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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기 광고 속의 여성은 왜 털도 없는 다리를 면도할까?

ⓒAlamy

이건 다리 털을 미는 여자들에 대한 글이 아니다. 밀지 않는 여자들에 대한 글도 아니다. 심지어 수치심을 마케팅 툴로 활용하는 회사들에 대한 글도 아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광고들에 대한 글이다.

거의 모든 면도기 광고에는 예쁜 (백인) 여성이 거품 목욕을 하는 모습이 몇 초 나온다. 그녀는 면도기를 든 손을 뻗어서…… 완벽한, 비단처럼 매끄러운 다리를 면도한다.

매끄럽다. 왜 저런 다리를 미는가? 저런 다리가 되려고 미는 거 아닌가?

모델이 자신이 광고하고 있는 면도기로 밀기 전의 다리는 알에서 갓 깨어난 새처럼 털이라곤 하나도 없다. 이걸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 저 여성들은 왜 면도한 다리를 면도하고 있을까?

- 면도를 이미 했다는 걸 깜빡했나?

- 면도하기 전에 어떤 괴상한 짓을 해서 다리털을 탈색한 걸까?

- 사람들은 여성의 몸에 살짝 털이 난 것을 너무나 역겨워해서, 몸의 털이 자라지 않는 괴상한 열반을 묘사하기 위해 TV 광고에서는 털이 조금 자란 것조차 보여주지 않는 걸까?

솔직히, 울트론 레이저 2000로 털투성이 피부를 면도했는데 날이 멀쩡한 걸 보여주는 게 훨씬 더 인상적일 것이다. 이런 제품들이 실제로 사용되는 모습은 절대 TV에 나오지 않는다. 우리 모두 그토록 여성의 체모를 두려워하는 걸까? 아니면 겨울 내내 자란 털을 깎을 수 있을 만큼 성능 좋은 여성용 면도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걸까? 혹시 둘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광고에서 전후 비교 화면은 늘 자주 나온다는 걸 생각하면 더 당황스럽다. 링클 크림, 여드름용 세정제, 감량 프로그램, 미백 치약을 생각해보라. 사용전 : 당신 신체의 자연스러운 못생김을 보여준다. 그 다음 : 이런 못생김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제품 XX! 지금 상점에서 제품 XX를 만나보세요'라고 말한다. 이게 보통이다.

아름다움과 개인의 위생에 대한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당신 신체에는 여러 가지 결함이 있다는 걸 상기시키는 것으로 장사를 한다. 그러니까 다리 털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다리털이 시청자들이 보기엔 지나치게 그로테스크하다는 걸 의미한다. 생리대 광고에서 실제에 가까운 – 그러나 아마 역겨울 – 붉은색 액체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파란색 액체로 생리혈을 대신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다리 털이 의학 드라마 수준의 고어 물은 아니지 않은가.

보통 광고에서 현실과 가장 가까운 장면은 제품의 기능 – 칼날이 하나 더 있다든가, 헤드가 움직인다든가, 핸들이 핑크색이라든가 – 이 면도를 도와주는 걸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회색 칼날이 만화로 그린 모낭 위를 지나가며 털을 벤다. 여성 다리에 털이 난 것을 추상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남성 면도기 광고에는 털없는 환타지가 등장하지 않는다. 면도기를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마케팅한다는 건 펜을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마케팅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건 제쳐두고라도,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은 실제 기능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면도기를 산다.

모델에게 셰이빙 크림을 발라둠으로써 이 문제를 아예 비껴가는 광고가 많다는 것도 언급해야겠다. 그러니 체모가 있었다 해도, 달갑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 가렸다는 뜻이다. 시간을 절약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래도 면도기의 실제 성능을 우리에게 보여주지는 못한다.

면도기 회사들이 여성의 신체에 대한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퍼뜨리는 걸 멈추도록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할까? 어쩌면. 아니, 아마 아닐 것이다. 크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어리석고 슬플 뿐이다. 여성용 펜처럼 말이다. 우린 곧 얼굴 면도를 해야 한다는 말도 듣게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신경 쓸 것은 이미 넘쳐나는데.

참고: 위의 이미지는 쉬크 면도기의 어처구니없는 실제 광고에서 가져왔다.

*본 기사는 허핑턴포스트 US의 'Why Are Women In Razor Ads Always Shaving Hairless Legs?'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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