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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의사들도 거북살스러운 ‘렛미인'

ⓒStory On-tvN

“<렛미인>(스토리온·티브이엔)은 의료행위를 상품화하여 성형수술을 맹신하게 만들어 무분별한 성형수술을 조장하고 방송의 공익성을 저해하고 의료진의 윤리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외모로 인해 차별과 혐오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렛미인>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지난 5일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한국여성민우회 앞으로 보낸 ‘무분별한 성형조장 프로그램에 대한 대한성형외과 의사회 입장’이란 공문의 일부이다. 그동안 여성민우회 등은 <렛미인>이 “1시간짜리 성형외과 광고”라며 폐지를 요구해왔는데,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이에 화답한 것이다.

<렛미인>은 외모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성형수술로 변신시켜 주겠다는 취지를 내세운 프로그램이다. 2011년에 시작되어, 올해 시즌5를 맞았다. 유사프로그램도 만들어졌다. <미스 에이전트><미녀의 탄생 : 리셋>, 최근 출시된 <화이트 스완> 등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이다. 2011년 집계된 국내 성형시장의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세계 성형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인구 1000명당 성형수술을 한 사람의 수도 13.5명으로 세계 1위이다. 전문의가 아닌 사람의 수술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다. 수년 전만 해도 연예인들의 성형고백이 화제가 되었지만, 이제 성형수술은 일반인들도 하는 거라 새삼스러울 게 없다.

성형수술이 많은 원인으로 흔히 외모지상주의를 꼽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의 지위나 취업난으로 인한 스펙경쟁도 주요한 원인이다. 또한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 비보험 진료로 수익을 올리려는 의료계 사정도 한몫 한다. 대표적인 비보험 진료인 미용성형수술은 공룡처럼 성장했다. 공룡은 수술이 필요 없는 사람들까지 소비자로 끌어들여 수요를 창출한다. 여기서 광고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지하철과 버스에는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이 즐비하고, 티브이에는 성형외과 협찬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인생역전’을 전시한다.

<렛미인>은 의뢰인의 고통을 눈물겹게 보여준다. 여기에는 수술로 교정되어야 할 의학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편견으로 인한 부당한 차별이 섞여 있다. 제작진은 이를 구분치 않고, 모든 것이 의뢰인의 외모에서 비롯된 문제인양 비참하게 삶을 묘사한다. 그나마 두 명의 의뢰인 중 한명에게만 수술기회를 주기 때문에, 누가 더 비참한지 경쟁이 일어난다.

이렇게 뽑힌 의뢰인에게 제작진은 의학적인 교정을 넘어 전신미용성형을 시술한다. 단기간 내에 미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애초의 호소와는 무관하게 코 높임이나 양악수술이 덤으로 행해진다. 수개월간의 회복과 훈련기간을 거쳐 스튜디오에 모습을 드러낸 의뢰인은 과연 ‘의느님’(의사+하느님)의 피조물로 찬탄을 받는다. 변신의 과정에서 겪었을 고통이나 부작용의 위험은 생략된다. 그가 역경을 딛고 ‘자기 개조’에 성공한 사람으로 응원받는 동안, 수술 전 그의 모습과 비슷한 용모를 지닌 자는 반드시 수술 받아야 할 추물로 공인된다. 그에게 가해졌던 부당한 차별도 감내해야 할 몫으로 추인된다.

<렛미인> 시즌5는 협찬 병원의 이름과 견적까지 공개했던 예전 시즌에 비해 점잖아졌다. ‘거대잇몸녀’ 같은 자극적인 용어의 사용도 자제하고, 성형 자체보다 자존감 회복이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성형수술로 외모차별을 극복한다는 논리는 결국 ‘억울하면 성형하라’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이며, 프로그램이 시혜를 베푸는 양 성형시장 확대에 앞장선다는 점은 변함없다. <렛미인> 시즌5의 표어는 ‘논란을 넘어 감동으로’다. 하지만 감동 자체가 논란거리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 당신이 받은 감동의 정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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