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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 공소시효 폐지의 효과

  • 김병철
  • 입력 2015.07.27 13:16
  • 수정 2015.07.27 13:39

영화 ‘살인의 추억’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가 25년에서 ‘무제한’으로 늘었다. 공소시효 15년이 적용되던 2008년 이전 살인 사건의 경우, 2000년 8월 이후 발생한 사건이 이번 공소시효 폐지 적용 대상이 된다. 경찰은 미제 살인 사건 서류철을 캐비닛에서 꺼내고 전담팀을 보강하겠다고 했지만, 공소시효 폐지가 당장 사건 해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한다. 공소시효 폐지의 효과를 짚어봤다.

■ 시효 9일 남은 사건도

2000년 8월5일 인천 계양구에서 발생한 ‘7살 어린이 살인 사건’의 남은 공소시효는 9일이다. 당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안아무개양을 한 남성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경찰은 수사본부까지 꾸렸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다음달 4일까지 공포되지 않으면 공소시효 미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의 법안 공포는 본회의 통과 뒤 15일 이내(8월8일까지)에 해야 한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2000년 이후 수사본부가 설치되고도 범인을 잡지 못한 미제 살인 사건은 이 사건을 비롯해 10건(표 참조)이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과거에는 없던 과학수사 기술의 발달에 따라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해왔다. 유전자(DNA) 정보 감정, 사진·문서 복원 기술 발달 등으로 범죄가 발생하고 수십년이 지나도 증거 수집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26일 “1998년 발생한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도 유전자 정보 감정을 통해 공소시효가 임박해 범인이 잡혔다. 과학수사의 발달로 범인 검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도 “예전과 달리 범행 현장 동영상 촬영이나 지문, 유전자 정보 채취가 가능하다. 시간이 흘러도 증거의 신빙성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살인죄 공소시효는 폐지하는 추세”라고 했다.

■ “효과 클 것” vs “위축효과는 있겠으나…”

현장에서 발로 범인을 쫓는 경찰관들은 공소시효 폐지가 “살인을 저지른 사람에게 평생 발 뻗고 자지 못한다는 압박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박희동 경찰청 강력계장은 “과거 미제 사건들은 과학수사 기법이 발달하지 않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요즘은 머리카락 등 현장 유류물 보존을 잘 하고, 지문 분석이나 유전자 감정 기술이 발달해 수십년 뒤라도 범인을 검거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또 그는 위축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잠재적 살인범들에게 언젠가는 잡힐 수 있다는 두려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법감정과 정의 실현을 원하는 여론에 부응할 수는 있지만, 기존 장기 미제 사건 해결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은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는 점에서 시효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단 장기 미제 사건으로 분류됐다는 것은 해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동수사에 실패해 증거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찰관 수십명이 달라붙어도 꼬리가 잡히지 않는 사건의 경우 범인은 고도의 도피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어, 시효 폐지만으로 해결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다른 경찰서 형사과장은 “머리카락과 구강세포 등 유전자 정보를 영구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공소시효 폐지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 공소시효 마지막까지 가는 사건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수사 현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살인 사건 범인이 잡히지 않은 비율은 높지 않다. 범인 검거율은 2010년 98.2%, 2011년 95.8%, 2012년 97.6%, 2013년 98.4%, 지난해에는 98.5%에 이르렀다. 올해 상반기는 97.8%다. 40%대인 절도범죄나 80%대인 폭력범죄 검거율보다 훨씬 높다. 박희동 경찰청 강력계장은 “살인 사건은 수사본부나 전담팀이 구성되기 때문에 검거율이 높다”고 했다.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하고 공소시효가 끝난 살인 사건은 2010년 2건, 2011년 5건, 2012년 2건, 2013년 2건, 2014년 5건, 올해 상반기 2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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