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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이론'으로 다시 본 ‘인사이드 아웃', "‘빙봉'은 상상 속의 친구가 아니다"

  • 강병진
  • 입력 2015.07.17 13:38
  • 수정 2015.07.17 14:09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는 ‘빙봉’이란 캐릭터가 등장한다. 솜사탕의 몸과 코끼리의 얼굴, 그리고 사탕 눈물로 구성된 이 캐릭터는 소녀 라일리가 어린 시절 상상했던 그녀만의 친구다. 당연히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상상 속의 괴물이라고 할까? (이제 진짜 스포일러가 등장한다. 스포일러 없이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브라우저를 닫는 게 좋을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빙봉은 ‘기쁨이’를 라일리에게 돌려보내기 위해, 그래서 자신의 친구를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앞으로 영원히 떠올릴 수 없는 기억들의 쓰레기장에 자신을 내던진다. ‘인사이드 아웃’을 본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장면을 빙봉의 숭고한 죽음으로 받아들이며 눈물을 흘렸다. 애니메이션에서 라일리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배우 케이틀린 다이어스(Kaitlyn Dias)도 마찬가지. 그는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 장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극장에서 ‘인사이드 아웃’을 보기 전에는 빙봉이 라일리의 상상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라일리 목소리를 연기할때도 몰랐죠. 하지만 지금은 ‘인사이드 아웃’을 볼 때마다 그 장면에서 울어요.”

그녀의 말처럼 빙봉의 죽음은 매우 슬프고 감동적이다. 하지만 ‘픽사 이론’에 따르면, 빙봉은 죽지 않았다. 빙봉은 바로’몬스터 주식회사’의 괴물이다.

‘픽사 이론’은 작가이자 픽사의 열렬한 팬인 존 네그로니(Jon Negroni)가 만든 상당히 종합적인 연대표다. (한 블로거가 한글로 번역한 내용은 여기에 있다.) 한 마디로 ‘픽사의 모든 영화들은 다 연결돼 있다는 이론이다. ‘업’에서 칼과 엘리가 사인한 엽서가 ‘토이 스토리 3’에 나온다든가, ‘월E’에서 세상을 장악한 기업 바이-엔-라지(Buy-n-Large)가 여러 픽사 영화에서 언급된다는 점에서 추론한 것이다.

이 이론은 인간들이 ‘월E’에서 세상을 파괴했지만, 이후 ‘몬스터 주식회사’의 몬스터들이 세상을 재건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몬스터들이 인간을 만나기 위해 사용하는 통로는 사실상 과거 인간들이 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인 셈이고, 몬스터들은 과거로 가서 웃음을 충전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빙봉이 상상 속의 존재가 아니라고 믿는 것도 가능하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마이크와 설리가 부에게 그랬듯, 빙봉은 어린 라일리를 웃게 만들었던 실제 괴물인 것이다. 그리고 라일리의 웃음을 통해 주식회사에서 실적을 올렸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라일리는 빙봉과의 경험을 ‘상상 속의 친구’로 기억하지만 말이다. 다시 말해 라일리의 머릿 속에 있는 빙봉은 어디까지나 그때의 기억일 뿐이고, 실제 '몬스터 주식회사'의 직원인 빙봉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어린 아이들을 웃게 만들고 있을 거란 얘기다. 그러니 이 이론에 따르면 빙봉은 지금 죽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아니, 원래 부터 살아있었던 몬스터다. (레딧유튜브에서 이 이론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빙봉이 아직 살아있다고 해도 우리가 그를 ’인사이드 아웃’의 다음 시리즈를 통해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앞서 소개한 라일리의 목소리 배우 케이틀린 다이어스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픽사가 속편을 만든다고 해도, 나는 빙봉이 다시 돌아올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영화를 본 우리들은 모두 빙봉을 기억하게 될 거예요.” 만약 빙봉이 다시 돌아온다면, 우리는 이 ‘픽사이론’에 대해 또 한 번 놀라게 될 것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is Crazy Pixar Theory Actually Makes Sens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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