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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트럼프는 미국이다

  • 김도훈
  • 입력 2015.07.28 13:37
  • 수정 2015.07.28 13:38
Republican presidential hopeful Donald Trump listens to a question at the World Trade International Bridge in Laredo, Texas, Thursday, July 23, 2015. (AP Photo/LM Otero)
Republican presidential hopeful Donald Trump listens to a question at the World Trade International Bridge in Laredo, Texas, Thursday, July 23, 2015. (AP Photo/LM Otero) ⓒASSOCIATED PRESS

*이 기사는 허핑턴포스트 글로벌 편집인 하워드 파인만의 글입니다.

실제로 만나보면 도널드 트럼프는 과장되어 보인다. 키가 크고, 오렌지색 머리 때문에 키가 더 커보인다. 운동을 해서 생겼다기 보다는 사우나와 – 어쩌면 – 매니큐어를 통해 만들어진 듯한 차분한 분위기를 풍긴다. 대화할 때면(나는 여러 해 동안 몇 번 대화해본 적이 있다) 그는 실내의 권력 관계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의 너그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가 위에 있다. 당신은 아니다.

요컨대, 그는 못 견디게 싫은 사람이다. 그리고 매혹적이다.

물론 지금 그는 미국 정치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이다. 그가 여러(대부분 의미없는) 여론 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는데도(혹은 그렇기 때문에) 말이다. 트럼프는 사기를 치고 자기중심적인 광대로 치부될 때가 많다. 냉소적인 인종주의자로, 자기 개인의 ‘브랜드’를 키운다는 목적만을 위해 욕설과 공포를 토해 낸다. 부동산 거물이자 리얼리티 TV 스타인 그는 사실을 고수하는 것이 약자들의 버릇인 것처럼 행동한다. 강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

과열된 엔진처럼 – 자신 말이 ‘잘못 인용’되었다고 징징거리고, 사방에 비난을 토해내고 – 트럼프는 몇 달 정도 건방진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다가 퍼져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전까지는 이러한 진실을 보아둘 만하다. 여러 가지 면에서, 트럼프는 공적 생활에서 수십 년 간 힘을 모아온, 미국을 좀먹는 추세의 논리적인 결과물이다. 미국이 인정하고 싶은 것 이상으로, 미국은 그가 번창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었다.

슬프지만 트럼프는 미국이다. 그에게 힘을 준 트렌드들은 다음과 같다.

냉소

미국 정치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은 뿌리가 깊다. 그러나 사람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혐오감은 다른 문제다.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자라온 정서이다. 예를 들어, 1973년 갤럽 설문조사에서 유권자 42%는 의회를 ‘굉장히 혹은 상당히’ 믿는다고 대답했다. 오늘날 그 수치는 한심하게도 8%이다. 사상 최저다.

대중 문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기와 호평을 얻은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의 중심 인물은 아버지 무덤에 오줌을 누고 예수상에 침을 뱉는, 사람도 죽이는 대통령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한다. 그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정부에 대한 정통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다. 그렇다면 망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는 온갖 정치인들을 다 조롱한다. 존 맥케인 의원은 월남전에서 포로가 되었다고 놀리고, 텍사스 전 주지사는 멍청하다고 놀린다. 트럼프는 모든 걸 쓸어내고 뭐든지 할 수 있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이민의 실패

유권자들이 의회와 관료제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십 년 간 이민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건 모두의 잘못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정치 자본을 포괄적인 해결책에 쓰고 싶어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공화당이 히스패닉의 원한을 사는 입장이 즐거웠다. 공화당 측에서는 티 파티 유권자들의 핵심에 있는 이민 배척주의자, 반-외국인 핵심 지지층을 만족시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타협을 할 수도 있었던 마르코 루비오(공화당, 플로리다) 의원 같은 사람들은 포기하고 항복했다. 그들은 공포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훨씬 더 전문적으로 공포를 팔아먹을 길을 열어주었다. 그는 자신이 중국, 멕시코, 이란, 러시아 등 외국 세력의 약탈이라고 보는 것을 맹렬히 비난하는 것을 부업으로 삼았다. 트럼프의 브랜딩 비즈니스 상당수가 해외에 있다는 건 신경 쓸 필요 없다. 세상은 미국의 적이고, 멕시코는 미국에 ‘강간범’과 마약 딜러들을 보낸다.

짧은 주의 지속 시간

8년 전 오바마는 페이스북 후보였고, 동료 같고 가족 같은 페이스북에서 그가 만든 200만 명의 ‘친구’들이 그의 인기 상승에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건 2007년 이야기다. 트럼프는 소셜 미디어가 논쟁을 일으키는 시대, 집중을 방해하고 비난하는 새로운 시대에 적절한 사람이다. 그는 큰 목소리로 단순하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방이 아닌 거리에서 말하듯 한다. 그의 전매특허는 종말을 의미하는 짧은 문장이다. “넌 해고야!” 그는 기관총처럼 쏘아대는, 싸움이 즉시 폭발하고 익명성과 즉각성이 논란을 낳는 트위터에 적합하다. 테일러 스위프트, 케이티 페리, 니키 미나즈도 싸우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 팔로워가 334만 명이다. 공화당 내의 어떤 라이벌보다 몇 배 더 많다.

