실패로 끝난 이후, 사물인터넷(IoT) 분야까지 포괄하는 스마트기기 플랫폼 ‘타이젠’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초 인도에서 출시한 ‘타이젠폰’준수한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미 격차는 만만치 않게 벌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에서 ‘플랫폼 경제’를 강의하고 있는 문영배 나이스평가정보 CB연구소장은 “시장점유율로 보면 삼성과 애플은 엎치락뒤치락 비슷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영업이익은 애플이 압도적인데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중략)

문 소장은 “삼성은 스마트폰 판매 이익의 대부분을 플랫폼 업체인 구글에 지불해야 하지만 애플은 스마트폰을 파는 만큼 이익으로 남는다”며 “플랫폼이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 간의 차이는 점점 더 극명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매거진 제1014호 5월13일)

삼성전자는 과연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 차이를 뒤집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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