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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수의견' 원작자 손아람 작가 인터뷰 | "국가라는 이름 앞에서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일종의 소소한 반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들이 모였을 때 공감대를 얻어서 제도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국가의 일이라면 생각도 하지 않고 동의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국가라는 이름 앞에서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많은 것이 달라 질 수 있다."

윤진원(윤계상 분) : 아무리 살인범이라지만 저렇게 신상공개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장대석(유해진 분) : 앰네스티에서 알아서 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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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수의견'에서 본 사람이라면 기억하는 진원과 대석이 자장면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지방대 출신의 국선변호사 진원에게 "우리는 요리가 아닌 자장면을 팔아야 한다"면서 설득하는 대목에서 대석은 범죄자 신상공개 문제 정도는 앰네스티가 쭉 알아서 처리해왔다는 투로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영화계에서는 '소수의견'이 2013년 촬영을 마치자, 최고의 법정영화가 탄생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면서 같은 시기 CJ E&M이 '소수의견'의 배급을 포기했고, 올해 시네마서비스로 배급사가 변경되면서 2년만에 개봉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같은 날 개봉한 '연평해전'은 1,013개의 스크린을 확보했지만 '소수의견'은 3분의 1 수준인 389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됐고, 그마저도 일주일 만에 194개로 축소됐다. 영화는 어수선한 여론과 열악한 상영횟수 속에서도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선전하고 있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소수의견'의 원작을 쓰고 각색을 맡은 손아람 작가를 만나봤다.

 

ⓒAmnesty International Korea

원작에서도, 영화에서도 앰네스티가 언급된다. 이전부터 앰네스티에 관심이 있었나?

시국사건과 관련해서 앰네스티 법률가위원회에서 입장을 발표했던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앰네스티 안에서도 직업군별로 위원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사건이 떠올라 소설 '소수의견'에서 박재호 사건이 커졌을 때 앰네스티 법률가위원회에서 지지선언을 발표하는 내용을 넣었다. 영화에서는 장면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 것 같았는지 김성제 감독님이 "앰네스티가 알아서 하겠지 뭐"라는 대사 한 마디로 처리했다. 글을 쓸 때 가급적이면 실제 정치∙사회에 관여하는 단체들의 이름 또는 기능을 작품 안에서 거론하면서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소수의견'을 쓰기 위해 얼마나 준비했나?

쓰는 데 40일이 조금 안 걸렸던 반면, 취재하는데 1년 가까이 걸렸다.

재개발 문제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영화와 소설의 배경이었던 북아현동에 실제로 살았었다. 철거가 진행 중인 마을에서 매일같이 주민들과 부동산 소유주 사이에서 싸움이 나는 것을 봤고, 밖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소설을 썼다. 그 시기에 용산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사실 용산 참사가 발생하기 전부터 국가청구배상소송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참사가 발생한 후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집 밖에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사람들이 싸우고 있더라. 자연스럽게 배경적인 모티브로 재개발 문제를 차용하게 됐다.

본인이 생각했던 대로 영화에서 캐릭터가 잘 구현이 됐다고 생각하나?

'생각했던 대로' 잘 되었다기 보다 '생각 외로' 잘 되었다. 주연이었던 윤 변호사(윤계상 분)와 장대석(유해진 분)은 소설에서 생각했던 인물과 전혀 다른 배우들이 맡아서 굉장히 훌륭하게 소화했다. 기자 역을 맡은 김옥빈 씨 같은 경우는 인물자체가 제약이 많은 인물이었기 때문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염만수 교수는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톤으로 다뤄지는데 반대의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

실존 인물에서 차용한 캐릭터가 있나?

윤 변호사에 대한 징계심의가 열릴 때 등장하는 염만수라는 인물은 유일한 학자 출신으로 대법관이 된 양창수라는 분이 모델이다. 살아온 경로도 비슷하다. 이주민이라는 인물은 사람들이 조국 교수를 많이 떠올리는데 사실 김형석 교수가 모델이다. 소설 속 인물과 같이 20대에 임용되어 학생들의 절대적인 인기를 받고 있다.

