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요즘 가장 핫한 삼겹살집 전격비교

최근에는 세간의 화제가 된 삼겹살 집 두 곳을 찾았다. 한 곳은 한 연예기획사가 외식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야심차게 선보인 곳이고, 다른 한 곳은 드라이에이징(dry aging·건조 숙성) 전문 한우집이 개설한 가게다. 푸줏간과 바람맛 돼지. 두 집은 고기 맛에서부터 곁들이 음식까지 여러 모로 대조적이었다. 두 곳 모두 기존 삼겹살과 삼겹살 집의 통념을 깨는 진화를 이룬 곳이었다.

  • 이여영
  • 입력 2015.07.28 13:39
  • 수정 2016.07.28 14:12

삼겹살은 진화한다

삼겹살은 내 인생 최대의 유혹이다. 이미 내 삼겹살 지방이 살을 압도하기 시작한지라, 금삼(禁三·삼겹살 중단)을 결심한 지도 오래다. 하지만 번번이 유혹 앞에 무너지고 만다. 그것도 어떤 삼겹살 집이 이름을 얻었다 하면 열 길 마다하고 달려가게 된다. 전국의 소문난 삼겹살 집을 대개는 다 유람했다는 자부심으로 뭉친 터라, 신흥 명문가를 거르는 것이 못내 안타까워서다.

최근에는 세간의 화제가 된 삼겹살 집 두 곳을 찾았다. 한 곳은 한 연예기획사가 외식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야심차게 선보인 곳이고, 다른 한 곳은 드라이에이징(dry aging·건조 숙성) 전문 한우집이 개설한 가게다. 푸줏간과 바람맛 돼지. 두 집은 고기 맛에서부터 곁들이 음식까지 여러 모로 대조적이었다. 두 곳 모두 기존 삼겹살과 삼겹살 집의 통념을 깨는 진화를 이룬 곳이었다.

삼거리 푸줏간은 전통적인 고기 집에서 힌트를 얻은 듯 소소한 변화가 눈에 띄었다. 고기는 두툼하게 썰고 종이에 싸서 내왔다. 예전 정육점 풍경 그대로였다. 두꺼운 삼겹살은 상대적으로 얇은 삼겹살과 비교해 장단점이 뚜렷했다. 천천히 구워 단단하게 씹히는 맛을 즐기는 이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불판이나 반찬 등에서도 실용성이 돋보였다. 전통적인 삼겹살 집에 비해 가장 진일보한 부분은 쾌적한 공간과 감각적인 인테리어. 손님들이 집중되는 시간을 피하기만 하면 왁자지껄한 삼겹살 집과 달리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겠다 싶었다.

전반적으로 푸줏간은 전통적 삼겹살 집에 비해 소소한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혁신이라고 할 만한 요소는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예기획사가, 굳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외식업 기획자까지 모셔다가, 굳이 이 정도의 삼겹살 집을 내야 했는지 회의적이 됐다. 혹시 인근 포장마차가 그렇듯, 소속 연예인들을 동원해 쉽게 외식업체들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안일한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거꾸로, 바람맛 돼지는 혁신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은 삼겹살 집이었다. 우선 돼지고기를 30일 이상 건조 숙성 시켰다는 점이 가장 특징적이었다. 그 결과 초벌구이를 한 고기처럼 풍미가 강했다. 가장 강렬한 것은 스모키한 치즈 풍미와 쫀득한 식감. 하지만 이 점 역시 호오(好惡)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요소였다. 삼겹살 특유의 기름지고 고소한 맛을 추구하는 분들께는 오히려 거슬릴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삼겹살 근본주의자들보다는 고기나 스테이크 매니어에게 오히려 어울리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스나 반찬, 식사도 굉장히 혁신적이었다. 고기 부위에 따라 소금과 간장 소스를 냈고, 장아찌와 샐러드도 다양했다. 식사 역시 김치찌개를 변형한 김치스튜-토마토 소스가 첨가돼 걸쭉한 느낌이 강했다, 돼지국밥에서 영감을 얻었을 법한 돗('돗'은 돼지의 사투리)탕 등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푸줏간이 전통 삼겹살 집을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한다면, 바람맛 돼지는 삼겹살 집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고 하겠다. 두 집 모두 천편일률적이었던 삼겹살 집의 진화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하지만 삼겹살 집이 단순한 국민 회식장소에서, 개인적인 미식의 전당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개인으로서, 진화가 무조건 정답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취향의 문제일 뿐.

글 | 이여영 (주)월향 대표 (yiyoyong@naver.com)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푸줏간 #바람맛 돼지 #이여영 #라이프스타일 #삼겹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