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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 박세회
  • 입력 2015.07.22 08:06
  • 수정 2015.07.22 12:42

지난 20일 오후 63빌딩에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이하 '콤카')가 주최하고 윤종신을 비롯한 신중현, 윤일상, 김형석, 박학기, 주영훈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저작권자들이 참석한 '규탄 대회'가 열렸다. 행사의 타이틀은 '전 음악 가족이 울고 있다'. 이들은 문체부에 신생 저작권위탁 관리단체인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이하 '함저협')의 저작권사용료 분배규정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언뜻 모양새만 보면 이상하다. 콤카의 회원들이 자신들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함저협'의 분배규정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들고 일어났다. 대중의 선호를 받는 음악인들이 '전 음악 가족이 울고 있다'라며 일어났으니 대중은 자칫 '문체부가 또 뭘 잘못했네'라고 생각하기에 십상이지만 실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저작권자들은 무엇을 가지고 누구와 다투는가? 아니 애초에 왜 모였을까?

콤카 작가들을 부추기다

지난 6월부터 콤카는 단체에 속한 작가들에게 주기적으로 수통의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누구를 위한 분배규정인가'라는 팝업창을 띄웠다.

자극적인 문구 중에는 사실관계에 어긋나거나 은폐된 정보가 더러 포함되어있었다. '200여만 명 국내외 작가의 최저생계비를 위협하는 정책입니다' 200여만 명의 국내외 작가의 최저생계비를 위협한다는 주장은 이상하다. 저작권 협회가 위탁받아 관리하는 작가는 국내 2만여 명. 함저협을 합쳐도 2만 2천 명을 넘지 않는데 200여만 국내외 작가라고 표현했다. 국내에 있는 신생업체가 198만여 명 해외작가의 최저생계비를 위협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음악 가족'이라는 표현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단순하게 봤을 때 이번 논란은 가요 저작권과 배경음악의 저작권에 차등을 두어야 하는 가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콤카의 산하에도 분명히 이번 논란의 당사자인 '배경음악' 작곡가들이 존재한다. 이 배경음악 작곡가들은 콤카 소속이지만 '음악가족'은 아니란 말인가?

개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국부의 유출'이다. 저작권 관련 업체 중에는 해외에서 일명 가요나 팝송이 아닌 '주배시'(주제음악, 배경음악, 시그널음악 : 9시 뉴스 오프닝 노래를 생각하면 쉽다)를 수입해 위탁하는 업체들이 있는데 이들을 음원 수입업자라고 표현한다. 콤카는 '국부의 유출'을 주장하며 3,300억 원 중 1,163억 원이 해외 음원 수입업자에게 돌아간다는 모호한 논리를 펼친다. 우리나라 저작권 시장이 1,000억이 넘은 게 2012년이다. 그런데 3300억 원은 무엇이며 1163억 원은 어디서 나온 수치인가? 이 수치는 콤카의 설명에 따르면 모든 '주배시'업체와 작가가 함저협으로 옮겨 간다는 가정에 따라 향후 10년 치를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페이지 어디서도 이런 자세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의 저작권을 위탁 관리해주는 사업자가 이렇게 난리를 치니 깜짝 놀랄 법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콤카 소속의 한 음악가는 허핑턴포스트에 문체부 규탄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콤카가 조금 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아마 지금 참여한 작가들도 정확하게 자신에게 어떤 위해가 있는지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선후배들이 모여야고 한다니까 모인 것일 거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봐도 콤카의 사실 왜곡은 도를 좀 지나쳤다. 그런데 콤카는 왜 작가들을 선동한 걸까?

왜 함저협이 생겼나

이번 사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저작권 시장에서 파이가 가장 큰 '방송저작권'이다. 외면적으로 볼 때 함저협이 생기고 나서 가장 날을 세운 것은 콤카다. 콤카는 1986년에 발족한 이래 방송음원 저작권 위탁시장의 90% 이상을 독식해왔다. 문체부에 따르면 이들이 인가받은 '관리비율'(국내 모든 음원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비율)은 지난 수년간 96~97%를 오르락내리락 해왔다고 한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점시장이다. 여러 병폐가 생겼다. 7월 21일 리쌍의 프로듀서 '개리'가 주장했듯이 저작권 지급을 정확하게 정산하기보다는 주먹구구식으로 집계해서 일정 금액을 일괄 지급하기도 하고, 방송에 사용된 음원을 실제로 통계 내기보다는 음원 라이브러리 업체에서 어림잡아 적어내는 수치를 기준으로 분배하기도 했다.

