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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정부의 무모한 '정치' 추경

한국은행이 메르스 핑계를 대면서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지난 6월 11일, 이제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정부가 대규모 추경 카드를 또 들고 나섰다. 추경 11조 8000억원에 기금지출 증액, 공공기관 투자 등을 모두 포함해서 총 22조원의 국가 돈을 금년에 더 풀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가뭄과 경기침체 핑계를 덧칠한 것만 차이가 있을 뿐인데, 메르스와 가뭄 대책으로는 뒤늦기도 했지만 여기에 22조원이나 들지는 않을 테니 결국은 억지로라도 경기부양을 해보겠다는 심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효과는 거의 없을 테고 부작용만 야기할 것이라는 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나 이번 추경이나 매일반이다.

  • 이동걸
  • 입력 2015.07.16 05:57
  • 수정 2016.07.16 14:12
ⓒ한겨레

한국은행이 메르스 핑계를 대면서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지난 6월 11일, 이제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정부가 대규모 추경 카드를 또 들고 나섰다. 추경 11조 8000억원에 기금지출 증액, 공공기관 투자 등을 모두 포함해서 총 22조원의 국가 돈을 금년에 더 풀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가뭄과 경기침체 핑계를 덧칠한 것만 차이가 있을 뿐인데, 메르스와 가뭄 대책으로는 뒤늦기도 했지만 여기에 22조원이나 들지는 않을 테니 결국은 억지로라도 경기부양을 해보겠다는 심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효과는 거의 없을 테고 부작용만 야기할 것이라는 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나 이번 추경이나 매일반이다.

한은의 금리인하는 10개월만에 네 번째였는데 박 대통령은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됐다고 대단한 치적처럼 자랑하지만 사실 서민들 주거비 부담만 커지고 가계부채를 폭증시킨 것 이외에는 얻은 게 없다. 추경도 마찬가지다. 물론 정부가 돈을 풀면 돈을 푼만큼 경제성장률이 조금은 높아지겠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될지, 또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의하면 정부의 추경사업 중 1/4이 부실이라니 추경이 제대로 집행이 될지 의문이고 또 집행되더라도 중복, 부실사업 등으로 인해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추경으로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올라갈 것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경제성장률이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나마 그것도 일시적인 경기부양으로 끝날 공산이 매우 크다. 결국 효과는 크게 없이 정부 빚만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생겼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도 안돼서 "경기부양을 위해 썼거나 쓰기로 한 돈이 총 96조원"인데 그 효과가 불투명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도 추경과 금리인하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아는지 연일 억지 경기부양을 위해 무모한 정책을 남발해대고 있다. 백두대간이 파괴되는 위험을 무릅쓰면서 호텔과 골프장을 짓도록 허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건설투자는 반짝하고 늘어나겠지만 환경이 파괴되고 난개발로 자연경관이 훼손될 것은 뻔하다. 그러나 과연 정부가 원하는 만큼 관광이 촉진될지 의문이다. 결국 이것도 핵심은 부동산인 것 같다. 주거용 부동산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이번에는 산, 바다, 그린벨트까지 빗장을 다 풀어 상업용 부동산 붐을 일으켜 보겠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주택건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도 밀어붙일 모양이다. 명분이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해서라지만 적정 이윤을 보장해야 하는 기업형 임대주택이 서민·중산층을 위한 것일 리는 없다.

게다가 재벌 비리 엄단과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제한하겠다고 지난 대선 때 철썩 같이 약속했던 박 대통령이 느닷없이 '국가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대적인 광복절 특사를 하겠다고 한다. 비리 재벌총수들을 풀어주고 그들로 하여금 투자를 하도록 독려할 셈인 것으로 추측된다. 재벌총수들이야 "풀어주시기만 하면 투자를 많이 하겠습니다" 하고 박 대통령에게 우선은 머리 조아리고 약속할지 모르지만 일단 풀어주고 나면 과연 그 약속을 지킬지 의문이다. 더욱이 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투자는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사면에 대한 보답으로 하는 투자가 국가 경제적으로 바람직한지도 따져볼 문제다.

하여튼 박 대통령은 자신이 한 말마따나 경기부양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수단과 방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 왜 이렇게 무모하게 억지로 경기부양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 답은 내년 총선임에 틀림없다.

작년 7월 재·보선이 있기 며칠 전 최경환 경제팀이 취임하자마자 41조원의 경기부양책을 부랴부랴 내놓았고, 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발표하면서 금리 인하도 강력하게 시사하여 부동산 경기 살리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새누리당이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데는 "최경환이 수훈갑"이네, "최경환 업어주고 싶은 새누리"라는 둥의 평가가 따랐음은 당시 많은 언론이 보도한 바 있었다.

최경환 경제팀이 작년의 '승리의 공식'을 이번엔들 안 쓰겠는가. 한 달 전 메르스 사태를 핑계로 한은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추었다. 박근혜 정부의 내년 총선전략은 이로써 시동을 걸은 것이고, 이번에 추경으로 가속이 시작되었다. 지속적이고 진정한 경기부양 효과가 있든 없든 박근혜 정부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 추경과 온갖 경기부양책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계속 무모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이번 추경사업이 여당에 유리하게 짜여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은 이미 언론에 많이 보도된 바 있다.

단언컨대 이것만으로는 절대 부족할 테니 후속 조치도 따를 것이다. 내년 예산은 1월 1일부터 집행되기 시작해서 1분기에 대거 앞당겨 집행될 것이다. 그리고 금년 하반기∼내년 초 사이 적어도 한번, 또는 선거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면 두 번 정도 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전까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경기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부동산 붐을 유지해야 하니까. 왜냐하면 내년 총선은 박근혜 정권으로서는 절대 져서는 안 될 선거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생명이 걸려있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라갈 것이다. 그 후유증은 모두 서민·중산층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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