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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삼권분립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새누리당 지도부의 청와대 방문과 대법원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이 공교롭게 16일에 있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누리당과 대법원의 상태를 보며 이런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이 맞으며,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는가? 불행히도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행정부(집행부)와 입법부와 사법부 위에 군림하며 이들 국가기관을 자기의 수족처럼 부리고 있는 현상을, 행정부와 여당과 사법부가 대통령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충성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 이태경
  • 입력 2015.07.19 09:07
  • 수정 2016.07.19 14:12
ⓒ연합뉴스

풍경 1

배신자 유승민을 숙청한 이후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수뇌부(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회동은 화기애애했다. 유승민을 배신자로 지목하며 사실상 찍어낼 것을 지시할 때의 박 대통령 표정은 살벌했다. 박 대통령의 오더가 내려진 이후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유승민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했다.

김무성 대표의 외면과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등쌀에도 꿋꿋하게 견디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불과 얼마전 자신을 재신임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배신은 이길 수 없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축출된 이후 박 대통령의 표정은 부드러워졌다.

배신자 유승민을 찍어내고 새누리당을 완전히 접수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의중대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결정되자 알현을 윤허했다.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수뇌부의 회동은 대통령과 여당 수뇌부의 만남이라는 형식을 띄긴 했지만, 기실 대통령에 대한 여당의 굴욕적 항복선언에 불과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몽니로 산산조각나며 의회의 권위와 권능이 송두리째 부정당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나서 중부담.중복지와 당 중심을 목놓아 외쳤던 원유철 원내대표의 표변은 연민의 감정까지 일으킬 지경이다. ( "중부담·중복지"→"증세 없는 복지" 원유철 원내대표 되더니 말 바꿔)

풍경 2

대법원은 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통령선거 개입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이 판결에서 선거법 위반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한 건 아니나, 대법원은 원심이 원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중요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교묘한 방법을 택했다.

대법원은 댓글 공작에 참여한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디지털 문서가 신변잡기나 조악한 내용이 있어 업무용으로 볼 수 없고, 당사자가 법정에서 본인이 만든 문서임을 부인했기 때문에 당해 문서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황당무계한 논리를 내밀었다. 문서 작성자 이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신변잡기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면 문서의 증거능력이 당연히 높아지는 것임에도 대법원은 이를 거꾸로 해석하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원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최소한 사건이 박근혜 정부 임기 말이나 임기 후에 종결될 여지는 확보한 셈이다.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이 뿌리채 흔들릴 사건인만큼 박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대법원의 판결에 환호작약했을 것이다. 원 전 국정원장의 안도는 덤이다. 대법원이 어떤 정치적 고려를 하고 저런 어처구니 없는 판결을 내렸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대법원의 판결이 정의와 진실의 반대편에 있다는 사실이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긴들 사슴이 말이 되는 건 아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청와대 방문과 대법원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이 공교롭게 16일에 있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누리당과 대법원의 상태를 보며 이런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이 맞으며,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는가? 불행히도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행정부(집행부)와 입법부와 사법부 위에 군림하며 이들 국가기관을 자기의 수족처럼 부리고 있는 현상을, 행정부와 여당과 사법부가 대통령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충성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그건 민주공화정이 아니다. 전제군주정 혹은 왕정이다. 단언컨대 나는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 살 것이다. 왕정의 신민으로서의 삶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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