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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녹조의 주범, 신곡보를 없애라"

  • 김병철
  • 입력 2015.07.22 13:59
  • 수정 2015.07.22 14:01
ⓒ한겨레/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 14일 신곡보의 가동보(움직이는 보) 상류에 물풀처럼 흔들리는 녹조의 모습. 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가 최근 서울 한강에서 극심한 녹조를 일으킨 것으로 지목된 경기도 김포 신곡 수중보의 수문 개방·철거를 요구하는 운동을 전면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1988년 건설된 신곡보는 4대강 보의 원형으로서 이것의 개방·철거는 16개 4대강 보나 3대 하굿둑의 운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신곡 수중보를 없애면 서울 한강이 더 안전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손을 대지 않아 녹조와 같은 재앙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7~8월에 집중적인 캠페인을 벌여 신곡보 문제를 널리 알리고 철거 여론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서울 한강에서는 지난 6월말 처음 녹조가 발생했고, 7월 들어 잠실 수중보~신곡 수중보 전 구간에 녹조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신곡수중보의 위치와 기능

환경운동연합은 먼저 22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1단계로 신곡보의 수문을 개방하고, 2단계로 신곡 수중보를 철거하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박원순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신곡보 개방·철거에 긍정적 의견을 밝혔고, 시장이 된 뒤 대한하천학회의 박창근 교수팀에 이에 대한 연구를 맡긴 바 있다. 그러나 일부 보수 언론에서 이 연구의 공정성을 문제 삼자 현재 내용을 보완중이다.

이어 7월 마지막 주에는 신곡보 바로 옆에 있는 김포대교의 북단에 ‘신곡보를 열어라’라는 대형 글자막을 걸기로 했다. 7월말에는 진보적인 환경과 수리, 국토·도시 계획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 언론인, 시민운동가 등 지식인 100명이 ‘한강 녹조의 근본 해결을 위한 선언’을 발표한다. 이번 활동에는 서울과 경기, 인천의 환경단체 40여곳이 참여하기로 했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도 마련됐다. 먼저 8월초~9월초 시민들이 ‘한강 자전거 녹조 탐사대’를 구성해 잠실보에서 신곡보까지 한강의 녹조 상황을 기록한다. 또 같은 기간에 서울 도심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강 녹조 해결을 위한 신곡보 개방·철거 서명 운동’을 벌인다. 8월 중순에는 한강의 한 다리 아래에서 강의 건강과 자연성 회복을 위한 ‘강은 흘러야 한다’ 공연을 연다.

신곡 수중보는 1988년 한강 개발 때 취수장·선박 수심·지하 수위 등 확보와 바닷물 역류 방지, 간첩·잠수정 침투 방지 등 목적으로 행주대교 하류 3㎞지점에 설치된 길이 1007m의 보다. 신곡보 건설로 잠실 수중보와 신곡 수중보 사이 한강의 수위는 구간에 따라 1~2m가량 높아졌고, 이로 인해 한강의 백사장과 습지가 대부분 물에 잠겼다.

신곡보 건설에 따라 한강은 갈수기에도 수로에 물이 가득 차게 됐고, 유람선이 상시로 운항할 수 있게 됐다. 또 신곡 수중보 상류로는 바닷물의 영향이 없어 이를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신곡보는 4대강 사업 추진 때 성공적인 치수·이수 사업 사례로 소개됐다. 신곡보 건설은 부정적인 영향도 컸는데, 유속이 느려지고 더러운 흙이 보 상류에 쌓이면서 수질이 나빠졌고, 백사장과 습지가 대부분 물에 잠기면서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었다.

신곡보를 철거할 때 일어날 상황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대한하천학회 박창근 교수팀에 맡겨 연구한 결과가 있다. 먼저 신곡보 상류는 홍수기 때는 큰 영향이 없지만, 갈수기 때는 최대 1.8~1.9m가량 수위가 낮아지고 신곡보 하류는 0.45~0.6m가량 수위가 높아진다. 이에 따라 한강 주변의 백사장과 습지 등이 드러난다. 밀물에 의한 한강의 역류 현상도 한강대교에서 반포대교까지 확장되고 바닷물과 강물이 섞이는 기수 구간도 행주대교에서 가양대교까지 확장된다. 수질은 신곡보 부근의 경우,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은 0.9~3.9% 줄어들고, 녹조 등 조류는 4.8~19.1% 줄어든다. 기수 구역과 서식처가 늘어나 동식물의 개체수와 종 다양성이 늘어난다.

신곡보 철거와 관련해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입장은 엇갈린다. 국토부는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에 철거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서명교 수자원정책국장은 “신곡보를 철거하면 수위가 내려가는데, 그러면 갈수기에 한강 물길의 너비가 크게 줄어들어 경관이 나빠지고 유람선 운행이 어려워진다. 또 김포 쪽 농업용수 공급도 어려워진다. 수질이 좋아지는 효과는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신곡보 철거를)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시가 설치한 시민위원회의 대다수도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보 철거가 바람직하다고 했지만, 제기되는 리스크가 있어 꼼꼼히 살피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보를 철거해도 농업용수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김포시는 오히려 보를 철거해달라는 의견이다. 갈수기 때 수위가 내려가는 데 따른 영향이 있지만, 유람선 운항에도 문제가 없다. 경관은 서울시가 자연하천 복원을 함께 추진중이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극심한 녹조로 한강 물고기 집단폐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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