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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사이다' 범행동기 밝혀낼까, 검찰 추가조사 기소

  • 남현지
  • 입력 2015.07.27 18:24
  • 수정 2015.07.27 18:25
17일 오후 독극물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15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 앞에 선을 치고서 통제하고 있다.
17일 오후 독극물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15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 앞에 선을 치고서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상주경찰서는 27일 '농약 사이다' 음독 사건의 살인 혐의를 받는 피의자 박모(82·여)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박씨는 지난 14일 오후 2시 43분께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고독성 살충제를 사이다에 넣어 이를 나눠 마신 할머니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위독하게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씨 집에서 사이다에 든 살충제와 같은 성분의 농약 및 농약을 담은 드링크제 병이 나온 점, 옷과 전동스쿠터에서 농약 성분이 광범위하게 검출된 점 등을 유력한 증거로 제시했다.

◇ 경찰이 제시한 증거들

경찰은 박씨가 피해자들 입에서 나온 거품을 닦아주다가 손에 살충제 성분이 묻었다고 진술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피해자들 입에서 나온 거품과 타액에서 살충제 성분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증거로 내놓았다.

이와 관련 "국과수는 '피해자들 거품·타액은 역류한 위 내용물이 아니라 구강내 타액일 가능성이 크고, 급성중독에 의해 분비된 거품·타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박씨가 홀로 농약이 든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점, 주민이 쓰러진 뒤 119에 신고하지 않은 점, 구급차가 출동하자 피하는 행동을 보인 점도 증거로 보고 있다.

◇ 추가로 밝힌 증거

경찰은 "박씨가 전화를 걸 줄 모른다고 진술했으나 박씨 주거지 전화 및 휴대전화에서 발신내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사건 당일인 지난 14일 행적에 대한 박씨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했다.

즉 박씨는 지난 14∼15일 참고인 조사에서 "오후 1시께 점심 식사후 마을회관으로 출발했다"고 진술했다가 체포된 17∼18일 "오전 11시께 피해자 A씨 집에 놀러 갔고 피해자 B씨도 함께 있어 오후 2시 30분경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A씨와 B씨는 마을회관으로 가고, 나는 집에 가서 마가루를 타서 마신 뒤 회관으로 갔다"며 진술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피의자 집 앞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한 결과 "오후 1시께 전동스쿠터를 타고 집에서 나온 뒤 마을회관 반대방향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B씨 가족 조사에서 "B씨는 사건 당일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집에 있다가 마을회관에 갔고, A씨 집에 간 사실이 없다"는 점을 확인함에 확인해 박씨의 번복된 진술이 허위라고 밝혔다.

이밖에 사건 전날 마을 회관에서 화투놀이를 하다가 점수와 돈 문제로 A씨와 말다툼을 벌였고, 3년전에 농지 임대료 문제로 C씨와 다툰 사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할머니들 간에 다툼이 잦아 한 주민이 마을회관내 식탁의자 위에 '싸우지 마세요'라고 쓴 종이를 붙여 놓았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농약 사이다' 살해사건의 피의자 박모(82) 할머니가 2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제1호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

◇ 앞으로 수사 과제

박씨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20일부터 조사받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두통을 앓는다며 거의 매일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병원에서는 큰 이상 증세가 나오지 않았고, 계속 병원에 드나들다 보니 박씨 조사는 사실상 중단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박씨 측은 변호사가 22일 사임한 뒤 새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농약 판매점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했으나 판매기록을 확인하지 못했다.

2012년부터 판매 금지된 살충제인데 농약 판매기록 보존기간이 3년이라서 기록이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박씨 아들이 박씨 집에서 발견한 고독성 살충제는 1995∼1996년에 생산된 농약이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아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규봉 상주경찰서 수사과장은 "피의자는 피해자들과 갈등, 사소한 불만 등 복합적인 이유로 범행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지금까지 확인한 증거로 기소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송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 4명 중에 의식을 회복하는 할머니의 진술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태가 모두 위중해 사건 수사에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앞으로 범행 동기·시점 등을 추가조사한 뒤 기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박씨와 그 가족들은 "누군가가 누명을 씌우려고 벌인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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