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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 어디까지 가봤니?

2001년 개인 자격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갔던, 이를테면 인류 최초의 우주 '여행객'인 미국의 데니스 티토는 200억원이 넘는 돈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이소연 박사를 비롯해 이후에 우주에 간 사람들도 대개 비슷한 비용을 지불했다. 이렇게 수백억원의 비용이 든다면 보통 사람들에게 우주여행은 그림의 떡조차도 못 된다. 이런 현실이 조금씩 달리 보이기 시작한 것은 싼 가격에 우주관광을 시켜주겠다는 회사들의 등장 덕택이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국내 신문기사에도 자주 이름을 드러내는 버진그룹의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은 단돈 25만달러, 즉 2억6천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우주여행을 약속하고 있다.

  • 원종우
  • 입력 2015.08.02 07:56
  • 수정 2016.08.02 14:12

1969년부터 3년 동안 여섯 차례나 달에 사람을 보냈던 나사(NASA)는 1972년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유인 달 탐사를 중단했습니다. 이후 43년 동안이나 인류는 지구 궤도를 벗어나보지 못했습니다. 국가 차원의 우주 탐사가 예산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한 동안 민간의 우주산업은 2000년대 이후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자비로 우주여행을 다녀온 이도 있었습니다. 국외여행을 하듯, 누구나 우주로 나가는 시대는 언제쯤 현실이 되는 걸까요?

예전의 우주탐사는 마치 전쟁 같았다. 50, 60년대에는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만 로켓 기술을 갖고 있었고, 이를 통해 누가 먼저 우주로 나가느냐, 누가 먼저 우주로 사람을 보내느냐, 그리고 누가 먼저 달에 발을 딛느냐 등에 엄청난 돈과 인력을 투자하며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이후 계속된 냉전적 정치 상황도 이런 경쟁심에 기름을 부었고, 또 로켓 발사체 기술이 기본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적인 군사력 경쟁의 의미도 있었다.

초기 우주탐사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분위기 덕택이었다. 무게 90㎏이 채 되지 않는 쇠공일 뿐이던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수백㎞ 상공의 지구궤도를 처음 돈 것은 1957년인데, 세 명의 사람을 실은 아폴로 11호가 물경 38만㎞나 떨어진 달에 착륙한 것이 불과 12년 뒤인 1969년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태세라면 화성이나 금성, 목성 같은 곳에 도달할 날도 머지않았고 조만간 대부분의 행성들에 인류의 기지가 건설되고 보통 사람들도 우주여행에 나설 것만 같았다. 그래서 21세기 초엽을 이런 모습으로 그린 소설이나 영화도 적지 않고, 우리나라 가수 민해경도 1983년에 '서기 2000년'이라는 노래로 그런 미래를 묘사했었다.

하지만 막상 인간이 달에 첫발을 내디디고 나자 경쟁은 시들해졌고 우주탐사의 속도도 느려졌다. 이미 상징적인 목표를 달성한 가운데 너무 큰 비용이 드는 국책사업으로서 우주탐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한편으로는 경쟁의 동력이던 냉전도 수그러들고 만다. 그래서 이후에도 많은 무인탐사선이 여러 행성에 도달했고 스페이스 셔틀(우주왕복선)이 많은 임무를 수행했지만, 1972년의 아폴로 17호 이후 지금까지 40년이 넘도록 인류는 지구궤도를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 오랜 답보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제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수익이다.

미국의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X)'의 2단형 액체로켓 '팰컨9'이 지난해 9월8일 미국 플로리다 공군기지에서 통신위성 '아시아샛6'를 싣고 발사되는 장면. 팰컨9은 내년 4분기 한국의 방송통신위성 '무궁화위성 5A호'를 싣고 발사될 계획이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돛 올린 민간 우주산업

우주탐사를 국가가 아닌 민간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일단 한때는 특급 군사기밀이던 관련 기술들이 개방되어야 하고, 또 이 기술들을 사용하기 위한 비용이 낮아져야 한다. 이런 이유로 초기의 민간 우주산업은 원래부터 우주계획에 참여하고 있던 미국의 군수업체를 통해 시작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과의 관계 속에서 이미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정한 투자만 하면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게 해서 처음 민간이 간여한 분야는 돈이 많이 들고 부담스러운 로켓 발사체가 아니라 로켓에 탑재해 궤도상에 쏘아 올리는 위성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었는데, 이것은 놀랍게도 우주탐사의 극초기인 1962년부터 이미 시작됐다. 그러다가 로켓 발사체 쪽으로 영역이 확장된 것은 관련 법규 등이 정비된 20세기 말에 이르러서다.

처음 민간업체들이 참여한 발사체 관련 분야는 이미 존재하는 우주산업이나 활동과 연관되어 수익모델이 단순한 쪽이었다. 그런 것들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공위성 발사다. 인공위성은 통신이나 방송, 위성항법장치(GPS), 기상관측 등 우주와 관련해서 가장 실제적이고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로켓 발사 수요가 있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위성체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민간사업화가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 위성체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믿을 만한 기술력을 보유한 민간기업이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다면 발사를 맡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 한 분야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사람과 물건을 나르는 일이다. 이것 역시 새롭게 개척하는 사업이 아니라 이미 궤도상에 존재하는 우주정거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된 수요가 있다. 특히 2011년에 나사의 스페이스 셔틀이 퇴역하면서 그 필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페이팔과 테슬라 모터스로 잘 알려진 사업가 일론 머스크가 2002년에 '스페이스엑스'를 설립했다. 스페이스엑스는 2008년에는 나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민간업체로는 최초로 인공위성 라자크샛(RazakSAT)을 자사의 팰컨 로켓으로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하고, 이어 2012년에는 수백㎏의 음식과 옷, 과학실험 장비를 국제우주정거장에 전달하는 데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한편 원래 인공위성 제작 사업을 하던 오비탈 사이언스도 스페이스엑스와 같은 날 나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초부터 안타레스 로켓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많은 물자를 실어 나르게 된다. 이렇게 바야흐로 민간 우주산업이 화려하게 돛을 올렸다.

