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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의미

많은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여행의 의미에 대해 많이도 의문을 가지는 것 같다. 시간이 허락할 때면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고 해외여행도 즐기는 나에게 동행자들마저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너와 함께 하지 못해서 안타깝다"라는 말을 자주 내뱉고는 한다. 어떤 누군가는 돈이 아깝지 않냐는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건넨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거꾸로 이렇게 묻는다. "경치를 보는 것이 여행의 전부라면 잘 정리된 TV 여행프로그램이나 보는 게 낫지 않을까?"

  • 안승준
  • 입력 2015.07.31 11:13
  • 수정 2016.07.31 14:12
ⓒgettyimagesbank

대학 시절 학생회의 일원으로 금강산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관광 목적의 개방이라고는 했지만 경계는 삼엄했고 보안초소의 검문검색은 어느 해외공항보다도 철저했다.

다른 공항들에서는 웬만하면 나의 시력상태를 보고 안내를 해 주거나 동반인의 안내를 허락해 주었지만 그 곳은 철저히 혼자서 검색대를 통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허둥대는 나에게 신경질적으로 "눈깔이도 뵈지 못하는 동무가 무슨 공부를 하러 왔소?"라고 쏘아 붙였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쫓기듯 살아가는 당시의 북한 사람들이 보기에 장애인의 여행은 매우 어색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새로운 장소 낯선 공기 색다른 소리와 향기들 그리고 목적 없는 여유로움은 언제나 편안한 충전의 시간이 되고는 한다.

특별한 계획이나 정해진 목적지가 없어도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은 언제나 들뜬 설렘을 선물해 주고는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여행의 의미에 대해 많이도 의문을 가지는 것 같다.

시간이 허락할 때면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고 해외여행도 즐기는 나에게 동행자들마저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너와 함께 하지 못해서 안타깝다."라는 말을 자주 내뱉고는 한다.

어떤 누군가는 금강산 초소의 북한군인 같은 말투로 돈이 아깝지 않냐는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건넨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거꾸로 이렇게 묻는다.

"경치를 보는 것이 여행의 전부라면 잘 정리된 TV 여행프로그램이나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사람들은 종종 같은 공간 같은 경험 속에서 모두가 같은 것을 느낀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같은 영화,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각자가 느끼는 것이 다르듯 여행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음식들을 맛보고 새로운 촉감을 느껴보고 새로운 사람들의 말씨와 정을 느끼는 것들...

말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하나하나의 무언가들이 내 여행을 설명하는 일부일 수 있겠지만 그것들이 전부는 아니다.

같은 장소를 같은 사람이 가더라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듯이 나의 여행은 낯설음과 새로움에 대한 기대인 것 같다.

지지리 궁상떨면서 다니는 학생들의 고생스런 배낭여행도, 등산복을 세트로 입고 다니는 어머님들의 페키지 여행도, 7박 8일 사진기로만 세상과 만났던 누군가의 첫 유럽여행도 나름의 생각들과 이야기가 있어서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아름다운 경험들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안타까움의 마음들은 내게도 짠한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보지도 못할 걸 왜 여행하냐고 묻는다면 만지지도 못할 것을 왜 보냐고 묻고 가지지도 못할 것을 봐서는 뭐하냐라고 물어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세상에 가치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느끼는 것들이 있어 서로 나눌 수 있고 그 안에서 공감을 찾아가는 것이 함께 여행하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휴가 가기 좋은 계절이 다가왔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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