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일본의 '유모차 엄마들'이 나선 이유(사진)

“엄마는 전쟁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한낮 기온이 36.5도까지 치솟은 26일 오후 일본 도쿄 시부야의 거리에 ‘유모차 엄마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부터 한시간 정도 시부야역 근처 미야시타 공원을 돌며 아베 정권이 추진중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분홍 풍선과, 일본에선 ‘희망과 전진’이라는 꽃말을 가진 거베라꽃을 들고 행진했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행렬의 선두에 선 ‘누구의 아이도 죽이지 않겠다’고 쓰인 대형 펼침막이 펄럭였다. 엄마들이 중심이 된 분홍색 물결의 곳곳에 아이를 둘러업은 아빠들의 모습도 보였다. 4살짜리 아들과 2살짜리 딸을 데리고 거리에 나온 미야자키 야야는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행사 소식을 알게 됐다. 행동하는 부모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전쟁으로는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요일 도심 나들이를 나왔다가 평화를 외치는 ‘분홍색 물결’을 목격한 시민들은 행렬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집회에 2000명이 참가해 전쟁 반대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아베 정권이 밀어붙이고 있는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의 저항이 세대와 성별을 넘어 전 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별로 보이지 않던 20대 젊은이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SEALDs·이하 실즈)을 중심으로 국회 앞 포위집회에 나선 데 이어, 엄마들까지 거리로 나섰다.

이날 집회를 연 ‘엄마의 모임’이 결성된 것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였다. 교토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주부인 사이고 미나코(27)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안보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엄마의 모임’ 페이지를 만들자 곳곳에서 ‘찬성 의견’이 쏟아졌다. 용기를 낸 사이고는 지난해 일본 평화헌법의 상징인 ‘헌법 9조’에 노벨 평화상을 주자는 운동으로 유명해진 주부 다카스 나오미(38) 등과 함께 13일 참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임 결성 사실을 전했다.

사이고는 이날 집회에서 “신칸센을 타고 오늘 교토에서 올라왔다.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엄마의 모임을 만들고 오늘 집회를 열게 된 것은 한명 한명의 엄마들이 양보할 수 없는 자신들의 마음을 전할 때 지금까지는 없었던 일이 일어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전쟁만은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그런 마음만 아이들과 세계에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공산당 기관지인 <아카하타>(적기)는 ‘엄마의 모임’의 외침에 지금까지 “1만7000명의 ‘찬성 의견’이 모였고, 27개 도도부현(한국의 광역자치단체)에 지부가 결성됐다”고 보도했다.

아베 정권이 지난 16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강행 통과시킨 안보법안에 대한 참의원 심의가 27일 시작됐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일본 #유모차 #집단자위권 #일본 집단자위권 #아베 신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