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터뷰] 플래시플러드달링스, 정체성을 깨달은 10대 시절 이야기를 노래하다

  • 박수진
  • 입력 2015.07.15 07:35
  • 수정 2015.08.10 05:34

“10살 때쯤이었을 거예요. 제가 다른 남자애들과 다르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14살 때쯤 내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어요. 성적소수자로서 외로움을 느낄 땐 해가 지는 곳을 찾아서 별을 보았죠.” 그의 말이 끝나자 소년의 심장 소리 같은 드럼 소리, 은하수 같은 신시사이저 소리가 쏟아져 내린다. 플래시플러드달링스는 무대에서 노래 ‘별’을 이렇게 소개한다.

1인 전자음악 밴드 플래시플러드달링스의 유일한 멤버인 제이 송(한국이름 송재만·31)은 9살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가 2013년 애인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처음으로 낸 음반 <보랍 앤 테소로>(Vorab and Tesoro)는 그가 뉴질랜드 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보낸 10대 시절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은 소년의 이야기가 담긴 ‘별’로 시작해 애인과 달빛 아래서 춤추던 기억을 노래한 ‘두 유 리멤버’, 시드니로 사는 곳을 옮겨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리라는 기대를 표현한 ‘인 더 시티’로 끝맺는 앨범의 8곡은 모두 그가 겪은 일에서 나온 것이다. “‘더 딥 다크’는 성욕과 애인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생기기 시작할 때쯤 이야기예요. 마법 같은 사랑을 하고 싶었는데 그건 쉽지 않았고 오로지 섹스만이 쉬웠을 때의 외로움을 담았죠.” 일기를 써둔 것도 아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8편의 가사가 나왔다고 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모두 생생하거든요. 이런 일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그가 굳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음악활동을 할 생각이 없었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타이, 스위스…. 그가 거쳐온 다른 나라들에서는 인종이나 정체성 때문에 외로움을 느낀 적은 있었지만 한번도 그 때문에 힘들어본 적은 없다고 했다. “뉴질랜드는 동성결혼이 합법이고 학교에서도 간섭하지 않으니 굳이 제가 동성애자의 인권문제를 걱정해본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 자꾸 제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의식하게 돼요. 차별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의무감이 생겼어요. 얼마나 도움이 될진 모르지만 저라도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활동하는 게 맞다고 봤어요.”

그와 애인이 즐겨 쓰는 온라인 아이디에서 앨범명을 따온 <보랍 앤 테소로>는 밝은 분위기의 곡도 있지만, 주로 십대에서 이십대로 가는 시절의 외로움에 대해 노래하는 음반이다. ‘별’을 제외한 모든 노래가 영어로 쓰였는데 음반에는 한국어로 번역한 가사를 따로 실었다. 매끈한 신시팝 음악처럼 들릴 뿐이던 노래가 제이의 사연과 가사 뜻을 알고 나면 좀더 다르게 다가올지 모른다. 성적 지향이나 인종, 국적과 관계없이 좋아할 만한 달콤하고 슬픈 분위기의 앨범이다.

관련 기사: [허핑턴 인터뷰] 플플달, "제 인생 얘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줄 몰랐어요"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뮤지션 인터뷰 #제이 송 #인디음악 #독립음악 #문화 #음악 #플래시플러드달링스 #동성애 #Gay Voices #뉴스