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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기행 트럼프가 1위 하는 이유

  • 김병철
  • 입력 2015.07.26 09:08
  • 수정 2015.07.27 05:33
Republican presidential hopeful Donald Trump speaks to the media during a tour of the the World Trade International Bridge at  the U.S. Mexico border in Laredo, Texas, Thursday, July 23, 2015. Trump predicted Hispanics would love him,
Republican presidential hopeful Donald Trump speaks to the media during a tour of the the World Trade International Bridge at the U.S. Mexico border in Laredo, Texas, Thursday, July 23, 2015. Trump predicted Hispanics would love him, ⓒASSOCIATED PRESS

지난 4월12일(현지시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출마 선언을 계기로 본격 막이 오른 2016 미 대선 레이스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힐러리에 이어 그의 유력 경쟁자로 꼽혔던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출마 선언을 한 지난달 15일까지만 해도 미 대선 경선은 '클린턴 대 부시'라는 두 명망 정치가문의 대결로 구도가 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뒤인 지난달 16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 후보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런 구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출마 선언 자리에서 멕시코 이민자들을 성폭행범에 비유하며 포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한달여 간 온갖 막말 퍼레이드를 이어가면서 미 대선 관련 뉴스가 온통 그의 막말 논란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향해 '포로로 잡힌 사람이 무슨 전쟁영웅이냐'며 조롱하는 등 다른 공화 후보들도 싸잡아 공격하더니 급기야 21일에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개인 전화번호를 대중에 공개하는 기행까지 저질렀다.

이에 그레이엄 의원도 자신의 휴대전화를 박살 내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경선이 초반부터 막장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트럼프의 막말과 기행을 그저 한 괴짜 억만장자의 돌출행동 또는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그의 지지율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25일(현지시간) 발표된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의 공화당 후보 대상 공동 여론조사(7월18∼20일·1천명) 결과 트럼프는 28%의 지지율로 2위인 부시 전 주지사(14%)를 더블스코어로 앞섰다.

앞서 지난 16∼19일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는 24%의 지지율을 기록해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13%)와 부시 전 주지사(12%)를 멀찌감치 따돌리는 등 각종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 이런 인기 비결에 대해 미 언론은 대체로 보수층 결집, 그의 성공신화에 대한 두터운 팬층 등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민자는 범죄자라거나 이들이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식의 '돌직구' 화법이 마치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주는 듯한 효과를 유발, 그러잖아도 쇠락하는 미국의 지위에 상심해있던 보수층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날로 증가하는 히스패닉 인구와 불법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미 인구조사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유색인종 비율은 2060년에 56.4%로 백인계를 추월하고 특히 히스패닉 인구는 현재 17.4%에서 2060년 28.6%로 최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에 대한 전통적 보수 백인층의 억눌려 있던 적개심이 트럼프 특유의 직설화법을 통해 대신 분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막대한 부를 쌓아 성공한 인물을 대체로 영웅시하는 미국인의 심리도 그의 높은 인기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이미 지난 2011년 4월18일자 칼럼에서 그의 인기 비결에 대해 "살아있는 성공 신화에 대한 갈망"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는 2011년 당시에도 2012 대선을 앞두고 출마를 저울질하면서 막말 논란을 일으켰고, 이는 역시 지지율 1위라는 결과로 이어진 바 있다.

브룩스는 "트럼프가 인기를 끄는 것이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는 암흑의 시대에 궁극의 뻔뻔함과 허풍으로 미국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대중의 판타지를 몰고 가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브룩스는 특히 "그는 부동산 재벌로서 뉴욕의 지형을 바꿔놓은, 파산이라는 파괴적 실패를 딛고 일어선 인물"라며 살아있는 성공 신화에 대한 미국인의 '팬심'이 크게 작용했다고도 지적했다.

트럼프가 NBC방송의 유명 서바이벌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의 진행자로서 이미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인물이라는 점도 그에겐 큰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로 공화당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과 대비된다. 지난 21일 출사표를 던진 존 카시치 오하이오 주시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출마 선언을 한 공화당 후보는 총 16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러한 막강한 인기가 미 대선판을 좌우할 만큼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지진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직 후보들 간 본격적인 정책 대결조차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의 인기는 한여름의 스콜과 같다'는 제목의 22일자 기사에서 현재 다른 후보들이 트럼프를 공격하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리는 중이라면서 그에 대한 공격이 본격화하면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다음달 6일로 예정된 공화당 후보들의 첫 정책 토론회를 계기로 판도 변화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워커 주지사의 한 보좌관은 로이터에 "그의 인기는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며 "본격적인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까진 여론조사 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23일 "그동안 언론을 통해 보도되지 않아서 그렇지 공화당원들의 성향은 최근 몇년간 극단주의로 돌아선 측면이 있다"며 "이런 흐름을 감안한다면 사실 트럼프의 인기는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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