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중국 경제라는 자동차는 날 수 있을까?

지난 6월 중순부터 3주간 계속된 중국 증시 폭락 사태는 진짜 위기가 아니다. 위기의 전주곡이었을 따름이다. 진짜 위기는 실물 경제 성장의 둔화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2007년 13%를 정점으로, 최근 7%대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까지는 정상적인 연착륙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떨어지면 위기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

  • 김방희
  • 입력 2015.07.27 11:03
  • 수정 2016.07.27 14:12
ⓒAP/연합뉴스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고개를 드는 긴박한 상황에서 한가한 질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국의 미래와 관련한 확증 질문(Confirming Question·의사소통을 명백히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중국 경제가 자동차라면 신차일까? 아니면 중고차일까? 앞으로 더욱 빨리 달리거나 날 수 있을까?

중국 경제라는 자동차가 최신 모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중국을 자주 찾거나 중국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런 입장이다. 그들은 일단 중국의 규모와 고도성장에 압도당한다.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일당 독재, 경제적으로 시장경제를 채택한 유일무이한 체제라는 점에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원래 시장경제는 민주주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짝이 아니었던가? 그들은 이 신형 경제성장 모델에 '중국 모델'(Chinese Mode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중국 모델 신봉자들은 중국의 성장과 위기관리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은 1978년 개혁·개방 이래 35년 이상 두 자릿수 성장을 해온 전무후무한 기록에 주목한다. 1989년 천안문 사태 같은 위기도 체제 붕괴 없이 넘겼던 역사를 중시한다. 10여년에 한 번씩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교체되는 집단 지도체제의 장점도 강조한다. 그들은 중국 모델이 상당 기간 중국의 성장을 이끌고, 사소한 위기쯤은 극복할 수 있다고 맹신한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모델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의 성장 유형은 '중고 모델'(The Used Model)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아시아 국가가 성장한 방식과 동일하다. 사람과 자본을 총동원하는 투입요소(input) 중심 경제다. 외환위기 전까지 35년간 우리는 연평균 8% 성장했다. 같은 기간 동안 중국이 우리보다 더 나은 성장세를 보인 것은 공산당 독재의 그들이 우리보다 더 효과적으로 자원을 동원할 수 있어서였다.

투입 중심 경제는 언젠가 한계를 맞는다. 가용 가능한 자원이 바닥을 드러낼 때다. 그 전에 경제는 생산성 중심으로 한 단계 비약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일은 쉽지 않다. 단순히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나 사회, 문화를 포함한 전체적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 구조의 전면적 도약은 불가피하게 경제 위기를 수반한다. 일종의 성장통이다. 1990년대 후반 동아시아 위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1994년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동아시아 성장 모델이 신기루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계간 <포린어페어>지에 실은 '동아시아 기적이라는 신화'(The Myth of East Asia's Miracle)라는 글을 통해서였다. 1997년 동아시아 지역에서 위기가 시작되자 그의 불길한 예언은 현실화 됐다. 이제 그는 같은 논리를 중국에 적용하고 있다. 중국 경제라는 제트 엔진에는 휘발유가 떨어졌다. 사고는 불가피하다. 남은 문제는 그 사고의 충격이 얼마나 클 것인가 정도뿐이라는 것이다. 앞서 제기한 비유에 맞춰 그의 예언을 바꾸면, 중국이라는 자동차는 과연 날 수 있을 것인가다.

지난 6월 중순부터 3주간 계속된 중국 증시 폭락 사태는 진짜 위기가 아니다. 위기의 전주곡이었을 따름이다. 이 기간 30% 이상 주가가 떨어진 이유는, 그 전 1년 동안 주가가 너무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기간 동안 중국 증시는 무려 1백55%나 뛰었다. 증시 급등세를 주도한 것은 잇달아 증시 친화적 정책을 내놓은 중국 정부였다. 그들은 증시 부양을 통해 소비를 진작하고, 금융기관과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 문제를 해결해왔다. 그들은 최근의 증시 폭락 사태도 진정시킬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최악의 폭락세에서 중국 정부는 상장된 주식의 절반 가까이를 거래정지 시킨 바도 있다. 동원의 달인답다.

진짜 위기는 실물 경제 성장의 둔화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2007년 13%를 정점으로, 최근 7%대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까지는 정상적인 연착륙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떨어지면 위기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사회에 필요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는 외형상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서구 금융기관들의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정부 목표치인 7% 성장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 시기 증시 폭등을 포함한 금융 분야의 성장이 적지 않은 성장률 상승효과를 불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이 수치는 비관적 전망에 더 가까운 결과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해왔던 대로 사람과 자본을 더 동원하는 방식으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느냐다. 여기에 중국이 가진 내재적 문제도 적지 않다. 정치 민주화에 대한 욕구나 소수 민족 독립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권력 내부 균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성장률의 급격한 둔화가 이 모든 요소와 맞물릴 수도 있다. 설령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지 않더라도, 투입 중심 경제가 생산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위기는 불가피하다. 자동차는 아무리 빨리 달린다고 해도 쉽사리 날 수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속 주행은 사고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중국 경제라는 자동차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것이 초래할 사고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 주변을 달리는 것이 한국 경제라는 자동차의 숙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중국 #경제 #증시 #김방희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