이후 전개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지난해 10월 세번째 임무를 위해 발사되던 오비탈 사이언스의 안타레스 로켓은 그만 발사 6초 만에 폭발해버렸고, 이어 올해 6월에는 역시 물자 보급을 위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던 스페이스엑스의 팰컨 로켓이 발사 2분20초 만에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일들로 민간 로켓들의 안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 국제우주정거장이라는 안정적인 고객이 있고 사업 추진의 필요성도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발전해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듯 민간 우주산업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로 산업적으로도 그 틀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더 관심을 갖는 쪽은 아무래도 무인 로켓에 의한 인공위성 발사나 물자 수송보다는 좀 더 드라마틱한 영역일 것이다. 여기에는 우주를 향한 개인적인 꿈을 산업으로 승화해보려는 몇몇 괴짜들의 열정이 주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우주 관광여행이다.

최초 우주여행, 200억원 들다

2001년 4월30일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승선한 세계 최초의 우주관광객 데니스 티토(왼쪽). AP 연합뉴스

이것의 실현에는 비용이라는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지난 세기에 가졌던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우주로 나가는 일에는 여전히 너무 많은 돈이 든다. 2001년 개인 자격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갔던, 이를테면 인류 최초의 우주 '여행객'인 미국의 데니스 티토는 200억원이 넘는 돈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이소연 박사를 비롯해 이후에 우주에 간 사람들도 대개 비슷한 비용을 지불했다. 이렇게 수백억원의 비용이 든다면 보통 사람들에게 우주여행은 그림의 떡조차도 못 된다.

이런 현실이 조금씩 달리 보이기 시작한 것은 싼 가격에 우주관광을 시켜주겠다는 회사들의 등장 덕택이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국내 신문기사에도 자주 이름을 드러내는 버진그룹의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은 단돈 25만달러, 즉 2억6천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우주여행을 약속하고 있다. 또 버진 갤럭틱보다는 덜 알려진 '엑스코어 에어로스페이스'사는 이보다도 훨씬 저렴한 9만5천달러의 우주여행 티켓을 예매하고 있으며,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역시 '블루 오리진'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상업 우주여행을 준비 중이다. 물론 이런 금액도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수백억원에 비한다면 훨씬 현실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기존의 100분의 1 정도의 비용으로 우주여행이 가능하다는 걸까? 여기에는 알고 보면 조금 실망스러운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우주로 나가는 과정에서 비용을 낮추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많지 않다. 일단 무조건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을 써야 하고, 또 어떻게든 연료를 절약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 동안에 가까운 곳을 다녀오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바로 준궤도 여행이다. 즉 우주정거장이 떠 있는 영역인 400㎞의 저궤도보다도 훨씬 낮은, 우주와 대기의 경계선인 지상 100㎞의 '카르만선'까지 다녀오는 것이다. 여기까지 다녀오기 위한 총 비행시간은 2시간 반 정도고 '우주'에 머무르는 시간은 단 10분도 되지 않는다. 결국 둥근 지구를 바라보고 내려오면서 약간의 무중력을 경험하는 정도인데, 그럼에도 앤절리나 졸리,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스티븐 호킹 등 수백명이 이미 예약을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험비행을 실시하던 버진 갤럭틱의 '스페이스십2'는 지난해 10월 모하비 사막에 추락하여 조종사 한 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그리고 경쟁자인 엑스코어 에어로스페이스의 '링스'나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는 아직 시험비행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저 돈 많고 유명한 사람들의 우주여행도 기대만큼 빨리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이고, 카르만선을 넘어 지구궤도에 안착하거나 혹은 달이나 화성 같은 천체로의 관광여행이 일반인에게 보급되는 것은 어쩌면 금세기 안에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우주광업은 노다지일까

최근에는 새로운 민간 우주산업 분야인 '우주광업'이 또 관심을 끄는 중이다. 주로 소행성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일견 황당해 보이지만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에릭 슈밋,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 등이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우습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이들에 의해 2010년 설립된 '플래니터리 리소시스'는 허블 같은 우주망원경을 띄워 채굴 후보가 될 소행성을 탐색할 계획을 갖고 있고, 또 다른 업체인 '딥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스'는 올해 안으로 채굴에 적합한 소행성을 찾아 내년에는 직접 샘플을 가져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물론 로켓 발사에는 돈이 아주 많이 들기 때문에 수지를 맞추려면 가치가 높은 광물을 많이 캐 와야 한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이런 소행성은 꽤 많을 수도 있다. 일례로 지난 7월20일께 지구 240만㎞ 근처까지 접근한 소행성에는 백금이 1억t가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돈으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6천조원에 이르는 가치를 지닌 이 소행성은 2년 뒤에 다시 지구 가까이 찾아온다.

이렇듯 소행성 중에는 비싼 광물을 잔뜩 머금은 채 지구에 제법 가깝게 접근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를 한다면 우주관광보다 더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성과를 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당장 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운 분야지만, 길게 보고 투자한다면 언젠가는 거대한 이익으로 돌아오리라는 기대가 가능하다고나 할까.

이렇게 보면 '누구나 우주로 나가는 시대'가 열리기에는 아직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우주 탐사와 여행의 개념은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한때 태어난 고장에서 죽을 때까지 살던 우리가 이제는 어렵지 않게 지구 반대편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것을 보면, 언젠가 적어도 태양계 내 지역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돌아다니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그 출발점에 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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