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터뷰]하정우 "이름이 멋져서 출연 결심했다"

  • 김병철
  • 입력 2015.07.17 19:26
  • 수정 2015.07.17 19:27

독립을 향한 열정을 불사르는 항일 운동가들 틈에서 유유히 제 갈 길을 가는 상하이의 무법자 '하와이 피스톨'.

이 역할에 하정우가 아닌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 있을까.

하정우 자신이 "'하와이 피스톨'이란 이름이 멋져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한 것도 100%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영화 '암살' 개봉을 닷새 앞둔 17일 오후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 인물에 대해 "나보다 멋있는 캐릭터"라고 했다.

"최동훈 감독님한테 감사하죠. 이렇게 멋진 캐릭터로 저를 정의해 주셨으니. 감독님 전작에 나온 인물들이 매력이 있고 낭만이 있잖아요. '하와이 피스톨'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뭔가 얘기를 해주는 것 같고요. 최근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촬영 때 예상했던 것보다 묵직하고 감동적이었어요."

'암살'은 독립을 향한 신념과 열정을 지닌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1930년대 시대상의 상징인 염석진(이정재), 현실을 넘어선 이상향과 같은 인물인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등 셋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전개된다.

이 가운데 안옥윤과 하와이 피스톨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선이 깔려 있다. 두 인물의 키스신도 있지만, 최 감독은 이들의 관계를 '로맨스'보다는 '서로 연민을 하는 사이'라고 설명한다.

"저도 연기할 때 이게 100% 사랑의 감정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 말씀대로 동정과 연민 같은 것이었겠죠. '광대뼈 키스신'은 사실 찍을 때마다 입맞춘 부분이 달랐어요. 이마에도 했다가, 볼에도 했다가. 그중에서 광대뼈 부분이 쓰였더라고요."

'암살'은 최동훈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른 점이 많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은 사기꾼 또는 도둑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범죄물이지만, '암살'은 액션이 많기는 하더라도 독립운동가의 삶을 진지하게 들려주는 정통 시대극이다.

안옥윤과 염석진이 당시 시대상에 충실한 새로운 인물들이라면, 낭만적이고 비밀을 감춘 듯한 인물인 하와이 피스톨은 감독의 전작 캐릭터들과 비슷한 구석이 많은, 최동훈의 캐릭터다운 인물이다.

"'하와이 피스톨'은 영감(오달수 분)과 함께 무거운 분위기를 중화해주는 인물이라는 매력이 있고, 그게 제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였죠. 저는 '암살'이 감독님의 전작들과 다르다는 데 관심이 더 갔어요. 배우로서, 후배 감독으로서 감독님의 영화를 향한 열정이나 고갈되지 않는 생각이 늘 궁금하고 닮고 싶었거든요. 감독님이 다섯 번째 작품으로 '암살'이라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제가 그 일원이 된다니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암살' 촬영은 하정우가 연출과 주연을 모두 맡은 '허삼관'의 촬영이 끝나자마자 시작됐다. 배우로서 서로 다른 역할에 바로 몰입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허삼관'은 감독으로서 후반작업부터 개봉까지 신경 써야 했던 만큼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이다.

"준비 기간이란 배우에게는 미리 캐릭터를 설정하는, 씨앗을 미리 심어놓는 시간인데 그 시간이 많이 부족했어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공부하고 일본어를 배우고 그랬죠. 촬영 중에 두 가지 역할을 같이했기에 쉴 틈이 없었어요. 돌이켜 보면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죠."

힘들었다는 말이 무색하게 그는 바로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 '아가씨'를 촬영 중이다. '허삼관'이 1월 개봉했고 '암살'이 이달 개봉하며 곧 '아가씨'로도 관객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작년 '군도-민란의 시대'가 개봉했고 2013년에도 첫 연출작인 '롤러코스터'에 '더 테러 라이브', '베를린'이 개봉했으니 '다작'이라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배우로서 본업에서 영화감독으로 보폭을 넓힌 와중에 꾸준히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려 올해 2월에는 자신의 작품으로 채운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그래도 생각보다 꽤 잘 쉰다"고 답했다.

"'아가씨' 전에도 여행 많이 다녔어요. 재미로 험난한 길을 선택한 건 아니에요. 그 당시 필요했고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일을 계속 하는 거죠. 이런 작업들 모두 앞으로 계속해 나갈지 예상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계속 해나가는 거죠."

수년간 '충무로 섭외 1순위 배우'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정우는 그동안 윤종빈, 나홍진, 김기덕, 류승완, 홍상수, 김용화에 이어 최동훈, 박찬욱까지 한국의 대표적 감독 다수와 호흡을 맞췄다.

"아직 이창동, 봉준호 감독님과는 못 해봤습니다. 당연히 불러주시기를 기대하고 있죠. 신인 감독이나 새로운 사람과도 함께 작업하고 싶고요. 배우가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무언가를 배우고, 삶을 환기해 가는 것은 당연히 작품을 통해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겁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하정우 #암살 #문화 #영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