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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변했다 : 자신이 '리더'임을 마침내 인정하다

German Chancellor Angela Merkel, right, points as she and the Prime Minister of Greece Alexis Tsipras leave after a press conference as part of a meeting at the chancellery in Berlin, Germany, Monday, March 23, 2015. (AP Photo/Michael Sohn)
German Chancellor Angela Merkel, right, points as she and the Prime Minister of Greece Alexis Tsipras leave after a press conference as part of a meeting at the chancellery in Berlin, Germany, Monday, March 23, 2015. (AP Photo/Michael Sohn) ⓒASSOCIATED PRESS

독일이 마침내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독일을 폐허가 된 분단국가로 만든 전쟁이 끝난 지 두 세대가 지났고 70년이 흘렀다. 독일은 다시 한 번 유럽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 벌써 몇 년째 그래 왔다 – 자신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심지어 자랑스럽게 논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월요일(13일) 주미독일대사 페터 비티히가 방대하고 쿨한 기하학적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대사관에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가 논란이 되고 있는 그리스의 새 구제금융 합의에 대한 독일과 EU의 견해를 설명했을 때 그 의지는 뚜렷이 드러났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독일은 공통의 통화 뿐 아니라 “경제와 재정정책”의 통합도 필요로 하는 유럽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 “규칙에 기반한” EU에서, 그리스는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에서 – 그의 설명에 따르면 - 성공적으로 시행된 긴축정책과 재정건전성을 위한 조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유럽은 21세기 무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동 규칙, 규제와 투자 규칙을 통합하고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독일이 비난을 받게 된다면, 독일은 유럽 대륙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준 “유러피언 프로젝트”를 위해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했다.

미국에서 인기가 있고 인맥이 탄탄하며 미국인들과의 대화에 익숙한 비티히는 독일이 그리스 사태에서 눈에 띌 만큼 나쁜 경찰(bad cop) 역할을 맡은 것에 따르는 협력국들의 반발에 대한 ‘우려’가 독일 안에서도 있다고 했다.

그는 사무적인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리더십에는 강한 비난이 따르기 마련이다. 솔직히 우린 그것에 익숙하지 않다.”

“미국은 아주 오래 전부터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 2차대전 후 70년 동안인 셈이다. 미국의 리더십에는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임무가 따르곤 하지만, 환호와 박수가 따르는 일은 결코 없다.”

“국가들이 모인 거대한 커뮤니티에서 리더십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그리고 물론 우리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그걸 좋아하는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집단의식에서는 상당히 새로운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일어나고, 리더십과 함께 따라오는 것이다.”

미국 – 특히 잭 루 재무장관 – 이 그리스 위기에서 어떤 역할을 했냐는 질문에 비티히는 공손하지만 명확하게 답했다. 미국은 가치 있는 충고와 조언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도 독일은 ‘그리스에게는 더 이상의 긴축정책이 아닌 채무탕감이 필요하다’는 루 장관의 제안을 무시했다.

비티히가 공개적으로 ‘유럽 내 독일의 역할’을 ‘세계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비교하며 심지어 자랑스럽게 그 역할을 인정하기까지 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이건 변곡점이자 큰 변화다. 독일은 되도록이면 두드러지는 행동을 피해 왔다.” 오바마 정부에서 일하다 현재 민주당계 정책 연구소인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유럽 문제를 연구하는 제레미 샤피로의 말이다.

독일은 더 이상 그럴 수 없다. 재정정책에 대한 강경한 입장 때문에 이번 그리스 사태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특히 더 그렇다.

말보다 더 놀라운 것은 행동이라고 샤피로는 말한다. 협상 막바지에 프랑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른 EU 국가들도 동참했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결국 주도권을 잡은 것은 분명 독일이었다.

샤피로가 ‘큰 연합(big bloc)’이라고 부르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전혀 열성적이지 않았다. 독일을 지지한 국가들은 주로 핀란드, 슬로바키아, 발트 해 연안 국 등 작은 나라들로, 이들의 주 관심사는 그리스의 운명이 아니라 러시아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이라크 전쟁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구성했던 연합군과 조금 비슷하다.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리고 경제 계획은 미쳤다.”

두 번째 이라크 전쟁과 비슷한 이유는 따로 있을지 모른다. 거시경제학이다. 학자들, 채무에 집착하는 독일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정책 입안자들 다수에게는 아직도 케인지언 시각이 일반적이다. 케인지언 시각에 의하면 그리스의 긴축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실패가 보장된 어리석은 정책이다.

비티히는 정책적인 면 뿐 아니라 국내 정치도 이유로 들며 그런 시각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EU를 설립한 규칙에서는 ‘긴급 구제’가 금지되어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게다가 정부 간의 채무를 면제해주는 것은 독일 내에서는 정치적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유럽에서 민주주의 국가는 그리스만이 아니다.” 비티히의 말이다.

그는 유럽의 균열은 해소될 수 있고, 독일이 그것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될 거라며 실세임을 공언했다.

“우리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우리가 그걸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불거진 차이를 진정시키고 화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독일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비난과 오해 혹은 인식도 마찬가지다.”

대화 내내 그는 독일인들과 그리스인들은 지금도 다정한 사이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독일 외무장관과 그리스 외무장관은 자주 만난다. 그는 아내가 독일인이라 독일어를 아주 잘 한다.”

“늘 유대 관계가 있었고, 대화의 통로는 열려 있고, 적대적 감정이나 비난은 결코 없었다. 위기가 극에 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 게재된 허핑턴포스트 글로벌 편집인 하워드 파인만의 글 'Planet Politics: Germany Takes The Lead'(영어)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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