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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뉴스피드 알고리즘 변경, 영업비밀은 어디까지?

페이스북은 지난 9일 콘텐츠 노출 알고리즘을 일부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먼저 보기'라는 기능을 추가해,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내가 선택한 특정인들의 콘텐츠를 우선노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그동안 수시로 또 광범하게 바뀌어왔지만, 대개 그 기준 변경이나 내용이 사용자 모르게 이뤄져왔다. 최근 페이스북의 잇단 알고리즘 변경 발표가 흥미로운 점은, 페이스북의 정책 변화다. 노출 기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공개하고, 또 노출 우선순위를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과거의 비밀주의에서 살짝 공개주의로 돌아선 것이다.

  • 구본권
  • 입력 2015.07.15 13:20
  • 수정 2016.07.15 14:12
ⓒshutterstock

"왜 갑자기 오래 전 글에 방문자가 몰렸는지 모르겠어요." "어떡하면 페이스북에 주요하게 오랫동안 노출될 수 있나요?"사회관계망 서비스 페이스북에서는 수시로 콘텐츠 노출을 두고 논의가 벌어진다. 사용자마다 자신의 페이스북 경험을 바탕으로 노출 기준에 대해 다양한 설명을 한다.

나와 친한 사람이 새 글을 올리거나, 내 친구들이 '좋아요'를 누르면 내 담벼락에 주요하게 노출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댓글과 '좋아요'가 많이 달린 사람의 글이 우선노출된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친구 숫자나 활동성 등 페이스북에서 영향력 지수가 높은 사람의 글이 돋보이게 노출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페이스북이 나에게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듯 평소 인터넷 이용기록과 취향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선별한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논쟁에서 누가 정답을 말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오답은 있다. 가장 자신 있게 "페이스북의 노출 기준이 어떻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페이스북의 콘텐츠 노출알고리즘은 외부에 절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눈감고 만진 감촉을 기준으로 보지못한 코끼리 생김새를 그리는 셈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9일 콘텐츠 노출 알고리즘을 일부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먼저 보기'라는 기능을 추가해,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내가 선택한 특정인들의 콘텐츠를 우선노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친구의 페이스북 프로필에 들어가서 '팔로잉' 단추를 누르면 '우선노출'을 선택할 수 있다. 지난 4월에 '친한 친구'의 정보를 더 많이 보여주는 방식으로 노출 기준을 바꾼다고 밝힌 데 이은 알고리즘 수정이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친구 증가로 '업데이트 홍수'가 일어나 이용자들의 흥미가 저하될 것을 우려해, 친한 친구들의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는 데 이어 사용자들이 보고 싶은 콘텐츠와 친구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그동안 수시로 또 광범하게 바뀌어왔지만, 대개 그 기준 변경이나 내용이 사용자 모르게 이뤄져왔다. 최근 페이스북의 잇단 알고리즘 변경 발표가 흥미로운 점은, 페이스북의 정책 변화다. 노출 기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공개하고, 또 노출 우선순위를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과거의 비밀주의에서 살짝 공개주의로 돌아선 것이다.

페이스북은 2014년 6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뉴스피드 알고리즘 변경과 그 효과에 관한 논문을 실었다가 호된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사용자들을 구분해 뉴스피드에 각각 긍정적인 글과 부정적인 글이 노출되도록 하고 그 효과를 관찰한 실험 논문이었다. '감정 조작' 실험으로 불린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조작은 사회관계망 회사가 알고리즘 변경을 통해 사용자들의 실제 행동에 영향을 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광범한 우려를 제기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들이 뉴스피드를 조작해 실험한 연구 결과를 권위 있는 학술지에 보란듯이 공개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감정 조작' 실험이라는 거센 비난이었다. 페이스북의 데이터 과학자들은 사용자들의 미세한 취향까지 분석하고 분류해, 더 몰입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는 뛰어났지만, 자신들이 그러한 힘을 쓰는 방식이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사회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에 대해서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우연히 또는 무신경하게 국립과학원회보에 논문을 공개한 사실에서 그러한 사용자 대상 뉴스피드 조작이 드러났을 따름이다. 이는 실제로는 페이스북 안에서 광범하게 사용자 대상 뉴스피드 조작 실험이 '최적화'와 '개인화'의 명분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이 논문 발표 이후 페이스북은 '연구성과 자랑' 모드에서 황급하게 '사과 모드'로 전환했지만, 사회적 우려는 가라앉지 않았다. 알고리즘을 통해 이처럼 사용자 모르게 뉴스피드를 조작하는 기술은 페이스북이 투표일에 특정 성향의 사용자들에게 이런 방법을 적용하면 투표참여율을 소폭 높이거나 낮추는 방법으로 정치권력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기술이다. 이 논문을 계기로 그동안 영업비밀로 간주되어온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알고리즘에 대해서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져나왔다. 페이스북이 비밀주의로 일관하던 알고리즘 정책 변경에서 바뀐 배경이다.

페이스북은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25%를 차지하는, 구글에 이은 세계 2위 사이트다. 알고리즘 변경의 영향이 지대한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과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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