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담뱃값 인상 덕분에 흡연율 5.8% 하락했다'는 정부의 새빨간 거짓말

  • 허완
  • 입력 2015.07.16 12:25
  • 수정 2015.07.16 14:27

사람들을 속이는 데 통계만큼 효과적인 도구도 없다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 보건복지부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흡연율 하락 통계 얘기다.

보건복지부는 15일 ‘담뱃값 인상 6개월, 성인남성 흡연율 5.8%p 감소’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갤럽에 의뢰해 5월27~6월10일 19세 이상 남녀 2천544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1.94%)를 실시한 결과, 성인남성의 흡연율(궐련 담배 기준)이 작년 40.8%에서 5.8% 포인트 떨어진 35.0%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연합뉴스 7월15일)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통계에 담긴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담뱃값 인상 이후 실제로 흡연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흡연율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막대한 세금만 더 거두고 있으니 결국 증세 아니냐는 비판이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정부가 강조했던 것처럼 담뱃값 인상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였다! 흡연율이 떨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절대 증세를 위해서 담뱃값을 올린 게 아니었다! 절대 아니다!’

사진은 지난 5월11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한겨레

그러나 이 통계는 거짓말이었다. 조작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황당한 수준이다. 이 발표를 그대로 옮긴 언론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눈 밝은 한국일보 남보라 기자가 통계의 거짓말을 지적했다.

하지만 조사는 허점투성이다. 흡연율 5.8%포인트 감소는 지난해 비슷한 조건에서 시행한 조사 결과를 전제로 변화 추이를 산출해야 하지만 복지부는 이 조사를 올해 처음으로 실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조사 결과와 비교해야 감소율을 정확히 알 수 있는 건 맞다”면서도 “지난해에 그런 조사를 하지 않아서, ‘최근 1년간 담배를 끊었다’고 한 응답자 5.8%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1년간 금연한 응답자(5.8%)가 지난해에는 흡연자였으므로, 감소폭이 5.8%포인트라고 산출한 것이다. (한국일보 7월15일)

흡연율에 대한 공식 통계는 따로 있다. 매년 1만여명을 대상으로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자료는 공식 통계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긴급 여론조사’였다.

요약하면, 이런 얘기다.

1. 증감율을 비교할 만한 통계가 없다. → ‘최근 1년 간 담배를 끊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응답자의 5.8%다. → 이 사람들은 작년에는 흡연자였다. → 그럼 흡연율이 5.8%p 감소했다고 하면 되겠다! (???)

2. 보건복지부가 분석한 금연자 표본은 ‘78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담뱃값이 인상되기 훨씬 전(심지어 인상안이 발표되기도 전)인 작년 5월말부터 금연한 사람도 ‘금연자’로 분류됐다.

전체 조사자 중 남성은 1,262명인데 이 중 최근 1년간 담배를 끊은 사람은 78명(5.8%·가중치를 적용한 비율)에 불과하다. ‘담배 가격 인상을 계기로 금연했다’고 응답한 62.3%는 48명 정도뿐인데, 이를 토대로 흡연율 감소 통계를 낸 것이다. (한국일보 7월15일)

'국민 여러분, 이게 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입니다!' - 지난해 9월1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겨레

보건복지부는 이런 엉터리 자료를 근거로 “담뱃값 인상 6개월에 따른 금연 효과”라는 결론을 내렸다. 심지어 “올해 상반기 흡연율 감소폭은 지난 5년간(’09~’13년) 흡연율 변화폭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자랑스레 밝히기도 했다.

단순한 착오였을까? 그렇지 않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낸 보도자료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 국민건강영양조사와 동 실태조사는 조사시기, 조사방식, 표본 규모 등이 달라 직접 비교는 적절하지 않음

참고로 바로 윗줄에는 이런 내용들이 있다.

(흡연율) 조사대상 성인 남성(1,262명) 중 35.0%가 현재 흡연 중이며, 최근 1년 새 5.8%p 감소한 것으로 조사됨

흡연율 공식통계인 국민건강영양조사 흡연율이 ‘13년 42.1%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올해 상반기 흡연율 감소폭은 지난 5년간(’09~’13년) 흡연율 변화폭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평가

* 성인남성 흡연율 : 46.9%(’09) → 42.1%(’13) (국민건강영양조사)

담뱃값 인상과 금연 효과에 대한 통계를 ‘뻥튀기’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담뱃값 인상 이후 담배 반출량이 44.2%나 감소했다’며 마치 엄청난 금연 효과가 있었던 것처럼 발표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같은 기간 편의점의 담배 판매 감소율(20~25%)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정부가 말하는 '반출량'이 담배 제조사가 공장에서 출하하는 시점에 정부에 신고하는 물량이라 소매 판매 추이와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1월 1일자로 담뱃값이 오른다는 소식에 작년 9월 이후 담배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이에 맞춰 당시 유통업계도 '안전재고'를 늘렸다"며 "이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는 유통업계의 발주량이 줄고 제조사의 출하량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4월21일)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뻔뻔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걸까?

관련기사 :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 #보건복지부 #담뱃값 인상 #흡연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