돈의 목소리는 크다

대법원에서 기업과 노조들이 ‘독립적으로’ 후보 선전에 돈을 얼마든지 써도 좋다고 한 이후 후보들의 전통적인 캠페인 기부 사냥은 광기를 띠었다. 공화당의 코크 형제나 민주당의 톰 스타이어 같은 억만장자들이 등장한다.

트럼프는 논리적인 수순을 밟고 있을 뿐이다. 로스 페로가 24년 전에 생각했던 대로다. 당신이 억만장자라면 직접 후보가 되면 되지 왜 후보를 매수하겠는가? 돈의 홍수는 이미 그에 대한 분노를 잠재웠다. 저항해도 소용없는 자연의 힘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다른 것도 작용한다. 노동 계층이 묘하게도 트럼프와 꿈 속 세상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모두가 자기처럼 부자가 될 거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진정한 경제적 상승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미국인들이 이렇게나 많은 지금 – 트럼프 본인이 ‘아메리칸 드림은 죽었다’라고 선언했다 – 세일즈 기술로 돈을 잔뜩 벌어들일 줄 아는 사람을 믿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마치 트럼프의 존재 자체가 아메리칸 드림이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인 것 같다.

실체없는 셀러브리티

악명은 우리 시대의 철광석이다. 당신이 아는 것, 당신이 한 일은 당신이 주는 인상이나 당신의 유명세보다 덜 중요하다. 유명세는 대체 가능한 것이 되었다. 공적 생활의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옮길 수 있다.

최근까지 엔터테이너들(트럼프도 사실상 엔터테이너다)은 정부에 들어가고 싶으면 중년에 견습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느꼈다. 로널드 레이건은 배우에서 대통령이 되었지만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거쳤다. 코미디언 알 프랑켄은 하바드를 졸업했고, 우스운 정치 책들을 썼고, 오랫동안 사회문제를 근면하게 다루는 라디오 쇼를 진행했다. 그러고 나서야 국회의원 선거에 나갔다(그리고 이겼다).

셀러브리티인 트럼프는 견습 기간을 희석했다. 그는 몇 년 동안 뉴욕에서 토론에 참석하고 쓸데없는 조언을 던졌다. 호사가인 그가 지금까지 했던 중 가장 실체있는 활동은 오바마가 케냐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적 캠페인’이었다.

트럼프는 자세한 제안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제안서 자체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멕시코 국경에 뚫을 수 없는 벽을 세울 것이다(텍사스 라레도의 새로운 ‘친구들’이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고 하자 미친듯이 철회했지만). 그는 ‘일자리를 수백만 개 만들’ 것이다. 어떻게 만드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중국이 무역에서 미국을 이용해먹는 것을 막을 것이다. 어떻게 막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이란에 맞설 것이다. 어떻게 맞서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사회 보장, 메디케어, 메디케이드를 지킬 것이다. 어떻게 지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세한 것을 아는 것은 진실을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겁쟁이들의 습관이다.

아수라장은 좋은 것

전반적인 미디어, 그리고 특히 TV 네트워크(그중에서도 케이블)는 고속도로의 섬뜩한 장면에서 눈과 카메라를 떼지 못한다. 트럼프는 논란, 비난, 증오, 헛소리의 교통사고를 끝없이 만들어낸다. 케이블 시청률이 낮아지는 여름, 그는 신이 내린 선물이었다.

미국 케이블과 디지털 미디어의 정치적 간극이 트럼프의 매력을 더욱 높인다.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공화당 성향의 폭스 뉴스는 공화당 경선 소식을 쉬지 않고 전한다. 트럼프를 피하고 싶다 해도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피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가 공화당 경선을 서커스로 만들 위험이 있는데도 말이다. 아수라장이 일어나면 시청률은 오른다. 폭스의 이상적인 적수 MSNBC는 같은 이유로 트럼프를 사랑한다. 그는 공화당을 엿먹일 수 있다.

당은 끝났다

미국 유권자들은 더 이상 특정 당에 대한 충성으로 자신을 정치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이제는 스스로 ‘무소속’이라고 밝히는 사람들도 많다. 트럼프는 이러한 느린 붕괴의 대단원을 자처하며, 공화당에게 자신을 공정하게 대하지 않으면 제 3의 세력으로 출마할 거라고 한다. 그러면 확실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는다면.

트럼프의 정책 포지션은 현존하는 두 당의 정책을 두 레스토랑 메뉴들에서 적당히 조합한 것처럼 대충 섞은 것이다. 그는 ‘복지’ 국가에 반대하지 않고, 자신이 복지 국가의 수호자인 것처럼 행세한다. 그는 세금을 대폭 줄이겠다고 하지도 않는다. 그는 공화당의 막강한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에게 굽신거리지 않는다.

동시에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나약하고 부패했다고 조롱한다. 특히 외국과 외국인들을 대할 때 그렇다고 한다. 그는 정부가 전반적으로 무능하다고 매도한다. 그는 산업계의 규제를 경멸한다.

이 모든 얽히고설킨 문제에 대한 대답은 자기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이다. 그의 흰 모자에 쓰인 문구가 그것이고, 오늘날 그 간단한, 거의 절박할 정도인 슬로건보다 더 미국적인 것은 요즘은 없다.

허핑턴포스트US의 Planet Politics: More Than We Admit, Trump Is U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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