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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셀카를 위해 호랑이는 이빨이 뽑혀야 했다 | 동물을 사랑하는 '인도적인 여행자'가 되는 방법

관광객이 보는 앞에서 직접 학대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여행자들마저도 이것이 동물에게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인지 모르고 구매하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돈 들여 떠난 여행인데, 호랑이 옆에서 '브이'자를 그리며 '기념셀카'를 찍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한 번의 사진을 찍기 위해 호랑이는 어린 나이에 어미를 잃고 잡혀와야 했고, 이빨과 손톱이 뽑히고, 매질을 당하고, 심지어는 공격성을 없애는 약물에 중독되는 끔찍한 삶을 살아야 한다.

  • 이형주
  • 입력 2015.07.31 05:59
  • 수정 2016.07.31 14:12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어쩌다 마주치면 '식사하셨어요?'하고 묻던 사람들이 '휴가 어디로 가세요?' 하고 묻는다. 주말이면 가족, 친구, 연인들과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고속도로건 공항이건 북새통을 이룬다.

최근에는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나 자전거 여행 등 여행 문화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도 휴가철이면 관광지의 환경과 지역 주민은 몸살을 앓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기에 한 가지 추가하자면,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의 한 코끼리 공연업체의 공연 모습. 한겨레

'돌고래 체험, 바다코끼리쇼, 원숭이쇼, 코끼리쇼, 흑돼지쇼, 낙타 트래킹...'

인터넷 검색창에 '제주 여행'을 치면 뜨는 광고들이다. 제주도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전국에서 모여드는 단체관광객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 관광버스 십 수 대를 한꺼번에 전세 내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생겨난, 이름도 희한한 각종 테마파크, 박물관, 놀이시설 중에 유독 인기를 끄는 것이 바로 동물쇼, 동물체험이다. 섬 구석구석마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절경들이 펼쳐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인기를 끄는 것이 동물쇼, 동물체험이라는 것도 참 씁쓸한데, 더 큰 문제는 이런 곳에서 운영되는 공연 내용을 보면 사실상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제주도 남쪽에 위치한 코끼리 공연장. 거의 스무 마리에 가까운 코끼리들이 공연에 등장한다. 공연이 없을 때는 등에 사람을 태우고 좁은 운동장을 걷는다. 생후 몇 년 되지 않은 자그마한 아기코끼리들부터, 훈련할 때 눈 옆, 항문 주위 등 민감한 부분을 찌르는 쇠꼬챙이인 '불훅(bull hook)' 자국의 오랜 상처가 완연한 늙은 코끼리들까지, 무대에 올라 테크노 음악에 맞춰 머리를 흔들고, 좁은 의자에 물구나무를 서고, 코로 훌라후프를 돌리고, 농구를 한다. 심지어 아파서 죽은 듯한 연기를 하면 의사 복장을 한 코끼리가 달려오기까지 한다. 공연장 어디에도 진짜 '코끼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관광객들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더 신이 나서 음악에 맞춰 관광버스 춤을 추고 천원짜리 지폐를 코끼리 코에 던지면서 환호한다.

어린 코끼리의 야생성을 없애는 '파잔(Phajaan)' 의식의 한 장면

엄마 잃은 코끼리가 넘는 슬픈 재주

코끼리 트래킹은 태국, 라오스 같은 동남아 관광 상품에는 거의 빠지지 않는 순서다. 그러나 코끼리는 생태적 습성상 등에 무엇을 태우지 않는다. 이 코끼리들이 사람을 등에 태우고 걷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안다면, 결코 그 등에 타서 마음이 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트래킹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코끼리는 야생에서 포획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기를 지키려는 어미 코끼리는 사살된다. 코끼리를 사람의 명령에 따르도록 길들이는 작업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인도적이다. 포획된 코끼리는 사람을 두려워하도록 길들이기 위해 자신의 몸보다도 좁은 나무 상자에 구겨 넣어져서 꼬박 일주일을 쇠꼬챙이로 찔리고, 매질을 당하고, 굶주림에 시달리고, 잠도 잘 수 없게 된다.

'파잔 의식'이라고 부르는 이 지옥과도 같은 가혹행위가 끝나면 코끼리의 눈은 초점을 잃고, 어미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자의식이 있는 놀라운 동물인 코끼리는 '사람을 등에 태우고 같은 길을 끊임없이 걷는' 동물로 다시 태어나 관광산업에 이용된다. 야생에서는 가족, 친척들 수십 마리로 이루어진 무리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사는 습성이 있지만, 이제 사람을 태우지 않는 시간에는 혼자 외롭게 줄에 묶여 평생을 지내야 한다.

