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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의 집단 자위권 법안을 반대하는 일본 아이돌, '제복향상위원회'는 어떻게 등장했을까?(사진, 동영상)

  • 박수진
  • 입력 2015.07.29 11:09
  • 수정 2015.07.29 14:28

28일 도쿄 일본외국특파원협회에서 아베 정권이 도입하려는 집단 자위권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팝 음악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가사로 붙여 부르는 4인조 여성 아이돌그룹, '제복향상위원회(制服 向上 委員会·SKi)'도 이 자리에 등장해 공연을 펼쳤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현재 멤버인 4명에 전 멤버 1명까지 더해 전부 5명이 참석했다.

멤버인 사이토 유리아(18)는 회견에서 "남의 싸움에 관여하는 것을 아름다운 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정치를 움직이고 있다"며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는데는 어른이든 아이든 아이돌이든 관계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7월 29일 日 아이돌 그룹도 집단자위권 법안 반대 대열 합류

왼쪽부터 사이토 나오(15), 사이토 유리아(18), 전 멤버 하시모토 미카(35), 키나시 카나(17), 니시노 리나(15)

'사회파 아이돌', '좌파 아이돌'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제복향상위원회'는 1992년 최초 결성됐다. 입학-졸업 시스템으로 멤버 교체를 하며 24년째 같은 이름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들이 '정치적 노래'를 부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2010년,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반대하는 노래 'TV 안녕(TVにさようなら)'(공연 영상)이 시작이었다. 가장 대중적으로 큰 호응을 얻은 곡은 2011년 발표한 '탈! 탈! 탈핵의 노래(ダッ!ダッ!脱・原発の歌)'다.

에너지정의행동이 자막을 붙인 '탈! 탈! 탈핵의 노래' 공연 일부 영상

절대 잊지 않아 찬핵파/안전하다면 당신이 살면 되죠

모두에게 폐를 끼쳐버리고/미성숙한 어른인데 부끄럽지 않아요?

탈탈탈탈탈 탈핵을/탈탈탈탈탈핵 큰 소리로

경향신문은 당시 "이들의 노래가 대중매체에서 철저히 봉쇄"됐다고 전했다. '탈핵의 노래'가 수록된 음반 발매 팬미팅에서도 이 곡만은 부르지 말라고 했으며, 지하철역에 홍보 포스터도 붙이지 못했다는 이들의 설명도 덧붙였다.

-가수가 가사를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면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텐데요.

"곡을 받은 뒤 멤버들이 모여 가사 하나하나를 뜯어가며 공부했어요. 원전사고를 다룬 신문기사를 스크랩해서 돌려보기도 하고 책도 읽었어요. 처음엔 지식도, 관심도 없었지만 차츰 마음을 실어 노래를 할 수 있게 됐어요."

- 경향신문 2012년 8월 31일, 탈원전 외치는 ‘제복향상위원회’… 이런 걸그룹 보셨나요

일본 내에서는 이들을 두고 1) 노래하는 멤버들도 정말 가사를 이해하고 부르고 있는 것인지, 또 2) 단지 무수한 아이돌 그룹 중 차별화하기 위한 생존 전략일 뿐인지 등 의문도 제기된다.

최근 이런 의문에 불을 붙인 것이 자민당 정권을 비판하는 노래에 삽입된 다소 과격한 가사였다. 연합뉴스는 '제복향상위원회'가 지난 6월, 시민단체 '헌법 9조 야마토회'가 개최한 집단 자위권 비판 행사에서 기존 곡을 개사해 공연했다고 보도했다. 바꾼 가사에서는 '모든 악의 근원 자민당', '자민당을 쓰러뜨리자'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일본 매체 오타포르는 '제복향상위원회'가 이 곡을 공연한 후 인터넷에서 "더 불러 달라" "잘했다"는 호평과 함께 지명도가 상승했으며, 동시에 소속사에 협박편지도 날아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을 초대한 해당 시민단체 행사에 후원을 약속했던 지자체가 노래 발표 후 후원을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고도 전했다.

자민당만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온 것은 아니다. 2011년에는 집권당이었던 민주당과 노다 당시 당수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협상을 비판한 노래 '악마 노다 TPP(悪魔・野田・TPP)'를 발표했다.

이 그룹에 '입학'할 멤버들은 어떻게 모집하는 걸까?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의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멤버 모집' 공고를 참고할 만 하다. 나이는 10세에서 20세 사이, "노래와 메시지를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거나 관심있는 분은 부담 없이 문의해" 달라고 적어두고 있다.

모닝구무스메보다 먼저 입학-졸업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특별한 존재감은 발휘하지 못했다고 전해지는 이 그룹의 전략 변화에 대해, 일본 매체 오리콘스타일은 이달 4일 온라인판에 발행한 칼럼에서 후지록페스티벌 초청 취소와 관련해 벌어졌던 '외압 논란 해프닝' 등을 언급하며 "록커가 아닌 소위 아이돌이 이러한 체제 비판을 하는 것 자체에 강한 위화감을 느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선거권이 만 18세 이상으로 낮아질 수도 있는 요즘에는 제복향상위원회의 소녀들의 '주장'도 어느 정도 들을 필요가 생긴 것 아니냐'고 논평했다.

한편 일본 제이캐스트 뉴스에 보도된 28일 집단 자위권 반대 기자회견에서의 현 멤버 니시노 리나(15)의 발언은 이랬다. "노래에 메시지가 없는 곡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노래로 담아도 비판이 적은데 일본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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