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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키운 브랜드 판매권, 대기업이 '날름'

  • 김병철
  • 입력 2015.07.27 12:55
  • 수정 2015.07.27 12:56

발가락에 끈을 끼워 신는 조리샌들인 영국 신발 브랜드 ‘핏플랍’은 10만원대 고가 브랜드임에도 국내에서 인기가 많다. 푹신하고 두툼한 굽 때문에 착화감이 좋고 다리가 길어 보여 20·30대 여성들이 여름이면 즐겨 신는 신발이다.

이 핏플랍을 2009년부터 영국 핏플랍 리미티드사와 계약해 국내에서 독점판매해오던 중소기업 넥솔브가 최근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영국 본사가 갑자기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다.

넥솔브는 2013년 5년간의 독점판매계약이 끝나자 핏플랍사에 재계약을 요청하며 올해 상반기까지 독점판매를 계속해왔다. 본사가 매년 5월과 8월에 각국 독점판매자만 불러 제품을 선보이는 행사에도 올해 초청을 받은 상태였다.

임정빈 넥솔브 대표는 “2013년 말엔 우리를 포함해 전세계 판매자들이 재계약을 하는 시점이었으나 핏플랍은 어느 나라 판매자와도 재계약을 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 1월에야 대만 등 몇개국 판매자와 계약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도 계약을 다시 독촉했다. 그간 계약서는 없었지만 계약서상의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오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본사는 지난 3월2일에야 2016년까지 사업이 가능한 2년짜리 계약서를 메일로 보내왔다. 넥솔브가 5년간의 계약을 원한다고 회신하자 본사는 “내부에서 다시 얘기해보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4월30일 한국을 찾겠다고 해 넥솔브는 서류에 사인을 하는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넥솔브를 찾아온 본사 아시아 총책임자는 오자마자 구두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새 파트너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은 채 “시간을 줄 테니 새 파트너와 너희가 가진 재고를 어떻게 소진할 것인지 얘기해보라”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5월5일 정식 서류로 넥솔브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넥솔브 쪽은 그 뒤 패션업계 전문지를 통해 본사가 패션업체인 엘에프(LF)와 계약을 맺은 사실을 알게 됐다. 엘에프 쪽에 확인해보니 영국 본사가 넥솔브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기 직전인 4월28일이었다.

임 대표는 “6년간 물류센터 등에 110억원을 투자하고 매출액도 19배로 끌어올려 본사가 주는 ‘디스트리뷰터상’도 2번이나 받았다. 아무런 불만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계약 해지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넥솔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영국 본사와 엘에프를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고 신고한 상태다. 법원에도 독점판매권 등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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