'민생살림'이라는 시민단체가 등장한다. 하지만 정치적 역학관계 속에서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거나 권력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진보정당, 시민단체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내부자들의 제보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이들이 문제를 표면화 할 때 운동의 큰 방향을 해친다고 해서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약자의 편에 선 시민단체라고 해서 정의로운 표면만을 그리는 것 보다는 현실성을 더하고 싶었다.

영화에 대해서는 만족하나?

만족한다. 마음먹고 상업적으로 만들면 굉장히 자극적으로 만들 수 있는 소재였다. 그 선을 벗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감독님과 영화사가 많이 보호하고 지켜줬다. 원작의 가치를 아껴준 것이다. 오히려 결과물이 나왔을 때 걱정이 될 만큼 원하는 톤에 가깝게 건조하게 영화를 만들어줬는데 영화가 상업적으로 손해를 보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영화가 건조하기보다는 MSG가 없었던 것 같다. 미묘한 삼각관계라든지, 주인공의 성공스토리 같은 것들....

윤 변호사가 차를 새로 구입하는 장면이 있는데, 관객의 입장에서는 주인공이 돈을 벌고 성공해서 대형외제차를 구입하는 장면에서 쾌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다루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말자며 감독님과 싸우기도 했다. 결국 윤 변호사는 낡은 SM5에서 그렌저로 바꾼다. 발버둥치는 변호사가 차를 바꿔봐야 그렌저라는 사실 정도의 한계선을 설정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벤츠나 BMW를 몰고 왔다. 그런 장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영화만큼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지 않나. 인물에 한계를 설정하는 면들이 리얼리티를 더 살려주는 것 같다. 서울대 안에 동원그룹이 만든 음식점 '라운지오'를 묘사한 부분에서도 굉장히 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 생활 속에서 소재를 찾아두는 편인가?

생활하면서 메모해두는 것도 있고, 그때 그때 떠오르는 것도 있다. 소설 쓸 때 다른 작가들보다 특히 현실과 픽션을 섞어 놓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놓았을 때 픽션도 설득력을 얻고, 현실에서도 픽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가 커진다고 생각한다. 법적인 문제소지가 없는 범위 안에서 항상 고유명사를 피하지 않고 쓰려고 하고 있다.

촬영장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

단역으로 등장하는 차장 검사나 대형로펌 '광평'의 변호사는 영화 속에서 거물급 인사다. 하지만 컷이 떨어지면 현실에서는 보잘 것 없는 단역이다. 영화에서는 벤츠를 타지만 촬영현장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한 장면을 찍기 위해 하루 종일 기다린다. 반면 영화에서는 가진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주인공들은 현실에서는 거물이다. 대기실부터 따로 주어지고 컷이 떨어지면 커피를 마시면서 쉴 수 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이 촬영장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카메오로 출연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맞나?

원작과 각본을 한 작품이라 김성제 감독님이 원 대본에 없었던 장면을 선물로 만들어주셨다. 애송이 법무부 직원이 유해진 배우가 맡은 장대석 변호사에게 훈계하는 장면이었다. 촬영장에서 이경영 배우는 본인 촬영이 없을 때 아무데서나 주무시는데, 슛 들어가기 전 찾아가서 조언을 구했다. "안녕하세요? 저 이 영화 작가인데요. 한 장면 출연하게 됐는데 '변호사님, 경력 낭비하지 마세요'라는 대사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니가 그걸 왜 해? 너 작가잖아? 니가 연기를 하는데 경력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연기를 할라고 그래. 글이나 써!"라고 하는 것이다.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드렸더니 "방금 내가 한 것처럼 하면 되요"라고 말씀해주셨다.

