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1000원짜리 '영철버거' 문을 닫다

  • 원성윤
  • 입력 2015.07.28 14:17
  • 수정 2015.07.28 14:42
ⓒ영철버거 페이스북

1. 영철버거, 문을 닫다

영철버거가 끝내 문을 닫았다. 2000년대 초반, 서울 대학가 일대에 돌풍을 일으켰던 영철버거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7월21일 폐업 처리됐다.

동아일보 2004년 8월12일 보도에 따르면 "개업 4년 만에 서울 안암동 고려대 앞 명물로 자리 잡은 영철버거는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독특한 맛으로 각종 매스컴에 등장했다"며 "학기 중에는 고려대 앞에서만 하루 2000개가 넘게 팔릴 정도로 인기"라고 소개했다. 한때 전국 가맹점 40여 개를 거느릴 정도로 번성했던 영철버거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저렴한 영철버거보다는 비싸고 고급스러운 수제버거를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수수료 부담이 큰 신용·체크카드 사용률은 점차 높아지고 대학생들은 4000~5000원짜리 커피를 늘상 들고 다닐 정도로 소비 수준이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단순히 1000원짜리 버거만 팔아서는 회사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7월27일, 매일경제)

2. 1000원으로는 이익 내기가 쉽지 않았다

책 '내가 굽는 것은 희망이고 파는 것은 행복입니다'

영철버거는 1000원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애당초 수익이 그리 많이 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영철 대표가 직접 쓴 책 '내가 굽는 것은 희망이고 파는 것은 행복입니다'의 내용을 인용한 연합뉴스 2005년 11월 9일 보도를 보면 "고려대 앞에서 장사를 시작할 당시 버거 가격을 1천원으로 정한 그는 버거 속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를 등심으로 바꾸었을때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으며 양배추와 청양고추 가격이 치솟아 버거 하나를 팔면 200원의 적자가 났을때도 '1천원'의 약속을 지켰다"고 나온다.

즉, 적자가 날 때도 있었지만 학생들과의 신의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3. 2010년, 고급화 전략으로 바꿨다

영철버거의 오랜만의 포스팅!!신메뉴가 나왔습니다!! 바로 비프라이트버거!! 질감과 입맛이 꿀오브꿀!! 세트가격은 8500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바랍니다 ☺

Posted by 영철버거 on 2014년 11월 3일 월요일

고려대 명물이 된 영철버거였지만 2008년 위기가 찾아왔다. 원재료 값이 올라 1000원으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게 된 것. 1000원은 영철버거의 상징과도 같았기에 고민이었다. (중략) 가격을 1500원으로 올리자 예상대로 매출이 급감했지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 것도 고려대와 학생들이었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2010년 졸업식과 입학식 때 영철버거 1만개를 주문한 것. 이 대표는 “학교에서 햄버거 주문만 한 것이 아니라 2000만원이 넘는 위생컨설팅까지 같이 해줘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후 영철버거는 고급화 전략으로 4000~6000원대의 수제버거를 팔고 있다. (2013년 7월 21일, 한국경제)

이런 고급화 전략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블로거 '류토피아 2015'는 2015년 2월8일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에서 "확실히 버거 세트의 가격이 6~7000원 정도 한다고 하면 현재의 패스트푸드 가격보다 약간 더 높은 셈이라 아무래도 주머니사정 가벼운 대학생들이 자주 즐기기엔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밤 11시: #영철버거 의 밤은 오늘도 이렇게 깊어 갑니다.

Posted by 영철버거 on 2014년 9월 24일 수요일

4. 영철버거는 해마다 장학금을 냈다. 그런데...

이영철 대표는 2004년부터 매년 2000만원씩 학교에 기부금을 내왔다. 고대 학생들이 많이 소비해줬으니 감사하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 액수가 이 대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다짜고짜 "돈 많이 버셨나"고 물었다. 그는 탁자 아래서 주섬주섬 은행통장 서너개를 꺼내 펼쳤다. 3월 중순 날짜가 찍힌 통장들의 잔고는 모두 마이너스. 통장에 찍힌 빚만 4200여만원이었다. 지난해 영철버거 고대 본점 인테리어를 고치는 와중에도 기부 약속을 지키느라 빚을 썼단다. (2008년 4월 3일, 머니투데이)

2004년 초, 이씨가 대학원생이던 고씨에게 다시 한번 자판기 커피를 건넸다. 이번엔 이씨가 고려대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문제로 상의차 고씨를 찾았다. 고씨의 즉각적인 반응. "아직 신용불량자 신세도 못 면한 주제에 제정신이야?" 이씨도 물러서지 않았다. "고대생들이 아니었다면 나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을 누가 여기까지 인도했겠어. 어려울 때 품어주고 기쁠 때 함께 웃어준 고대생들에게 이 정도는 당연한 거야." (2007년 6월 23일, 국민일보)

5. 안타까운 목소리들

고급화 전략을 취한 버거들이 처음부터 반응이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2011~12년도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반응이었지만, 결국 2015년을 넘기지 못했다.

영철버거는 이대로 영영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일까.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경제 #영철버거 #고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