이런 독점의 폐해 때문에, 개리 씨처럼 콤카에 전화를 해서 '어떻게 몇 달째 저작권이 같은 액수로 들어올 수 있느냐'는 항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참 많이 일어났다. 그동안 복수단체에 저작권 위탁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던 문체부가 2013년에 함저협에 위탁사업 허가증을 내준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1,000억 원이 넘어가는 시장을 한 단체가 경쟁 없이 꾸려나가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변하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함저협의 탄생은 콤카에게는 커다란 위협이었다.

함저협, 살길을 찾다

2013년에 허가를 받은 함저협은 2014년 9월 15일부터 업무를 개시했고 2015년 1월 1일부터 징수를 시작했다. 그러나 콤카에 위탁을 하던 음악인들이 함저협으로 둥지를 옮길 이유는 없었다. 특히 가요작곡가들은 콤카의 규정에 따라 '주배시 음악'보다 큰 부가 이익을 얻어 왔기 때문이다. 콤카에 따르면 TV방송에 사용되는 비율은 배경음악이 85%, 통상음악(이하 '가요')이 15%였지만, 음악의 가치를 대략 1대 10의 비율로 책정해 분배금액은 71%:29% 정도를 지급해 왔다.

함저협은 지난 4월 20일 이사회를 통해 분배규정을 개정했다. 함저협은 음악의 가치는 동등하다는 걸 배경으로 콤카와는 다른 분배규정을 만들었다. (통상음악을) 실제 연주할 경우 4점의 가중치를 두는 방식은 같았지만, 음반의 경우 배경음악과 가요에 같은 1의 가중치를 두고 방송 시간을 기준으로 차등지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 분배규정에 따르면 가요 저작권자를 제외한 배경음악 작곡가나 라이브러리 음원업체 등은 함저협으로 옮길 경우 훨씬 더 많은 저작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300여 명 수준에 그치던 회원 수가 1300여 명까지 늘어난 것도 이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업체밖에 없는 과점 시장. 저작권 배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한 업체의 개정안으로 일반음악과 배경음악의 분배비율이 25%:75%로 바뀌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배경음악 작가가 다른 협회로 옮겨가서 더 높은 이율의 저작권 이익을 얻겠다는데 가요 저작권자들이 들고 일어나 성토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이는 위탁업체의 현행 저작권 징수규정과 연관 지어 생각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방송국은 일종의 '음원 정액제' 방식으로 저작권을 징수하고 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TV에서 한번 틀면 삼십만 원'. 이렇게 곡당의 가격이 정해져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징수액은 통으로 묶어서 '전년 방송사의 매출액'과 '위탁업체의 관리비율'에 비례한다(아래 규정 참조).

콤카의 징수규정.

2014년에 방송국이 번 돈에 따라 2015년에 저작권 위탁업체가 먹을 파이의 크기는 정해져 있다. 변수는 바로 방송국이 사용하는 전체 음악 중 각 위탁업체의 음원이 차지하는 '관리비율'이다. 지금까지 콤카의 관리비율은 앞서 말한 대로 95% 이상. 즉, 방송국이 음악저작권의 대부분을 콤카에서 사다 썼다는 뜻이다. 이렇게 파이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함저협이라는 단체가 나타나 나눠 먹게 생겼으니 콤카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작가들 입장에서는 합저협이 자기들의 사과를 빼앗아 '주배시'의 저작권자와 해외저작권수입업자들에게 더 많은 비율로 나눠주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으니 들고 일어날 만하다.

그렇다면 사과는 누가 나눠주는가? 문체부 담당자는 '관리하고 있는 음원의 비율에 따라 두 위탁업체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지만, 관계자들은 이 정도 대규모의 조정은 지금까지 독점체제에서는 거의 없었던 일이라 문체부가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확실한 것은 관리비율을 조정하는 시점까지 함저협의 회원이 많아져 이 업체의 관리 비율이 높아지면 콤카가 관리하는 가요 저작권자들의 수익은 감소할 것이고, 함저협으로 옮긴 배경음악 작가들의 수익은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저작권 지급에 차등을 두는 게 옳은가?

여기까지 생각하면, 마치 천대받던 배경음악 작가들이 돈 좀 벌어보겠다는데 어째서 돈 많은 작곡가가 나서서 자기 파이를 지키려 드느냐는 비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좀 더 깊은 차원에서는 음악의 가치에 차등을 두어야 하는 가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앞서 말한 규탄대회에서 윤종신의 발언은 매우 중요하다.