앞으로도 영화에 계속 출연할 의향이 있는가?(웃음)

전에 단편영화에 출연했던 적이 있다. 대사도 없는 스토커 역이었는데 스토킹 대상는 클라라였다. 이쁘더라.(웃음)

영화 '소수의견'은 같은 시기에 개봉한 연평해전과 많이 비교가 된다. 어떤 이는 스크린수를 차지 하지 못한 '소수의견'의 경우를 두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이야기는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연평해전'은 지난 주말 관객 점유율 27.3%를 보이며 누적관객 496만명을 기록한 반면, '소수의견'은 점유율 0.24%로 총 37만5,458명이 관람한 것으로 기록됐다.(7월15일 기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과도한 자유로 인한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다. 자본의 자유가 결국 상영관 수를 결정하는 것이고, 자본의 자유가 극대화 됐을 때 관람객들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 자유주의의 문제이다. 상영관이나 배급사가 원하는 영화를 선택하고 그로 인한 이득을 취하는 것에 문제를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대해서는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크린쿼터제가 시행 중이다. 한국영화를 보호하는 제도지만 사실은 대기업을 방어하는 제도로 작동하고 있다. 쿼터안에 소자본 영화가 진입할 수 있도록 자본 단위의 쿼터가 필요하다. 한국영화가 약자의 입장에서 쿼터제 안에서 보호를 받는다면 똑같은 논리로, 상대적 약자인 소자본 영화를 보호해주는 '쿼터안의 쿼터'가 필요하다고 본다. 영화진흥법상에 보면 극장입장료의 3%는 영화진흥기금으로 쓰인다. 하지만 이 기금의 용도에 대해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차라리 소자본 영화의 상영을 보장해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좋은 대안이라고 본다.

'소수의견'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두 아버지가 법정에서 만나는 대목이 소수의견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가해자가 사라지고 결국 기소한 국가만 남았다. 법률적으로 피해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법률적인 가해자도 사실은 아들을 잃은 피해자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국가의 개발정책에서 비롯된 것인데 정작 제대로 된 통치권자는 이야기 안에서 등장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모순된 상황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 법 공부를 했나? 법률용어나 전문적인 부분도 꼼꼼히 잘 정리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사법고시라는 엄격한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공부와 암기를 필요로 하지만 특정 분야에 대한 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0대 때 오랜 시간 동안 소송을 한 경험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법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있었지만, 20대 초반에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도 안됐기 때문에, 당장 처한 상황에서 변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법을 뒤적여봤던 것 같다. 자신에게 상황이 닥치면 어려워서 못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작은 소송을 하기도 한다. 법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 전문적인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젊어서 놀랬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거 아닌가?

포털사이트에서 '손아람'을 검색하면 나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서글픈 게 작가로서 제도권 문단에서는 한 번도 조명을 받은 적이 없다. 혼자 책을 내고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는데, 영화화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작가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소설 써봐야 아무 소용없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_-;;

한겨레 월간지 '나들'에서 인터뷰어로 2년간 활동했다.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있다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중증장애를 가졌음에도 자신의 장애를 소재로 농담을 할 정도로 인터뷰하는 4시간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또, 어떤 질문을 드리더라도 완벽하게 이론과 경험, 사례, 통계를 종합해서 답변했다. 운동의 백과사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20년간 운동을 하다 보니 사람 자체가 운동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박경석 대표 인터뷰기사)

ⓒAmnesty International Korea

권력 앞에 좌절한 경험이 있는가?

최근에 문학계에서 벌어진 문학권력 사태와 관련해 좌절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문학동네에서 대담을 한다고 해서 경향신문이 주관하는 형태로 문학동네를 불러도 봤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발언이 확산되기 전에 봉쇄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문학계 카르텔을 타파하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먼저 공모전이 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음반사에서 음악상을 만들어서 외부음악평론가를 모아놓고 음악적 완성도를 극찬하면서 음반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다. 말이 안 되는 구조다. 공모전의 조건 또한 부당하다. 공모전에 선정된 작가의 원고 2~3개는 계속 해당 출판사에서 출판을 하도록 되어있다. 이 조건을 거부하면 상을 받을 수 없다. 이는 문학을 사유화하는 행위이고, 이런 공모전 형식의 문학상은 사라져야 한다. 출판사가 운영하는 문학상 자체가 옳은 방식은 아니지만, 굳이 운영하겠다고 하면 자사 출판물은 배제하고 선정하는 것이 맞다.

