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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월드 '짝퉁'도 쓸데가 있다

'목버스터'를 대량 생산하는 영화사도 존재한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어사일럼 영화사는 최근 <샌 안드레아스 퀘이크>라는 영화를 출시했다. 물론 관람 뒤 '눈이 썩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이런 영화들을 일부러 골라 보는 특이한 취향의 영화광들도 존재하지만, 이런 목버스터 영화들은 최근 의외의 기능을 하고 있다. 바로 '불법 다운로드의 방해물'이다.

  • 조원희
  • 입력 2015.07.22 08:48
  • 수정 2016.07.22 14:12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 가짜 블록버스터 '목버스터'

'쥬라기 월드'는 한국 박스 오피스에서 550만 관객을 동원한 후 서서히 극장에서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15억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2015년 7월 현재 미국 내 박스오피스와 전 세계 박스오피스 '역대 순위'에서 4위에 올라섰다.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어벤져스(2012)'를 당연히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쥬라기 월드'가 어느 정도 이상의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은 분명히 했지만 이정도의 역대급 흥행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한 이들은 많지 않다. 이 영화의 흥행 성공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이들이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는데, 그것은 바로 '짝퉁 블록버스터'인 '목버스터(mockbuster)'의 제작자들이다.

인터넷 마켓 아마존 닷컴에서는 현재 '쥬라식 프레이'라는 제목의 영화 DVD가 판매되고 있다. 미국에서 '쥬라기 월드'가 개봉하고 두 주 후에 발매된 이 영화는 한마디로 '쥬라기 월드'의 흥행에 기댄 가짜 블록버스터다. 영화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관객들이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제목, 혹은 '쥬라기 월드'를 보고 만족도가 높았던 관객들이 '비슷한 영화'를 찾을 수 있다는 매출 가능성을 기대한 영화다. 하지만 그 만듦새는 처참하다. 대충 그려서 오려 붙인 것 같은 컴퓨터 그래픽, '애니매트로닉스'라는 말을 붙이기도 미안한 '모여라 꿈동산' 풍의 크리춰들이 난무한다. 시나리오적 완성도나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인간의 기본적인 지능을 가진 모든 이들이 사정없이 비웃을 수 있는 수준으로 채워져 있다. 이런 '가짜 쥬라식 월드'는 이 영화 한 편만이 아니다. '쥬라식 프레데터'나 '공룡의 섬' 등 누가 봐도 '쥬라식 월드'를 의식한 목버스터들이 여러 편 존재한다.

이런 현상이 단지 '쥬라기 월드'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이런 '목버스터'를 대량 생산하는 영화사도 존재한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어사일럼 영화사는 최근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의식한 '어벤져스 그림'이라는 영화를 만들어 어벤져스2 개봉보다 한발짝 먼저 내놓았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수퍼 히어로 영화도 아니며 어벤져스 시리즈와 비슷한 구석도 없다. '샌 안드레아스 퀘이크'라는 영화 역시 출시했는데, 물론 관람 후 '눈이 썩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이런 영화들을 일부러 골라 보는 특이한 취향의 영화광들도 존재하지만, 이런 목버스터 영화들은 최근 의외의 기능을 하고 있다. 바로 '불법 다운로드의 방해물'이다. '샌 안드레아스'가 아직 부가판권 시장으로 가기 전 '샌 앤드레아스 퀘이크'를 해당 영화인 줄 알고 불법으로 다운받아 보며 시간의 낭비를 한 관객들이 적지 않다. 혹은 배급사들이 불법 다운로드를 방해하기 위한 '미끼 파일'로 목버스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짝퉁'의 순기능이 존재한다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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