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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급 한우'는 억울하다 : '1++등급'이 최고가 아닌 이유

ⓒ한겨레

행복중심생협(옛 여성민우회생협)에서 현재 판매중인 한우 등심(구이용)은 3등급이다.

아이쿱생협이 판매중인 한우 국거리는 ‘2등급 이하’라고 표기돼 있다. 요즘 대형마트나 백화점 정육코너에서는 2등급이나 3등급 한우는 찾기 힘들고, 대체로 1등급 이상 한우를 판매한다. 조합원 회비를 내가며 생협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까다롭게 먹거리를 선택하는 사람들인데, 그들이 꼴찌 등급 한우를 먹는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에서 쇠고기에 등급을 매기기 시작한 건 1992년부터다. 등급제가 도입될 당시 쇠고기는 3개 등급(1·2·3등급)으로 나뉘었다. 초기 최고등급인 1등급 판정을 받는 한우의 비율은 10% 초반대였다. 하지만 한우 농가들이 사육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품종 개량을 거듭한 결과, 불과 5년 만에 1등급 출현율이 20%에 육박했다. 이에 1등급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져 1997년 11월 1+등급이 신설됐다.

1998년 3.4%로 시작한 1+등급 출현율은 5년 만에 14%를 넘어섰다. 2004년 11월 1++등급이 또다시 신설돼, 지금의 5개 등급 체계가 확립됐다.

현행 제도에서 쇠고기 등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마블링’이다. 근육 내 지방이 얼마나 많은지(근내 지방도)가 등급 판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등심근육 단면에 형성된 지방의 양을 9단계로 구분하는데, 지방이 가장 많은 쇠고기가 1++등급 판정을 받고 지방이 거의 없는 쇠고기가 3등급 판정을 받는다.

다수의 소비자들이 1++등급 한우를 선호한다. 비싼 값을 받기 원하는 축산 농가는 지방이 많은 1등급 이상 한우를 키우려 하고, 이를 위해 옥수수 등 곡물 위주의 사료를 먹인다. 그 결과는 한우 등급의 ‘상향 평준화’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의 통계를 보면 2014년 1++등급 한우의 출현율은 9.5%, 1+등급은 22.8%, 1등급은 32.7%에 달했다. 전체 한우의 65%가 1등급 이상이다. 2등급의 출현율은 25.2%, 3등급은 9.5%에 불과했다.

생협 소비자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생협은 좀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소를 키운다. 곡물 위주 사료가 아니라 건초 등 조사료를 주로 먹인다. 박진빈 행복중심생협 총괄구매팀장은 “보통 유전자조작(GMO) 옥수수로 만든 곡물사료를 먹여서 마블링을 좋게 하지만 우리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사료로 쓰지 않는다. 조금씩 옥수수를 먹이기도 하지만 유전자조작 옥수수는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료 비용은 20~30%가량 더 들지만 그렇게 키운 소는 지방이 많지 않기 때문에 2등급이나 3등급 판정을 받는다.

사정이 이런데도 3등급 한우가 일반적인 1등급 한우보다 열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박 팀장은 “우리 조합원들은 기름기가 다소 많은 부위를 받으면 오히려 반품을 요청한다. 1++등급을 찾는 소비자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지방의 양에 따른 쇠고기 등급제는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이승곤 축산물품질평가원 홍보팀장은 “1++등급이 좋고 3등급이 나쁜 것이 아닌데 시장이 그런 방향으로 형성된 측면이 있다.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팀을 꾸려서 쇠고기를 다른 방법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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