계간 문예지에서도 청탁을 할 때 특정한 평론가에게 특정한 작품을 지정해서 평론을 부탁하고 있다. 이렇게 지정된 작품들은 자사 출판물과 관련된 원고이고 이는 홍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삼성이 중앙일보에 삼성제품에 대한 기사를 써 달라고 청탁하는 것과 같다. 이런 청탁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현재 평론가들 스스로도 문제를 인식 못할 정도로 너무나 관성화되어 있다. 적어도 문예지가 출판사 소유로 되어있는 한 제대로 된 평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폐쇄적인 고리가 점점 확장되면서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독자들 역시 문학상 수상 작품, 평론가 극찬 작품에 대해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져 문학시장 자체가 왜곡되고 있다.

작가들이 뼈저리게 이런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고리 안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대형출판사를 찾고,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공모전에 출품할 수 밖에 없는 폐단이 지속되는 것이다. 심지어 요즘에는 중견작가들도 공모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공모전 당선 이후 활동을 해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평론가들이 대형출판사에서 수주를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명을 받으려면 조명을 가지고 있는 문학동네, 창비에 원고를 내고 있는 것이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Amnesty International Korea

공모전에 출품해 본 경험이 있나?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상에 공모한 적이 있었다. 사실 문학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 졸업 전에 책을 한 권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책을 내려면 공모전으로 통해 등단해야 한다고 해서 출품했지만 떨어졌다. 원고를 들고 출판사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대형출판사의 경우 공모전이 아닌 경우 글을 받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소형출판사는 공모전에서 등단하지 않은 신인작가의 책을 내봐야 상업성이 없기 때문에 신인작가의 글 자체를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 문학출판사에서는 도저히 책을 낼 수 없어서 사회과학서적을 전문으로 다루는 출판사 '들녘'에서 첫 소설을 출간하게 됐다.

문학 시장 자체가 줄어들면서 작가들은 첫 단추를 공모전으로 끼우지 않으면 평생 작가로 살기 힘들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공모전을 택하게 된다. 내 경우는 문학에 대해 진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만 출판하면 된다는 생각에 좀 더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것이다.

주제를 바꿔서, 인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전에 인권에 대한 정의를 한 적이 있다. 국가위원회에서 글을 청탁 받아서 국가가 인권을 침해한 사례에 주목한 글을 썼는데, 인권위 잡지에 누락되면서 한겨레에서 실어줬었다. (관련기사) 그 글에서 '인권은 누구를 위한 권리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인권은 가령 성소수자, 범죄자라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부유하다는 이유로 좀 더 많이 갖게 되는 것이 아닌 대상을 특정하는 권리가 아닌, 인간으로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권리이다.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나?

국가정보원 이야기이다. '소수의견'에 등장했던 홍재덕(김의성 분) 검사가 다시 등장한다. 홍재덕이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국가정보원의 차장급으로 가면서, 국정원에서 이뤄지는 불법적인 방첩행위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국가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국가로부터 개인의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일종의 소소한 반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들이 모였을 때 공감대를 얻어서 제도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국가의 일이라면 생각도 하지 않고 동의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국가라는 이름 앞에서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많은 것이 달라 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연평해전' 같은 경우 기적과 같은 일이다. 경력이 많은 감독도 아니고, 캐스팅이 눈에 띈 것도 아니다. 처음 제작 투자를 받는 것조차도 어려움을 겪었던, 사실 영화 제도권 밖에서 만들어진 영화나 다름없었다. 마지막에는 국방부와 IBK 등의 투자를 받아 국가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연평해전'이라는 이름으로, '국가'라는 이름 하나로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모르겠다. 이런 이름이 붙은 영화는 우리가 봐줘야 하지 않겠어? 라는 힘으로 가는 것 같다. 이런 현상에 작은 의문들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이야기로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싶나?

아주 현실적인 형태든, 우화에 가까운 형태든 간에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권력이나 제도가 실질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소수의견'의 상영관 찾기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라는 소문이 나 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멀티플렉스에서도  이번 주말에 상영계획이 잡혀있으며 '소수의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매일매일 상영관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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