무분별한 포획과 개발로 인한 서식지의 손실로, 20세기 초에는 10만 마리에 이르던 아시아 코끼리의 숫자는 50퍼센트 가량 줄었고, 아시아 전역에 퍼져있던 서식지는 15퍼센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관광산업의 부산물로 존재하는 동물학대

코끼리 공연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지는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일본원숭이들이 차례대로 물구나무를 선 채로 걷고, 관람객이 외치는 구호에 맞춰 윗몸일으키기를 한다. 기계적으로 드럼을 치고, 기타를 연주하는 흉내를 내고,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원숭이들의 눈 속에는 공허함뿐이다.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원숭이는 진행하는 조련사에게 '바보'라고 놀림을 받고, 청중들은 폭소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아볼 정도로 자의식이 있고, 숫자의 개념을 이해해 덧셈 뺄셈이 가능할 정도로 지능이 높은 원숭이가 수년 동안 매일 똑같은 재주를 부리면서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해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비단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곰 쓸개즙을 추출해 파는 곰농장처럼 학대가 명백한 관광 상품뿐 아니라, 서커스, 동물쇼, 수족관, 호랑이, 사자 등 맹수와 사진 찍기, 야생 동물의 등에 타거나 그 동물들이 끄는 탈 것을 타는 일 등, 우리가 여행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많은 상품에서 동물 학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관광산업의 부산물(by-product)로 존재한다. 이런 관광은 '지역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관광객이 보는 앞에서 직접 학대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여행자들마저도 이것이 동물에게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인지 모르고 구매하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돈 들여 떠난 여행인데, 호랑이 옆에서 '브이'자를 그리며 '기념셀카'를 찍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한 번의 사진을 찍기 위해 호랑이는 어린 나이에 어미를 잃고 잡혀와야 했고, 이빨과 손톱이 뽑히고, 매질을 당하고, 심지어는 공격성을 없애는 약물에 중독되는 끔찍한 삶을 살아야 한다.

This photo of Tiger Temple Thailand Tour is courtesy of TripAdvisor

태국의 타이거 템플(Tiger Temple)에서 한 관광객이 호랑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c)"Tigertemple" by Dmitri1999 at en.wikipedia

'공정여행'과 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

'공정무역(fair trade)'에 이어, 환경을 배려하고 현지인의 삶을 존중하는 '공정여행(fair travel)'의 개념이 등장했다. 공정여행을 위한 행동 지침에 현지인의 인권 존중하기, 노동 착취나 성매매 투어를 하지 않기와 함께 강조되는 것이 바로 '동물을 학대하는 투어나 공연을 하지 않기'와 '멸종위기 동식물로 된 기념품 사지 않기'이다.

동물을 이용해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대부분의 업체는 '이 동물들은 좋은 환경에서 잘 보호받고 있다'는 말로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회유한다. 어떤 경우에는 '수익금은 동물을 돕는데 쓰인다.'라고 까지 말한다. 이럴 경우, 동물복지를 이야기할 때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인 '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Five freedoms)'를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도 비록 선언적이기는 하지만 명시된 이 다섯 가지 자유는 동물의 '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과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공포와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를 말한다. '어디 아픈데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한 번쯤 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동물이 공연을 하면서, 사람을 태우면서 이 다섯 가지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착취'보다는 '공존'을 위한 여행

'여행의 목적'이 뭐냐고 물어보면 우리는 흔히 '성장', '휴식', '발견' 등 긍정적인 단어를 떠올린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어느 누구도 '학대', 착취'가 목적이라고 대답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을 채우기 위해 떠난 여행인데, 그로 인해 고통을 당하거나 상처받는 생명이 생기는 것은 모순적이지 않은가.

현지 토착민과 나의 공존 등 여행에 있어서 '공존'의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때다. 동물과 나의 공존, 자연과 나의 공존. 다양한 생명체가 고유의 습성을 유지하며 각자가 속한 곳에 사는 세상이 여행할 가치가 있는 세상이다.

참고로, 제주 여행객들에게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제주 북쪽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바다에서 떼를 지어 평화롭게 수영하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그 무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동물을 사랑하는 '인도적인 여행자'가 되는 방법

1. 떠나기 전에 여정을 확인한다.

동남아 여행 등 패키지 여행을 가는 경우, 현지에 도착할 때까지 트래킹이나 동물쇼 여정이 포함되어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여행사를 통해 여행상품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동물을 이용한 관광 순서가 포함되어 있는지, 쓸개즙이나 뱀술처럼 야생동물로 만든 기념품을 파는 기념품점에는 가지 않는지 미리 물어본다.

2. 동물쇼, 야생동물과 사진촬영, 투우 등 동물을 이용하는 관광상품은 생략한다.

동물쇼나 수족관, 동물과 사진찍기, 투우처럼 동물의 싸움을 관람하는 스포츠는 과감하게 계획에서 생략하자. 꼭 여행지에서 동물을 보고 싶다면 배를 타고 나가는 고래관광, 망원경을 이용한 조류 관찰 등 자연 서식지의 동물을 관찰하자. 태국에는 트래킹 대신 관광산업에 이용되던 코끼리를 치료하고 보호하는 시설 중 방문이 가능한 곳도 있다.

3. 야생동물로 만든 음식, 기념품은 구매하지 않는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불법 거래되는 야생동물의 양은 원화로 2천억 원 규모에 달한다. 쓸개즙, 뱀술 등 야생동물로 만든 약재나 코끼리 상아, 야생동물의 모피, 깃털, 가죽, 뿔, 이빨 등으로 만든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다. 국내 반입 시 멸종위기종일 경우 관세법 위반에 해당해 처벌받을 수도 있다.

4.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동물 학대 현장을 목격했다면 동물의 소유주나 업체에 직접 항의하거나 지역 경찰이나 동물보호단체에 신고한다. 이때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면 도움이 된다. 여행사를 통한 여행이었다면 반드시 여행사에게 알려주자. 어떤 여행사도 소비자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상품을 팔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사회관계연락망(SNS)를 통해 주위에 알리거나 외국인 경우 해당 국가 대사관에 이메일을 쓰는 것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실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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