윤종신은 이날 "애초에 (배경음악과 일반음악에 대해) 차별이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선호도'에 따른 것이었다. (중략) 멜로디 하나하나는 동등해야겠지만 현실 상황에 맞는 분배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평등과는 다른 개념이다. 단순히 밥그릇을 빼앗겨서 수입이 줄어들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단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함저협의 개정안 역시 차등적용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함저협의 개정안은 다만 윤종신이 말한 바처럼 '선호도'에 따른 차등을 두지 않고 사용 시간에 차등을 둔다. 함저협 측에 따르면 배경음악이나 시그널 음악 등은 음원 자체의 재생시간이 짧고 영상에 곁들여 효과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쓰이기 때문에 재생시간이 짧다. 반면 대부분의 가요 음원들은 원곡의 길이가 4분이 넘고 방송에서도 비교적 길게 사용되기 때문에 분배 비율에 결과적으로 차등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를 놓고 본 해석일 뿐 윤종신이 말한 '선호도'가 충분히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

선호도는 중요하다. 비정상회담을 좋아하는 사람은 있지만, 비정상 회담의 오프닝 시그널 음악이 좋아서 이를 항상 듣고 다니는 사람은 좀처럼 찾기 힘들 것이다. 반면 삼시세끼에서 밍키와 마틸다의 영상에 맞춰 인디 가수의 음원을 1분 이상 트는 이유는 그 음악이 갖는 대중의 선호도가 영상 감상에 재미를 더하고 결국 시청률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사용자인 방송국 입장에서 배경음악과 가요의 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콤카가 지금까지 시행해 온 1:10의 가치 비율은 심하다는 지적도 있다. 함저협의 신건웅 팀장은 '배경음악을 멸시하고 방치 해놓은 결과 현재 배경음악 중 외국 저작의 사용 비율이 47%에 이른다. 이런 분배비율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음악가들이 배경음악을 하려 들겠는가'라고 말했다.

결정은 누가 하는가?

콤카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실제 함저협의 분배규정이 배경음악 작곡가보다는 대형 배경음악 저작권 업체의 이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콤카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배경음악 음원 중 47%는 외국 음원이다. 그리고 이 외국 음원은 3개의 주요 업체들이 거의 대분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함저협의 분배규정의 배경에는 라이브러리 음원의 수익률을 높이려는 이 업체들의 입김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중 가장 많은 배경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는 '모두컴'. '주배시'음악 중에서 가장 많은 저작권을 관리하는 이 회사는 분배규정이 바뀐 후 콤카에서 함저협으로 위탁업체를 바꿨다. 함저협의 탄생과 업계 1위 라이브러리 업체의 이동, 그리고 문체부의 승인이 '밀실'에서 이뤄졌다는 익명의 제보도 있고 콤카측 역시 <3단체를 포함하여 아무도 모르게 4월 13일에 승인되었다>고 홈페이지에 밝히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런 음모론을 일축했다. 문체부는 함저협의 분배규정과는 별다른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분배규정은 문체부가 정한 게 아니라 함저협 내부 이사회에서 절차를 밟은 개정안에 승인했을 뿐이고, 이 승인 절차조차 문체부가 상급 기관으로서 반드시 받아야 하는 의무규정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함저협 내부규정의 부칙에 명시된 절차상의 승인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제 발표한 성명대로 현재 문체부가 가진 것은 조정의 장을 만드는 정도의 권한뿐이다. 한편 모두컴의 대표는 '협회의 내부 규정은 업체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 답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모든 주제를 테이블에 끌어 올리자

이 일련의 모든 논란을 콤카의 규정에 찬성하는 저작권자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말로 일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몇몇 작곡가들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작곡가 윤일상 씨는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사안에 막상 음악인들이 아무런 의견도, 문제 제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윤일상 씨는 현재 콤카의 정책이나 상황에 우호적인 작곡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규탄대회에 참석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인세 신탁 문제로 음악저작권협회를 3년간 탈퇴해 홀로 싸운 적도 있다. 그는 당시 수억 원의 금전적인 손해를 봤다. 윤일상 씨는 함저협의 분배 규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중요하지만 이를 계기로 지금 우리 음악계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를 음악인들이 단합해서 공론의 테이블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윤일상 씨는 "(우리 음악계에선) 아직 한 번도 정말 중요한 주제에 대해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논의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격책정은 누가 했습니까? 음악인들이 모여서 문제를 제기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법대로라면 내부 규정도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격도 문체부가 관여할 일은 아니겠지만 문화 발전을 위해서 논의의 자리를 만들 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번에 참여한 이유는 이번 일을 계기로 배경음악과 가요의 가치에 차등을 두는 게 맞는지, 맞는다면 어느 선으로 정하는 게 적당한지. 위탁업체들은 집계를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 그 집계 방식에 허점은 없는지 등을 다 같이 논의해보자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문체부 지적산업과 최태경 과장은 "일반음악과 배경음악의 분배점수에 관해 양 단체 간의 견해 차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해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기회에 음악 저작권 관련자들이 모두 모여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우리 음악 산업의 근원적인 문제에서부터 논의해 본다면 이 논란은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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